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가을에 늘 그 길이다. 어제의 그 길에서 문득 풍경이 많이 사위었다. 맞잡고 가는 아내의 손이 많이 여위었다. 어제의 그 길이다. 늘 그 길에서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6.09.23
김광석을 들으며 김광석을 들으며 '서른 즈음에'와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함께 듣는다. 그렇게 훌쩍 지나가는 시간의 간극에서 겪고 있는, 또 겪어야 할 아픔을 함께 듣는다. '나는 너를 떠날 수는 없을 것만 같아'의 다짐과 '지친 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밖에'의 안타까움을 함께 듣는다.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6.09.13
가을 단상 가을 단상 문득 일이 없음을 깨달았기에 나선 길이기에 늦은 밤 한가한 서성거림을 글에 담아둘 필요는 없었지만 마른 공원, 간간 풀벌레 소리가 계절처럼 흐르는데 게 함께 들리는 걸음에 채인 밭은 먼지의 푸석거림. 아까부터 앞선 그림자를 따르다가, 아니 내가 앞이었나. 잠시 궁리해..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6.09.11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가만히 손 잡으려 애틋하게 응시하다. 가야하리 이제. 머뭇머뭇 차마 떨리어 네 눈에 담겨 있는 내 눈에 가득 널 담았는데… 돌아서면 못 보리라. 안타까워 응시하다. 그래도 가야기에 약속처럼 남기는 말… 어디서 무엇이 되어 우리 다시 만나리.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6.05.02
동거 동 거 얼마간 푸드득하더니 또 가끔 째째하더니 주방 후드 굴뚝 안에 둥지를 틀었다. 작은 새, 예쁜 새들이 아래를 향한 좁은 문으로 알루미늄으로 도배된 심하게 굽은 복도를 지나 더운 열기 시끄러워도 작은 방, 예쁜 방을 만들고 거기에서 사랑을 하고 새끼를 기르면서 살아갈 모양이..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6.04.14
부끄러움에 대하여 부끄러움에 대하여 - 영화 동주를 보고 영화 대사를 기억했다. 부끄러움을 아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부끄러운 것이다. 정말 그러한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에게 어찌 부끄러움을 일깨울 것이며 부끄러움이 고통스런 이들에게 어찌 부끄러움을 더 강요할 것..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6.02.20
지나옴에 대하여 지나옴에 대하여 - 동창회, 겨울바닷가에서 모랫바람에 마모된 햇빛은 이제 겨우 우리들 눈높이에서나 여기쯤이다 하고 제 존재를 확인시켜 줄 뿐이다 - 오기로 한 이들은 모두 모이지 않았다. 한 때는 뜨겁거나 혹은 아주 높이 저를 자랑했을 터인데 지금은 시간의 흔적으로 남아 긴 여..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6.01.31
비오는데 새벽에 빗소리에 잠을 깨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때에 가만 누워 빗소리를 하나하나 헤아리며 듣다가 일어나 새벽으로 세상과 마주하다. 꽤나 흔들리고 있는 나뭇가지라든가 거기에서 부딪혀 오는 방울이라든가 이렇게 창문에 새겨지는 미세한 느낌들이 감각을 더듬는다. 서늘하다. 지금 혼자..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5.06.26
앓다 앓다 세상은 커녕 인생에조차 호통도 못치더니 기어이 제 몸 하나도 이겨내지 못하더라 스며든 아픔보다는 핑핑한 어지러움을 더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작금의 사태를 진단해 보겠다고 쓸만큼 쓴 육체라서 통제할 수 없는 것인지 유쾌함만 추구하던 시간이라서 이제 불쾌함만 남은 것인..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5.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