불확실함에 대하여 - 안개, 아침 풍경 불확실함에 대하여 - 안개, 아침 풍경 아침을 거두었다 사람들은 나무속으로 사라졌고 나무들은 거리에서 형체를 잃었으며 거리는 안개에 묻혔다 오늘은 아침이 없었다 모든 실체를 찾을 수 없었다 사람과 나무와 거리와 이들을 감고 있는 안개와 그것들을 내려다보는 흐릿한 시선들 그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4.05.22
숲이 깊다 숲이 깊다 푸름은 강요받지 않아도 된다 투박한 땅위에 나린 이슬이라던가 막 바다를 건너와 잎새들 사이에서 겨우 제 존재를 알리는 찝질한 바람이어도 좋다 시야를 어지럽히는 벌가지 몇 마리면 어떠리내가 저들 시야를 어지를 지도 모를 일이다그렇게 모두들 여기 숲이 되었고몇 걸..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4.05.15
분노에 대하여 - 4월의 노란 외침들 분노에 대하여 - 4월의 노란 외침들 · 우리 형, 오빠 보고 싶어 · 내 새끼 한 번만 안아봤으면 · 기다릴게. · 기적처럼 돌아오라. · 배고프지 엄마랑 밥먹자. · 정부가 살리지 못한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 미안하다, 사랑한다. ·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 사랑하는 아이..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4.05.14
낙화 - 4월의 진도 낙화 - 4월의 진도 떨어지는 것은 길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바람이 너무 맵차가웠다. 그렇게 꽃잎은 켜켜이 무리져서 날렸다. 따로 떨어져 쓸리며 부서지며 외로웠다. 마주한 사월의 땅은 꿈꾸던 푸름이 아니었다. 고통보다 더 고통스런 바람이었다. 아무도 없었..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4.04.20
침묵에 대하여 - 타자가 되어 침묵에 대하여 - 타자가 되어 하루 일과는 창밖을 내다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누구라도 지나가는 이는 있다. 그렇게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들은 가고 있을 뿐이고 그들을 내려다 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고 있고, 가다가 가다가 어느 순간 멈춰질 때이면 문득 나는 가..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4.04.10
안타까움에 대하여 - 이 시대의 독서법 책을 펴다 책을 읽으려고 하지만 절차가 있다 그래야 읽을 수 있다 우선 안경을 벗어야 한다 가까운 곳이 더 멀어진 눈을 위해 그래도 책을 보기엔 세상이 침침하다 스탠드를 밝게 켜고 스멀스멀 잡생각이 든다. 책 한 장을 미처 넘기지 못했는데 눈으로 보는 것은 이미 글이 아니다. 글이..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3.03.19
아픔에 대하여 -숙취, 깨끗하지 못한 어젯밤 과욕이 부른 과음의 참사 지끈거리는 머리를 얹고 지하철에 오르다 생활을 위해서는 거를 수 없는 길이다 여기도 내 머리만큼 시끄러운 세상이다 기계음, 뼈마디를 덜컹거리게 하려는 듯한. 더 시끄러운 사람들의 소리, 역시 생활을 소중히 여기는 이웃들, 그러나 아픈 머리 서둘..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3.03.13
외로움에 대하여 - 시간에 묻혀 아무도 정말 아무도 없으면 외롭지 않습니다. 혼자라면 주위를 둘러 나밖에는 없을 때 나는 역시 외로운 나를 의지하면서 함께 외로움을 이겨내 보려는 겁니다. 누구의 외로움이 더 외로운가 나와 나는 서로 외로움을 견주며 어쩌면 함께 외로움을 즐길 수도 있는 겁니다 하지만 차가운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3.03.13
아침을 밟으며 울컥했다. 이런 기분이란 큰 건물과 더 큰 건물이 사이에 만들어진 인공의 좁은 계곡 틈 그곳에서 태양이 올라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컥했다. 아련한 슬픔. 그저 그저 저곳에서도 비적비적 올라오겠다고 용쓰는 듯한 붉은 궤적이 안쓰러웠을 뿐이다. 그 궤적에 대해 약간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3.03.07
쓰레기, 그 위대한 역설 버려지기 전에는 그 존재를 알지 못했습니다. 오늘 버려짐으로써 드디어 존재가 드러났습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버려지기 위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을 거고 버림을 처음부터 작정하고 쓸모를 궁리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작이나 중간이나 그런 것들은 모두 편리한 합리화..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3.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