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는 문이 있다 벽에는 문이 있다 * 늘 그랬었어 왜 내가 가는 길만 험할까 의심하다가 다다르는 곳, 거기는 큰 벽 막막하게 막혀 있고 아무리 살펴도 쥐고 당길 문고리 하나 없는 늘 그랬었어 그 벽 앞에 쭈그려 앉았다가 한 번 두드려도 못하고, 결국 온 길 되짚어 물러나는 것을 어디로 가려했는지도 아..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4.11.04
오늘, 가을 오늘, 가을 마땅히 급한 일이 없음을 깨달았다. 메밀차 한 잔을 따라 두고는 첫 모금을 마신다. 지금 시간처럼 밋밋하다. 그저 가까운 데 있는 책을 폈다. '보통'의 '뉴스의 시대' 하지만 지금처럼 멍한 분위기에는 맞지 않는다. 책을 덮고 '말로'를 찾아 듣기로 한다. 쟁쟁한 소리를 담으며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4.10.14
사람이 보고 싶다 사람이 보고 싶다 내가 없는 곳에 내가 있으려 하며 내가 있어야 하는 곳에 혹여 내가 진정 있는지 부단히도 내가 나를 찾으려다 문득 사람이 보고 싶다 나와 닮은 나를 만나고 싶다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4.09.18
대추가 영글었다 대추가 영글었다 대추가 영글어 있었다 오늘을 위해 바삐 가던 아침길이었을 것이다 하루로 한달을 살아가기 위한 길이었을 것이다 푸른 하늘을 이고 푸른 잎들에 감싸인 채 푸르다 점점이 붉음을 박혀 있는 녀석들도 푸르게 영글었다 - 가끔은, 내 시간을 잊고 아름다움에 감동해도 되..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4.09.03
산을 오르다 산을 오르다 산을 오르다 돌에 채이거나 나뭇가지에 긁히는 아픔으로 아래로의 순리를 거스르면서도 숲 안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단 하나의 인공적인 개체는 기어이 산을 오르다 산을 오르다 어둑하니 산 그림자 사이로 가끔 보이는 한 줌 하늘에서조차 축축하게 흩뿌리는 안개빗속에서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4.08.19
메마름에 대하여 - 숲길, 밤길, 목마른 길 늦은 밤이다. 가로등은 밝혔지만 걸음이 조심스럽도록 숲은 어둡다. 간혹 띄엄 오가는 사람들은 나도 그들도 소통은 없다. 그렇기에 적막은 완벽하다. 저 멀리 시내 불빛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듣지 않는다. 잠자코 발 밑으로 이어지는 길만 걷는다. 애초 그러기로 했다. 애초 주변은 돌아..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4.07.15
살아있음에 대하여 - 비오는 공원에서 살아있음에 대하여 - 비오는 공원에서 상그레하게 물방울들이 나뭇잎들을 때리고 부서지며 다시 때리고 부서지며 때려 저래야 푸름이다 하늘 저 멀리서 아래로 내려와 정말 잠깐 잎새들에 머물다 다시 아래로 나리는 길 그리고는 바닥에 홈을 패며 이런저전 풀들사이로 어디론가 흘러가..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4.07.03
기억에 대하여 - 6월10일 2014년 6월 10일에 번개 쩍, 쩌억 세상을 갈랐다 평온하다고 강요받은 세상인네 그러나 검기만 한 그곳을 번개는 갈랐다 다시 2014년 6월 10일에 천둥 쾅, 쿵쾅 마음을 두드렸다 하루를 마침으로 하루를 살았기에 오늘 하루의 생각을 접으려던 편안함을 두드렸다 6월 10일에, 1987년에 외침이 있..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4.06.11
여유로움에 대하여 - 어느 오후의 풍경 잠시 거닐었다. 낮이다. 학교이다. 창문은 열려 있어 여기저기서 교실에서 이런저런 소리들이 경계를 넘어 온다 맞다. 그렇다. 아닐 것이다. 해야 한다. 기억해라. 쓰면 읽어라. 말하기에 적어라. 이런 소리들을 어깨 위에 담았다가 흩어버렸다 . 지금이야 저런 소리들의 생산에 참여하지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4.06.10
유익함에 대하여 - 풀들, 뽑힌 유익함에 대하여 -풀들, 뽑힌 아침 볕은 꽤나 따갑다. 어제는 비가 꽤 내렸다. 작정하고 나섰다. 풀을 뜯을 양이다. 아직 화단은 젖어 있다.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이다. 풀들이 꽤나 자라 있다. 풀들이 아난 것 사이에서 무성하다. 그 풀들은 내가 심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풀이다. 내가 심..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4.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