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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는 문이 있다 *
늘 그랬었어
왜 내가 가는 길만 험할까 의심하다가
다다르는 곳, 거기는
큰 벽 막막하게 막혀 있고
아무리 살펴도 쥐고 당길 문고리 하나 없는
늘 그랬었어
그 벽 앞에 쭈그려 앉았다가
한 번 두드려도 못하고, 결국
온 길 되짚어 물러나는 것을
어디로 가려했는지도 아예 기억 못하고
그리고 그 다음 다시 어느 날에는
늘 그랬던 것처럼
다시 그 벽 앞으로 서 있는 거지
원망스레 흘겨보며
벽은 문 없는 벽이고,
벽은 늘 벽이고, 그러다가
늘 그랬기에
어제처럼 벽 앞에 서고, 내일도 그렇겠지
그러면 내가 가려고 하는 길은
벽을 찾기 위한 길이 아니었을까
벽을 찾기 위해 문을 연 것이 아니었을까
* 정호승의 산문집에서 한 구절 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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