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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벚나무 길에서

늦여름 벚나무 길에서 1.아직 팔월인데, 여전히 햇볕이 뜨거운데, 벚나무들은 벌써 이파리를 한장 두장 떨어뜨린다. 산벚나무, 왕벚나무, 개벚나무, 왜벚나무, 그냥 벚나무들이 삼월에 처음으로 세월의 기미에 꽃봉오리를 올리다가, 사월에 세상을 덮을 듯이 화려함을 자랑하다가, 오월에 까맣게 버찌를 떨어뜨려 데굴데굴 굴리다가, 유월에 넉넉한 푸른 이파리로 신록을 차지하다가, 칠월에 짙은 그늘로 제 존재를 과시하다가, 팔월에 기어이 듬성듬성 누런 잎을 내보이다가, 그렇게 여섯 달을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다가, 나무들은 벌써 한 시절의 이파리들을 떨어뜨린다. 이제 앞으로 구월을 시월을 십일월을 십이월을, 다시 일월에서 이월까지, 그렇게 여섯 달 동안 빈 몸으로 가을을 보내고, 비워낸 마음으로 겨울을 견뎌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