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벽에는 문이 있다

New-Mountain(새뫼) 2014. 11. 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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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는 문이 있다 *

               

늘 그랬었어

왜 내가 가는 길만 험할까 의심하다가 

다다르는 곳, 거기는 

큰 벽 막막하게 막혀 있고 

아무리 살펴도 쥐고 당길 문고리 하나 없는 


늘 그랬었어

그 벽 앞에 쭈그려 앉았다가

한 번 두드려도 못하고, 결국

온 길 되짚어 물러나는 것을

어디로 가려했는지도 아예 기억 못하고


그리고 그 다음 다시 어느 날에는 

늘 그랬던 것처럼

다시 그 벽 앞으로 서 있는 거지

원망스레 흘겨보며

벽은 문 없는 벽이고, 

벽은 늘 벽이고, 그러다가


늘 그랬기에 

어제처럼 벽 앞에 서고, 내일도 그렇겠지

그러면 내가 가려고 하는 길은 

벽을 찾기 위한 길이 아니었을까  

벽을 찾기 위해 문을 연 것이 아니었을까 

 

* 정호승의 산문집에서 한 구절 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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