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또는 함께/학교에서 생각하는 78

담임의 졸업사(2025)

2025년 2월 7일 졸업식에3학년 4반에서  이 자리가 마지막 종례이겠구나.그동안 우리들이 함께했던 시간을 고마워하면서, 지금부터 한 사람 한 사람과 눈빛을 마주하면서 마지막 종례를 하려고, 너희의 마지막 담임으로서 너희 앞에 서 있구나.오늘이 졸업식이기는 하지만 졸업이 학창 시절의 마지막이라는 둥, 또는 새로운 시간의 시작이라는 둥, 이런 묵은 말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 한다. 그저 ‘앞으로 더 행복하렴.’ ‘앞으로 더 잘 살렴.’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하지만 오늘이 너희에게 분명 의미 있는 날이고, 축하받을 만한 날임이 틀림없기에, 이제 교사로서, 담임으로서 어른으로서, 몇 마디 말을 종례 삼아 남기려 한다. 오늘 너희는 드디어 학교를 떠나면서, 마침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면서, 아마 지난 세 해 ..

담임의 졸업사(2024)

담임의 졸업사 이제 한 장에 한 명씩 부르겠습니다. 이제 우리끼리 조촐하게 졸업식을 할 양입니다. 영광스러워야 할 졸업식을 조촐하다고 한 것은, 여기가 3학년 7반 우리들의 교실이기 때문입니다. 이 교실 안에는 떠나보내는 담임과 떠나가는 졸업생만이 있을 뿐입니다. 국민의례로부터 시작하여 각종 상장 수여에 근엄한 교장선생님 축사까지 이루어진 그런 졸업식이 아니라, 우리끼리의 마지막 만남이 소중한 졸업식입니다. 그렇기에 이제 남은 것이란 담임의 졸업장뿐입니다. 하기야 이것이 진정한 졸업식의 의미일 터입니다. 지지고 볶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3월의 어색한 대면에서 시작하였습니다. 드디어 수험생이 된 그대들과 그대들을 이끌고 가야 하는 담임의 악연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만남에서 우리는 아직도 겨울 방학의 게으름..

교원연구년으로 한 해를 잠시 쉬어가며

연구년을 신청하면서 교직에 들어온 시간과 지나온 학교 수를 다시 따져 보았다. 33년에 8학교. 함께했던 수많은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은 모두 기억하기에는 저 숫자의 무게가 너무 크다. 교육청에서 하는 교원연구년을 신청하였다. 다행히도 선발되었고, 덕분에 올 한 해 잠시 쉬어갈 수 있게 되었다. 아니, 올 한 해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제자의 편지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교무실 앞에 한 청년이 기다리고 있었다. 재작년, 작년 이태 동안 가르쳤던 아이 마음이 아파서 다른 또래들과는 다른 삶을 살았던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하는 아이. 대학에도 그런 전형으로 입학하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이제서야 기숙사에 들어간단다. 이제 매일 돌보아주던 부모님도 곁에 없고 챙겨주던 선생님들도 없을 텐데 그럼에도 막막한 세상으로 날아가려는 모양이다. 잘 지내고, 잘 이겨내고, 잘 살아내기를 빌며....

어느 졸업식

오전 9시 출근. 오전 9시 30분 빈 교실 둘러 보다. 오전 10시 졸업식. 교실도 강당도 운동장도 아닌 유튜브에서. 13시부터 졸업장과 앨범 학급별로 배부. 맨 끝반이라 16시에 아이들이 모였다. 신체 접촉은 하지 말라는데 , 그래도 손 한번씩 잡아주고 보냈다. 학부모들도, 다른 선생님도 없는 졸업식. 올해가 아마도 마지막 3학년 담임이 될 터인데. 그 마지막 졸업식을 그렇에 마치다. 그리고 아이들은 떠나갔다. 반장 녀석의 편지 한장을 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