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교육대18 - 일기 오늘도 하루의 모순 속에서 긴 시간이 꿈결처럼 지나가고 여기 앉아 뭔가 쓰려 앉아 있어. 하지만 백지처럼 창백한 뇌리에서 내 존재의 위치는 어디인가. 몸은 이미 이역을 등졌지만 남을 감상을 안타깝게 감싸고 감싸고 그리고 울고 싶다. 맑은 가슴을 다 드러내고 오늘의 기억이 다 지..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89년~91년 2013.02.19
신병교육대17 - 겨울 떨고 있는 초병 무겁게 내리누르는 철모 위로 또 몇 켜 서릿발이 쌓이고 있다. 그렇게 맞는 철원의 첫 겨울은 초병의 양볼을 차갑게 경직시키고 가슴을 아프게 찢어버려.... 그 고독 속에서 홀로 왔다 갔다 서성여야 하는 초병 시계는 겨우 오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초병이 부르고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89년~91년 2013.02.19
신병교육대16 - 쓰레기를 태우며 오늘도 마대 가득히 쓰레기를 채우고 오물장을 향하여 천천히 나아갑니다. 푸른 군복을 입은 지 한달여 그간 신병교육대에서 맡은 보직은 쓰레기 당번 달려드는 파리떼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아깨에 파고드는 마대자루의 날카로움 그러나 조금은 기쁘게 쓰레기를 멜 수 있음은 이 자루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89년~91년 2013.02.19
신병교육대15 - 포복 두 팔꿈치와 두 무릎 그리고 이것이 나를 지탱하는 전부. 살갗이 벗겨져 나가는 아픔으로 그대는 흙먼지 풀풀 이는 연병장에서 무얼 찾고 있는가. 벌써 십여미터 앞으로 나아갔지만 어디에도 이 땅의 내음을 맡을 수 없고 이 땅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으니 시월의 차운 흙바닥에 머리를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89년~91년 2013.02.19
신병교육대14 - 향수 저 푸른 가을 하늘 아래면 군인이라도 앳된 동심이 되어 누구 얼굴을 그려본다. 마악 터질 듯 고운 철원 하늘은 머리 속에 그려지는 모든 얼글들 다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늙으셨을 홀아비 아버지 떠나온 교실, 즐거운 아이들 미소 지금은 반도 어느 곳에서 역시 푸른 군복을 입었..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89년~91년 2013.02.19
신병교육대13 - 행군 발바닥에 잡힌 물집이 터져 게 생채기에 피멍이 흐르는 새벽, 훈련병들의 긴 행렬 발끝에 몰리는 통증 등줄기로 흐르는 식은땀의 싸늘함 우리는 낱낱까지 헬 듯한 밤하는 은하수를 그리워한다. 지금 걷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끝없이 이어지는 철원평야 그러나 넓은 들의 광활함은 이미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89년~91년 2013.02.19
신병교육대12 - 야간 보초 머리에 이고 있는 별빛의 아름다움보다 미류나무 잎사귀의 스산한 부딪힘 몸에 들고 있는 푸른 소름의 쓸쓸함보다 지금은 들고 있는 소총이 무거워서 추위에 떨고 있는 훈련병, 자네는 철원의 겨울을 맞으려 예 서 있나 철원의 겨울, 그대가 아직 어색한 모습의 군인을 맞이하나 흐트러..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89년~91년 2013.02.19
신병교육대11 - 가스실에서 가슴을 쥐어 뜯는 처절함이 있다. 누굴 위한 눈물인지도 모르는 애절함이 무섭게 쏟아내린다. 기껏해야 세평 네평 남짓 푸른 천막, 흰 연기 그 속에 묻힌 훈련병들은 섧게 울고 있다. 울다가 울다가 몸안 마지막 수분까지 쥐어짜려는 듯 아예 힘겨운 통곡을 하고 그리고 제 분을 이기지 못..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89년~91년 2013.02.19
신병교육대10- 계급장을 받고 한 획 가로 그어졌을 뿐인 참 단순한 이병 계급장 이 작대기 하나를 받고 훈련병은 부호의 무거운 가치에 대해 길지 않던 지난 일을 헤아리다. 이것 하나 얻고자 치루어야 했던 땀과 고독의 통과의례 푸른 군복에 새겨넣기 위한 젊음과 슬픔의 이정표 하지만 이정표는 끝이 아닌 시작으로..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89년~91년 2013.02.19
신병교육대9 - 어린 전우 푸른 모포에 깊숙히 얼굴 묻은 어린 전우가 울고 있다. 취침 나팔은 벌써 울리고 어둔 조명 아래 다들 혈육으로부터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멀리 고향으로부터 온 편지에 입 가듯한 미소를 숨겨 즐거운데 어린 전우는 울고 있다. 그는 아직 한통의 편지도 받지 못했다. 낯선 이들과 낯선 장..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89년~91년 201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