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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거닐었다.
낮이다. 학교이다. 창문은 열려 있어
여기저기서 교실에서 이런저런 소리들이 경계를 넘어 온다
맞다. 그렇다. 아닐 것이다. 해야 한다. 기억해라. 쓰면 읽어라. 말하기에 적어라.
이런 소리들을 어깨 위에 담았다가 흩어버렸다 .
지금이야 저런 소리들의 생산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잠시 거닐었다.
거닐다 문득 시선이 향한다.
저쪽에 울타리가 있다. 직선으로 안과 밖을 경계하고 있어
저기를 넘을 수는 없을 거다. 지금은 낮이니까, 그리고 학교니까
그래도 울타리를 따라 걷는데, 그 이유는 없다. 걷다가
몇 그루 소담하게 울타리를 덮는 빨간 장미 덩굴을 헤아린다.
경계는 은폐되어 있다.
그 경계 즈음에서 저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제 여름이다.
머리칼 새로 뜨거움이 쏟아진다. 땀이 이마에 맺히도록
얼마나 되었을까 헤아려보고
원래 자리로 뒤돌아 가는 길.
지금은 혼자이지만, 곧 아우성하는 이들 사이에 있을 거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속에 지켜본 풍경은 많지 않다. 늘 그렇다.
잠시 맡아본 여름의 오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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