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교사 정년이니 월급 삭감이니 옥식각신 하는 이들 옆에서 나는 태연하게도 너무나 태연하게도 철 지난 잡지를 뒤적인다. 새로움도 없고, 산뜻함도 없이 그저 묵은 냄새로 지난 세월을 따지는 그런 의미 없는 글자 속에서 그저 과거로 헤엄쳐 나가는 것이다. 쪼그리고 앉아 교과서를 펴거..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8년 즈음 2013.02.19
환절기 바람 없는 하늘가 찍혀지는 것은 구름처럼 팔 위 다리 위 번져오는 마른 버짐. 이것이 전부라면 차라리 다행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이 계절이 끝나기 전에 남은 게 많다. 콜록콜록 야윈 기침, 허옇게 스멀거리는 가려움 작은 몸뚱아리는 계절의 변화에 이렇듯 치열하게 사랑하며 싸우며 견..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8년 즈음 2013.02.19
상가집에서 꾸벅꾸벅 절하고 고인과 나와의 관계를 짐작해도 여전히 처음 보는 사람이다. 그래도 두 손 모으고 삼가 명복을 빕니다. 삼가 해는 아직도 중천인데 오락가락, 술 한 잔 먹지 않고 돌아오는 길 괜한 눈물만 난다. 저이가 내게 무슨 은혜를 베풀었기에 그러나 누군 죽고 누군 남아 어두워지..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8년 즈음 2013.02.19
늦은 전철 안 빚 보증으로 고생한다며 나보다 더 아니든 동료의 훌쩍거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 태평성대 태평 태 …… 구두위 찍혀 있는 선명한 누구의 발자국 내려다보며 지금은 태평성대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8년 즈음 2013.02.19
사람들 죄송합니다. 어깨를 비벼가며 또 죄송합니다. 내가 본래 당신의 뒤였음으로 이제사 다시금 앞으로 오게 되엇나니 그래서 죄송합니다. 언제 보았던 모습이었을까 뒤통수처럼, 등짝퍼럼, 엉덩이처럼 앞을 뒤와 같이 두고 죄송합니다만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8년 즈음 2013.02.19
가지 않는 길 딸아, 떨리도록 불러보는 하늘 아래 젊은 아빠들의 미어지는 가슴으로 갈 길을 찾아본다. 차음부터 두 갈래 길이 있었을까? 누구의 바람대로 어느 한 길을 택하고, 훗날 간 길,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추억하게 될까? 그러나 딸아. 길이 한 갈래였던 것처럼 사람들은 오로지 한길로만 나아갈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8년 즈음 2013.02.19
풍경 머뭇거리며 둘러보는 눈매속에서 하루를 읽는다. 빈자리를 찾으려는 그래도 어딘가 갈 곳이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다행인 시대를 살아가며 낯선 사람 낯선 몸들이 부딪히며 또는 적당하게 한 의자에서 몸을 섞어가며 하루는 투쟁이다. 그렇게 시작 어깨 넘어 펼쳐진 신문 위 낯선 글자들..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8년 즈음 2013.02.19
세상살기4 비람에 어울려 오는 냄새의 정체를 찾으려 거리로 간다. 낯선 곳이라면 더욱 좋다. 떨어져 날리는 잎새 하나라도 조심 차마 밟지 않으려 시선은 반짝 가을 햇살처럼 발 끝에 내리꽂힌다. 누가 묻거든, 세상 살아가는 방법이 뭐냐고 그저 선승처럼 송강처럼 저 하늘 한쪽을 가리킬 뿐이고,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8년 즈음 2013.02.19
세상살기3 여름이 아니다. 가을이다. 그래도 줄기차게 꺼내 입는 여름 옷에서 떨어지는 잎들 뿌듯이 돋는 계절을 갈망함이 아니겠는가 하늘은 푸르고 푸르고 더 높지만 게 제 얼굴을 비춰볼라던 기분 좋던 허울은 주머니 속 깊은 데서 꼼지락거리고 다만 그 아래로 묵묵히 걸을 뿐이다. 헛되게 세상..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8년 즈음 201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