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 쓴 '옹고집전'
옹당 우물과 옹당 연못이 있는 옹진골의 옹당촌에 한 사람이 있되, 성은 옹이요, 이름은 고집이라. 성질과 버릇이 고약하여 풍년을 좋아하지 아니하고, 심술이 맹랑하여 모든 일에 고집을 피우더라. 집안 살림을 보게 되면 석숭의 부유함과 도주공의 명성이나 위세도 부러워하지 아니하더라. 앞뜰에는 쌓아놓은 곡식이요, 뒤뜰에는 화려한 담장이라. 울 밑에 벌통 놓고, 오동나무 심어 정자 삼고, 소나무와 잣나무를 심어 집안이 들여다보이지 않게 하고, 사랑방 앞에 연못 파고 연못 위에 작은 돌산을 쌓아 놓고, 돌산 위에 한 칸 초당을 지었으되, 네 모퉁이에 풍경을 달았더라. 은은하게 맑은소리 바람결에 흩어 들려오고, 못 가운데 금붕어는 물결 따라 뛰노는데, 동쪽 뜨락의 모란꽃은 반만 피어 너울너울, 왜철쭉 진달래는 활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