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부두에서 멀리서 뱃고동소리는 울리고 있겠지만 물결 부딪는 소리만 요란한 이 순간은 애써 귀를 막아야 했다. 녹이 슨 철제난간에 비스듬히 온 마음을 의지하면 구름에 가려진 일몰이 안타깝다. 집요하게 옷섭을 파고들던 바닷바람도 지금은 가난한 창부처럼 조용히 잠이 들어 검은 물살 위에 하나 둘 잠긴 작은 섬그늘이 한 걸음 내달아오고 하나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험한 물건너 배를 타고 다가오는 사람들의 무리 그 속에서 우연히 어머니 오늘 물 건너 올 사람은 없다고 한다. 세상이 끝나는 곳으로 지리한 발돋움을 하고 모두들 일몰을 보려고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