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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이다. 가로등은 밝혔지만 걸음이 조심스럽도록 숲은 어둡다. 간혹 띄엄 오가는 사람들은 나도 그들도 소통은 없다. 그렇기에 적막은 완벽하다. 저 멀리 시내 불빛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듣지 않는다. 잠자코 발 밑으로 이어지는 길만 걷는다. 애초 그러기로 했다. 애초 주변은 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발등만 보며 걷기로 했다. 이는 먼지, 어둠이어도 풀풀한 흙냄새가 짙다. 깊은 가뭄이라고 했다. 벌써 어둠이 주변을 감쌌어도, 세상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다. 목이 많이 마르다. 말라 있기에, 말라 있기에 목이 많이 마르다. 얼마나 더 가야만 하는가. 그러나 이런 혼잣말이 부질없음을 곧 깨닫는다. 애초 갈 곳을 마련한 것이 아니잖는가. 그러면 예 뿌리를 내려아야 하는가, 그러해야 하는가. 내가 나무가 되기 위해 나무가 내가 되어야 하는가. 여전히 가뭄이기에 다시 목이 마르다. 이 길을 걷기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는지 아무런 헤아림이 없어도, 여전이 끝은 보이지 않는다. 숲처럼 시간은 메말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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