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텍스트/옮겨온 고전 20

정학유의 흑산도 여행기 '부해기(浮海記)'

己巳(1808) 정학유 정민 역 2월 3일 지금 임금 원년 신유년(1801) 겨울에 -곧 가경 6년이다.- 중부(仲父)이신 손암 선생께서 흑산도로 귀양 가셨다. 섬은 나주 바다 가운데 있으니 큰 바다를 천 리나 건너야 한다. 바람과 파도가 몹시 거세서 집안사람이나 부자간이라도 감히 직접 가서 뵙지는 못하였다. 정묘년(1807) 봄에 학초(學樵)가 조운선을 타려고 행장을 이미 갖추었으나 병에 걸려 요절하고 말았다. 중부께서는 아득히 기다리시다가 달을 넘기고서야 궂은 소식을 들었다. 궁하고 외로운 처지를 슬퍼하다가 도리어 병이 되어 해를 넘기도록 앓아 누워 아침저녁을 기약할 수 없었다. 무진년(1808) 봄에 내가 강진에 가서 거칠게 아버님을 봉양하였다. 아버님께서 내 손을 붙드시더니 울면서 말씀하셨다. “..

충정공 민영환 관련 대한매일신보 기사 - 인천영화학교

대한매일신보 풀어 쓴 이 신영산 민충정 혈죽가 인천영화학교 학생들 민충정공께서 절개를 지켜 돌아가실 적에 입던 피 묻는 옷과 피 묻은 칼을 두었던 방에서 대나무가 나왔단 말을 듣고, 본 학교 교사 박용래 씨가 데리고 있던 학생 이서준 최영창 두 사람을 서울로 올려보내 충정공댁에 가서 자세히 보고 오라 하였더니, 두 학생이 즉시 서울로 올라가 충정공댁에 가 본즉 과연 방안에 마루 놓고 마루 위에 네 벽하고 네 벽 위에 각 장으로 장판을 하였는데, 당당한 충절죽이 늠름히 나왔는지라. 두 학생이 돌아와서 여러 학생과 더불어 본 대로 한 바탕 설명하였더니, 모든 학생이 눈물을 흘리며 충절가를 지었는데 왼쪽과 같았더라. 어화, 우리 학도들아, 이내 말씀 들어보소. 대한 동포 합심 기초 민충정의 공로로다. 이학준 ..

연암의 '영초고(嬰處稿) 서문'

정민의 '연암독본1' - 비슷한 것은 가짜다. '그때의 지금인 오늘' 자패子佩가 말했다. “비루하구나! 무관懋官의 시를 지음은, 옛사람을 배웠다면서 그 비슷한 구석은 보이지를 않는구나. 터럭만큼도 비슷하지 않으니, 어찌 소리인들 방불하겠는가? 촌사람의 데데함에 편안해하고, 시속時俗의 잔단 것을 즐거워하니 지금의 시이지 옛날의 시는 아니다.” 내가 듣고 크게 기뻐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것은 볼만하겠다. 옛날로 말미암아 지금 것을 보면 지금 것이 진실로 낮다. 그렇지만 옛사람이 스스로를 보면서 반드시 스스로 예스럽다 여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당시에 보던 자도 또한 하나의 지금으로 여겼을 뿐이리라. 그런 까닭에 세월은 도도히 흘러가고 노래는 자주 변하니, 아침에 술 마시던 자가 저녁엔 그 장막을 떠나간..

김법순과 김푼수의 손 그림 증서

풀이 신 영 산 右 標(우표) 事段(사단)은 本人(본인)이 與(여) 右宅傭女(우택용녀) 金紛守(김푼수)로 有厥情約(유궐정약)이온 바, 該女(해녀)가 幼有重病(유유중병)ᄒᆞ야 以終身復(이종신복) 役次(역차)로 宅之買萬(택지매만) 醫治(의치)가 三經三次而萬價至參百兩云(삼경삼차이만가지삼백냥운)ᄒᆞ이 今當率去該女之境(금당솔거해녀지경)에 右 萬價(우만가)를 不得不代爲辨納(부득부대위변납) 故(고)로 錢參百兩準數辨納(전삼백냥준수변납)ᄒᆞ고 該女(해녀)은 卽爲率去(즉위솔거)ᄒᆞ거온 日後(일후)에 若舊炳(약구병)이 復發(복발)이거나 或有其他(혹유기타) 事段(사단)이라도 更無退悔之意(갱무퇴회지의)로 成出此文(성출차문)ᄒᆞ고 與該女(여해녀)로 共納手形(공납수형)ᄒᆞ야 以爲憑據(이위빙거)ᄒᆞᆷ. 隆熙 四年(융희사년) 陰曆(음..

정약전의 '자산어보' 서

자산어보 서(玆山魚譜 序) 정약전(丁若銓, 1758~1816) 정명현 옮김 茲山者, 黑山也. 余謫黑山, 黑山之名, 幽晦可怖. 家人書櫃, 輒稱兹山, 茲亦黑也. 자산자 흑산야 여적흑산 흑산지명 유회가포 가인서궤 첩칭자산 자역흑야 ‘자산(玆山)’은 ‘흑산(黑山)’이다. 나는 흑산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는데, 흑산이라는 이름은 어두운 느낌을 주어서 무서웠다. 집안사람의 편지에서는 번번이 흑산을 자산이라 표현했다. ‘자(玆)’자 역시 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茲山海中魚族極繁, 而知名者鮮. 博物者所宜察也. 余乃博訪於島人, 意欲成語, 而人各異言, 莫可適從, 자산해중어족극번 이지명자선 박물자소의찰야 여내박방어도인 의욕성어 이인각이언 막가적종 자산 바다의 어족은 지극히 번성하다. 하지만 내가 이름을 아는 어족은 거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