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의 '산속에서 버터플라이 수영하는 아버지' 제자애가 카톡을 보내왔다. 이 시의 주제가 뭐고, 분위기가 뭐냐고? 왜 그러느냐고 하니, 대학 교양 과제란다. 매일 EBS 교재에 있는 시만 수능 대비용으로 읽다가 시를 시답게 읽으려니까 갑갑했고, 문득 옛 담임이 떠오른 게다.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느낌을 일러 주었는데, 고맙다는 말 .. 가르치며 배우며/시 더읽기 2018.04.24
세한도 백인 백색(세한도 시모음) 세한도 - 최두석 고드름 기둥 층층이 얼어붙은 층암절벽에 소나무 한 그루 눈을 이고 서서 희망과 절망의 수십 년 세월 안간힘으로 뻗어간 뿌리의 용틀임과 뿌리의 엉키는 자리에 터잡은 어린 진달래의 녹두만한 꽃눈을 바람 타고 날으는 기러기 소리 들으며 시리게 바라보네. 세한도 속.. 가르치며 배우며/시 더읽기 2018.04.09
기형도의 '홀린 사람' 홀린 사람 기형도 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 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분의 슬픔이었고 이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 가르치며 배우며/시 더읽기 2016.11.24
김수영의 '육법전서와 혁명' 육법전서(六法全書)와 혁명(革命) 기성(旣成)육법전서(六法全書)를 기준(基準)으로 하고 혁명(革命)을 바라는 자(者)는 바보다 혁명(革命)이란 방법(方法)부터가 혁명적(革命的)이어야 할 터인데 이게 도대체 무슨 개수작이냐 불쌍한 백성들아 불쌍한 것은 그대들뿐이다 천국(天國)이 온다.. 가르치며 배우며/시 더읽기 2016.10.27
황지우의 "바퀴벌레는 바퀴가 없다" 바퀴벌레는 바퀴가 없다/황지우 "짐승 같은 놈!" (이것은 아내가 한 말) "바퀴벌레도 즘생이야, 여보." (이것은 내가 한 말) 그러나 바퀴벌레는 근엄한 검정색 예복, 아니 정복을 입었다. 무슨 일을 감행하는 집단들처럼 틈틈에 잠복해 있다가 때가 되면 기어나와, "맞어", 기어온다. "짜식들, .. 가르치며 배우며/시 더읽기 2016.10.20
신동엽의 '산문시1' 산문시(散文詩) 1 신동엽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鑛夫)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묻은 책 하이데거 럿셀 헤밍웨.. 가르치며 배우며/시 더읽기 2016.10.14
김남주의 '녹두장군' 녹두장군 김남주 무엇 때문일까 백년 전에 죽은 그가 아니 죽고 내 안에 살아 있는 것은 내 가슴에 내 핏속에 살아 숨쉬고 맥박처럼 뛰는 것은 그도 내 아버지의 아버지처럼 서너 마지기 논배미로 평생을 살았던 가난한 농부였기 때문일까 나와 같이 그 사람도 한때는 글줄이나 읽었던 서.. 가르치며 배우며/시 더읽기 2016.10.12
정지용의 '백록담' 백록담(白鹿潭) □ 1 절정에 가까울수록 뻐꾹채꽃 키가 점점 소모된다. 한 마루 오르면 허리가 스러지고 다시 한 마루 위에서 모가지가 없고 나중에는 얼굴만 갸옷 내다본다. 화문(花紋)처럼 판 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함경도 끝과 맞서는 데서 뻐꾹채 키는 아주 없어지고도 팔월 한철엔 흩.. 가르치며 배우며/시 더읽기 2016.10.11
백석 '국수' 국수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하면 마을에는 그무슨 반가운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여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 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 가르치며 배우며/시 더읽기 2016.09.30
시를 영상으로(한용운과 함민복) 알 수 없어요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波紋)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 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 가르치며 배우며/시 더읽기 201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