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유복녀예요 전 유복녀예요 - 선희의 일기 -- 전 유복녀예요. 엄마가 절 넉달째 뱃속에 담고 있을 때 아빠가 죽었대요.그러니까 아빨 몰라요. 엄만 날 낳고 새로 시집가셨대요. 그리고 엄마 뱃속에 동생이 들어 있을 때 새 아빠가 죽었어요.새 아빠 얼굴은 쪼금 기억나요. 하지만 동생은 모른대요. 지금..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2013.02.19
꿈에 대하여 꿈 에 대 하 여 열넷 소녀들에게 꿈에 대하여 이야기하려다 무심코 스치고 지니갔던 이들을 이야기한다. 오늘도 만원 전철 안 구석 의자에 몸을 기대고 곤한 잠에 취해 버린 젊은 여인의 거친 숨고름, 어딜 향하던 길이었을까 ? 검은 튜브로 없는 아랫도리를 감추고 장송곡 같은 찬송소리..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2013.02.19
밤을 향하는 밤을 향하는 밤을 향하는 시간안에서 서울은 거대한 묘지를 이루었다. 젊은 것이나, 나이를 먹었거나 술 취하러 가는 남자거나 총총 귀가길 서두르는 여자거나 모두 낱낱 유골이 되어 채곡히 도시의 야경 속으로 모여든다. 달이 뜨면 또 가로등이 켜지면 가을밤 싸늘한 기운 속에서 허우..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2013.02.19
작약가는 길 작 약 가 는 길 지용이 아니래도 뛰어들고 싶다. 이 땅의 모든 오물이 어울어져 출렁이는 바다에 또 하나의 오물처럼 던지고 싶은 장난감 같은 섬을 향해 가는 배 위에 현실을 버리고 싶은 이들과 현실에서 버린 이들은 아주 서툰 방법으로 현실을 잊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뿌리침에 익숙..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2013.02.19
아무 일도 없는 하루 아무 일도 없는 하루 아무 일도 없었다.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선생 혹은 젊음이란 알량한 자존심으로 명분 좋은 데 이름 석자 내밀고 그리고 나는 잘못했소. 세상 무서운 걸 몰랐으니 정말 잘못했소. 철회 각서에 또 이름 석자 내밀고 그 외엔 아무런 일도 없었다. 해는 떠올랐..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2013.02.19
부평에서 부 평 에 서 한 움큼의 사람들이 쏟아진다. 그 틈에서 나도 쏟아져 내렸다. 그렇게 뒷생각 없이 시작하는 하루 제각각 멀어져 가는 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잠시 갈 곳 몰라 했지만 여기는 머무름을 허락하지 않는 곳 나도 그들중 하나의 뒷모습을 좇아 익숙해진 본능을 시작한다. 가는 사람..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2013.02.19
친구에게 친 구 에 게 영아 어젠 결혼식엘 다녀왔지 잘 다려진 흰 셔츠와 곱게 매어진 넥타이 울긋불긋 화려하게 꾸며진 꾸며진 이들 속에서 두 사람을 보았지 하나의 시작과 또 하나의 마침을 위하여 두 사람은 웃고 있었지 그리고 숨겨진 울음을 보았지 영아 우린 술을 마셨네 아직 태양은 하늘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2013.02.19
공원에서 2 공 원 에 서 2 더 멀리 달아날 수 없었던 안타까움이 두 눈빛 가득 담겨져 있다. 험하게 헝클어진 머리카락 시커멓게 찌든 교복 블라우스 위로 어둠이 쌓이고,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는 밤 집나간 학생으로 찾아나선 선생으로 우린 어느 공원에서 마주쳤다. 주위는 밤늦게 공사하느라 아직..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2013.02.19
취조서 취 조 서 1 그날밤 여관에 간게 사실이야 다 아시잖아요 같이 있던 남자들은 누구야 나쁜 친구 아녜요 거기서 뭐 했어, 사실대로 말해봐 괴로웠어요. 집에서도 학교서도 너흰 이제 겨우 중2야. 여학생이고 선생님은 우릴 몰라요. 각오는 돼 있지 전 선택할 수 없쟎아요. 2 서명한 게 사실이..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2013.02.19
영동, 대설 경보 영동, 대설 경보 소나무 가지마다 작은 틈도 없이 눈이 쌓였다. 이그러진 하늘이 쏟아내는 더이상 축복이 아닌 희고 희고 이젠 잿빛이 다된 눈송이를 바라보며 공중전화 앞에 길게 늘어선 이들은 한계령을 대관령을 어둡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들 뒤로 소나무 가지가 찢어지는 섬뜩한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201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