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어젯밤 과욕이 부른
과음의 참사
지끈거리는 머리를 얹고 지하철에 오르다
생활을 위해서는 거를 수 없는 길이다
여기도 내 머리만큼 시끄러운 세상이다
기계음, 뼈마디를 덜컹거리게 하려는 듯한.
더 시끄러운 사람들의 소리, 역시 생활을 소중히
여기는 이웃들, 그러나 아픈 머리
서둘러 이어폰을 찾아 완벽하게 세상과 나를
단절하기로 한다
나는 세상을 듣지 않으련다
나는 세상을 듣지 않을 것이다
다만 유일하게 듣는
안치환이 김지하를 부르는 소리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그 때도 취했던가, 정말 오래전
그러니까 내게도 젊음이라는게 있었던 먼 시간
세상에 대한 시끄러움도 당당했던
그 노래, 나도 불렀던
그 김지하는 빨갱이를 들먹이며
스스로 초췌한 늙은이가 되었고
그를 욕하는 나는 아무 자취도 없이
초라한 늙은이가 되어간다
망가진 것은 세상이라고 말해 주었으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질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취한 세상안에 내가 있고
나도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을 텐데
728x90
'자작시와 자작소설 > 시; 14년 이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침묵에 대하여 - 타자가 되어 (0) | 2014.04.10 |
---|---|
안타까움에 대하여 - 이 시대의 독서법 (0) | 2013.03.19 |
외로움에 대하여 - 시간에 묻혀 (0) | 2013.03.13 |
아침을 밟으며 (0) | 2013.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