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쓰레기, 그 위대한 역설

New-Mountain(새뫼) 2013. 2. 2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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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기 전에는 그 존재를 알지 못했습니다.

오늘 버려짐으로써 드디어 존재가 드러났습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버려지기 위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을 거고

버림을 처음부터 작정하고 쓸모를 궁리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작이나 중간이나 그런 것들은 모두 편리한 합리화가 되고,

지금은 오로지 버 려 지 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보 여 지 게 되는 것입니다. 

거기까지 생각하다 보면, 문득

문득 모든 것들은 버려지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무상한 마음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별하기 위해 사랑을 한다면 슬픈 일이겠지요.

죽음에 다가서기 위해 살아간다면 억울하겠지요.

그런데 버려지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존재이니

버려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거기까지 생각하다 보면, 갑자기

갑자기 버리고 있는 나도 버려지게 될 것이라는

초췌한 생각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버려질 때 나란 존재도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지금은 그저 버 리 고 있을 뿐이지만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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