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 372

(판소리)신재효성두본 춘향가 - II. 이별과 회유 (1/3)

II. 이별과 회유 가. 부디 나를 잊지 마오, 내 너를 잊겠느냐 찾을 날을 기다리라. 도령님을 불러 세우고 사또 분부하시기를, “내가 원을 갈렸기로 장부를 정리하고 갈 터이니 너는 내행 다 뫼시고 내일 먼저 길을 떠나라.” 도령님이 천만의외 이 분부를 들어 놓으니 가슴이 깜짝 놀라 쥐덫이 내려진 듯 두 눈이 캄캄하여 흑백 분별할 수 없다. 일 되어가는 형세가 위급하니 되던지 못 되던지 사정이나 하여 볼까 잔기침 버썩 하며 어리광 뽄새로 말을 내어, “소자가 캑, 남원 와서 캑, 춘정을 캑, 못 이기어 캑.” 말을 채 못하나 자식을 아는 이는 아비밖에 없음이라. 사또 벌써 아시고 말 못 하게 호령한다. “관장질로 먼 시골에 오면 자식을 버린단 말 이야기로 들었더니 너를 두고 한 말이라. 아비 고을 따라와..

(판소리)신재효성두본 춘향가 - I. 만남과 사랑 (4/4)

라. 사랑 사랑 사랑이야, 이성지합 우리 연분 백년해로 함께 하자 춘향이가 들어와서 어미 옆에 고이 앉아 손가락을 입이 넣고 고운 눈썹을 나직하니 도령님 좋아라고 저의 어미와 수작하여, “자네 딸이 몇 살인가?” “임자 사월 초파일에 이 자식을 낳았지요.” “어허, 신통하네. 나하고 꼭 나이가 같구나. 오늘 내가 심심하여 광한루의 나왔더니 추천하는 자네 딸이 하릴없는 선녀이기로 광한루에 데려다가 백년가약 맺을 터이나, 노모 있는 여염집 여자 마음대로 불러오라 할 수 없어 자네 허락 듣자 하고 자네 찾아 나왔으니, 자네 의사 어떠한가?” 춘향 어미 대답하되, “무남독녀 저 자식을 제 아비가 일찍 죽고 어미 혼자 길러내어 저와 같은 배필 얻어 이 몸이 살았을 때 죽고 난 후 의탁하자 하옵는데, 도령님은 지체..

(판소리)신재효성두본 춘향가 - I. 만남과 사랑 (3/4)

다. 글이 가고 글이 오니, 마음을 알리로다, 밤에나 찾아보자. 방자를 보낸 후에 상단을 돌아보며, “못난 내 까닭으로 마누라님 탈 있으면 이 일을 어찌할꼬. 사세를 생각하면 가 봄 직도 하다마는 갔다가 꽉 붙들려 부부 되자 하게 되면 여자의 한평생 큰일을 경솔히 하겠느냐? 한나라 탁문군은 사마상여 문장 풍채 본 연후에 좇아가고, 당 시절 홍불기는 이위공의 영웅스러운 기상 본 연후에 찾아가니 도령님 생긴 모습과 태도 방자 말만 믿겠느냐? 네 눈으로 보았으면 대강 짐작할 터이니, 광한루 건너가서 지나가는 아이같이 도령님을 보고 오라.” 상단이 대답하고 광한루에 급히 가서 기둥 옆에 몸을 감추고 도령님을 바라보니, 있는 그대로 아이 신선이라. 말하고 웃는 거동 볼수록 어여쁘다. 바쁘게 돌아와서 기쁘게 하는 ..

(판소리)신재효성두본 춘향가 - I. 만남과 사랑 (2/4)

나. 춘향이를 불러오라, 천번 만번 청하여도 나는 아니 갈 터이다. 그저 여기저기 거닐면서 돌아보노라니, 난데없는 둥글고 밝은 달이 푸른 구름 사이에 오락가락, 정신을 겨우 수습하고, 유심히 다시 보니 밝은 달은 미인이요, 푸른 구름은 푸른 나무 그늘이라. 나타났다 사라지는구나. 오락가락 그네 뛰는 거동이라. 마음속에 의심하고 부정하며 보고 보고, 또 보와도 사람은 사람이나 분명한 선녀로다. 봉황을 타고 올라가니 진나라 누각의 농옥인가. 구름 타고 내려 오니 양대의 무산신녀인가. 어찌 보면 훨씬 멀고, 얼른 보면 곧 가까워 들어갔다 오는 양, 꾀꼬리는 금빛 북이 되어 날아다니며 버들 실을 짜고 있고, 제비가 꽃을 차니 그 꽃이 춤추는 자리에 떨어지는구나. 도령님 혼을 잃은 듯 맥 놓고 서서 보다 방자에게..

(판소리)신재효성두본 춘향가 - I. 만남과 사랑 (1/4)

I. 만남과 사랑 가. 절대가인 춘향이와 관옥풍채 이몽룡이 광한루서 만나노라.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이 생길 때는 강산 정기 타서 난다. 저라산 약야계에 서시가 따라 나타나고, 뭇 산과 모든 계곡이 달려가는 형문산에서 왕소군이 나서 자라고, 쌍각산이 빼어나게 아름다워 녹주가 생겼으며, 금강의 부드러움과 아미산의 빼어남은 설도를 낳았으니, 호남좌도 남원부는 동쪽으로 지리산, 서쪽으로 적성강 산수정기 어리어서 춘향이가 생겼구나. 춘향 어미 물러난 기생으로서, 사십이 넘은 후에 춘향을 처음 밸 제 꿈 가운데 어떤 선녀 복숭아꽃과 오얏꽃 두 가지를 두 손에 갈라 쥐고, 하늘로 내려와서 복숭아꽃을 내어 주며, “이 꽃을 잘 가꾸어 오얏꽃에 접을 붙였으면 늘그막에 즐거움이 좋으리라.” 꿈 깬 후에 아이를 ..

(완판)열녀춘향수절가 - V. 재회 (5/5)

마. 높은 절개 빛이 나니 어찌 아니 좋을쏜가 사대문에 방 붙이고 옥 형리 불러 분부하되 “네 고을 옥에 있는 죄인들을 다 올리라.” 호령하니 죄인을 올리거늘, 다 각각 죄를 물은 후에 죄 없는 자들을 풀어줄 새 “저 계집은 무엇인고?” 형리 여쭈오되 “기생 월매 딸이온데 관아의 뜰에서 사납게 군 죄로 옥중에 있삽내다.” “무슨 죄인고?” 형리 아뢰되 “본관 사또 수청으로 불렀더니, 수절이 정절이라 수청 아니 들려 하고 사또 앞에 사납고 못되게 군 춘향이로소이다.” 어사또 분부하되 “너만 년이 수절한다고 관아의 뜰에서 못되게 굴었으니 살기를 바랄쏘냐. 죽어 마땅하되 내 수청도 거역할까?” 춘향이 기가 막혀 “내려오는 원님마다 개개이 이름이 났구나. 수의사또 들으시오. 험한 바위가 겹겹이 높은 바위 바람 ..

(완판)열녀춘향수절가 - V. 재회 (4/5)

어사또 춘향 집에 나와서 그날 밤을 새려 하고 문안 문밖 사정을 알아볼 새, 길청에 가 들으니 이방 승발 불러 하는 말이 “여보소. 들으니 수의사또가 새문 밖 이씨라더니, 아까 삼경에 등롱불 켜 들고 춘향 모 앞세우고 찢어진 옷과 갓을 쓴 손님이 아마도 수상하니, 내일 본관 잔치 끝에 하나부터 열까지를 구별하여 일부러 탈을 만드는 일 없도록 십분 조심하소.” 어사 그 말 듣고 “그놈들 알기는 아는데.” 하고 또 장청에 가 들으니 행수, 군관 거동 보소. “여러 군관님네, 아까 옥 근처를 오락가락하는 걸인 실로 괴이하데. 아마도 분명 어사인 듯하니 얼굴 그린 그림을 내어놓고 자세히 보소.” 어사또 듣고 “그놈들 모두가 귀신 같도다.” 하고 현사에 가 들으니 호장 역시 그러하다. 육방 사정을 다 실핀 후에 ..

(완판)열녀춘향수절가 - V. 재회 (3/5)

다. 청운에 오르거든 원한이나 풀어주오 이때 향단이 옥에 갔다 나오더니 저의 아씨 야단 소리에 가슴이 우둔우둔 정신이 울렁울렁 정처 없이 들어가서 가만히 살펴보니 전의 서방님이 와 계시는구나. 어찌 반갑던지 우루룩 들어가서 “향단이 문안이오. 대감님 문안이 어떠하옵시며 대부인 건강은 안녕하옵시며 서방님께서도 먼 길에 평안히 오셨나이까?” “오냐. 고생이 어떠하냐.” “소녀 몸을 아무 탈이 없사옵니다. 아씨 아씨, 큰아씨. 마오 마오, 그리 마오. 멀고 먼 천리 길에 뉘 보려고 와 계시기에 이 괄시가 웬일이오. 애기씨가 알으시면 지레 야단이 날 것이니 너무 괄시 마옵소서.”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먹던 밥에 풋고추 저리김치 양념 넣고 단간장에 냉수 가득 떠서 모난 쟁반에 받쳐 드리면서 “더운 진지 할 동안에 ..

(완판)열녀춘향수절가 - V. 재회 (2/5)

나. 사또가 모질더라 이도령이 무정터라 한참 이러할 제 한 농부 썩 나서며 “담배 먹세. 담배 먹세.” 갈멍덕 숙여 쓰고 두던에 나오더니 곱돌조대 넌짓 들어 꽁무니 더듬더니 가죽 쌈지 빼어 놓고 세차게 침을 뱉어 엄지손가락이 자빠지게 비비적비비적 단단히 넣어 짚불을 뒤져 놓고, 화로에 푹 찔러 담배를 먹는데 농군이라 하는 것이 담뱃대가 빡빡하면 쥐새끼 소리가 나것다. 양 볼때기가 오목오목 콧구멍이 발심발심 연기가 홀홀 나게 피워 물고 나서니 어사또 반말하기는 이골이 났지. “저 농부 말 좀 물어보면 좋겠구먼.” “무슨 말.” “이 고을 춘향이가 본관에 수청들어 뇌물을 많이 먹고 백성들 다스리는 일에 큰 폐단이 된단 말이 옳은지.” 저 농부 열을 내어 “게가 어디 사나?” “아무 데 살든지.” “아무 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