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에필로그 신기정가 지은이 산중처사 어리석은 이 인생이 제 팔자 제 몰라서 망령된 어린 마음 부귀를 구하려니 어화 허사로다, 세상사 허사로다. 공명은 아니 오고 흰 머리 뿐이러니 지천명 되온 후에 내 팔자 내 알리라. 좁쌀밥이 다 익을 제 긴 잠에서 깨어나니 꺼림 없는 녹수청산 한가한 서운 골에 안개 노을 의지하고 사슴이 벗이 되어 우연히 정한 터가 이곳이 별천지라. 이름 좋고 경치 좋은데 한 칸 초가 짓고지고. 불타산 맑은 곳에 흰 구름을 높이 쓸어 절벽 위에 하늘 아래 네 면이 석벽이라. 하늘이 만들었으니 인력이 아니로다. 무릎이 옮겨지니 넓고 큰 집 바라겠나. 절묘한 산정에서 눈앞을 바라보니 자맥봉은 저기 있고 임수봉은 앞에 뵌다, 뒤에서는 연화봉서 맑은 바람 건듯 불어 봉봉마다 장한 기상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