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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다
산을 오르다
돌에 채이거나 나뭇가지에 긁히는 아픔으로 아래로의 순리를 거스르면서도
숲 안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단 하나의 인공적인 개체는 기어이 산을 오르다
산을 오르다
어둑하니 산 그림자 사이로 가끔 보이는 한 줌 하늘에서조차 축축하게 흩뿌리는
안개빗속에서 이젠 시선 속에 나밖에는 없게 된 시간이 망각된 산을 오르다
그렇게 산을 오르다
힘겨움으로 내가 내 다리들을 이끌고 올라가는 것인지
무상함으로 내 다리들이 나를 이끌고 걸어가는 것인지
산을 오르다
그러다 지금은 산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길이 산에 있고 그 길을 걸을 뿐이라고
그저 걸음은 일상이라고 일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걸어가며 산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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