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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깊다
푸름은 강요받지 않아도 된다
투박한 땅위에 나린 이슬이라던가
막 바다를 건너와 잎새들 사이에서
겨우 제 존재를 알리는 찝질한 바람이어도 좋다
시야를 어지럽히는 벌가지 몇 마리면 어떠리
내가 저들 시야를 어지를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모두들 여기 숲이 되었고
몇 걸음 더 지나면 저기 숲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나무는 많이 묵은 몸 사이로 돋아나는
새 잎파리에게도 기꺼이 동등함을 인정하기에
드문드문 열린 하늘에서 쏟아지는 많지 않은
달빛이라도 차이 없이 제공한다
올해 돋은 풀, 지난 해 시든 풀
모두 하나의 시야에 모여 풍경이 되고
걷는 길, 나는 밟고 저들은 밟혔지만
한 순간 한 점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이 곳에서 살고 있기에
살지 않은 것도 한 때 이곳에서 살았기에
모두 여기 숲에 대한 지분이 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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