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이별과 회유 가. 부디 나를 잊지 마오, 내 너를 잊겠느냐 찾을 날을 기다리라. 도령님을 불러 세우고 사또 분부하시기를, “내가 원을 갈렸기로 장부를 정리하고 갈 터이니 너는 내행 다 뫼시고 내일 먼저 길을 떠나라.” 도령님이 천만의외 이 분부를 들어 놓으니 가슴이 깜짝 놀라 쥐덫이 내려진 듯 두 눈이 캄캄하여 흑백 분별할 수 없다. 일 되어가는 형세가 위급하니 되던지 못 되던지 사정이나 하여 볼까 잔기침 버썩 하며 어리광 뽄새로 말을 내어, “소자가 캑, 남원 와서 캑, 춘정을 캑, 못 이기어 캑.” 말을 채 못하나 자식을 아는 이는 아비밖에 없음이라. 사또 벌써 아시고 말 못 하게 호령한다. “관장질로 먼 시골에 오면 자식을 버린단 말 이야기로 들었더니 너를 두고 한 말이라. 아비 고을 따라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