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신채효성두본 춘향가

(판소리)신재효성두본 춘향가 - I. 만남과 사랑 (1/4)

New-Mountain(새뫼) 2020. 7. 4. 14:53
728x90

I. 만남과 사랑

 

가. 절대가인 춘향이와 관옥풍채 이몽룡이 광한루서 만나노라.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이 생길 때는 강산 정기 타서 난다. 저라산 약야계에 서시가 따라 나타나고, 뭇 산과 모든 계곡이 달려가는 형문산에서 왕소군이 나서 자라고, 쌍각산이 빼어나게 아름다워 녹주가 생겼으며, 금강의 부드러움과 아미산의 빼어남은 설도를 낳았으니,

호남좌도 남원부는 동쪽으로 지리산, 서쪽으로 적성강 산수정기 어리어서 춘향이가 생겼구나. 춘향 어미 물러난 기생으로서, 사십이 넘은 후에 춘향을 처음 밸 제 꿈 가운데 어떤 선녀 복숭아꽃과 오얏꽃 두 가지를 두 손에 갈라 쥐고, 하늘로 내려와서 복숭아꽃을 내어 주며,

“이 꽃을 잘 가꾸어 오얏꽃에 접을 붙였으면 늘그막에 즐거움이 좋으리라.”

꿈 깬 후에 아이를 배어 열 달 차서 딸 낳으니, 도화는 봄 향기라 춘향이라 이름하여 일곱 살부터 글 가르쳐 날로 달로 나아가는 재주 헤아릴 수 없었구나.

길쌈에 바느질에 심지어 풍류 속을 모를 것이 없었으니, 노비를 대신 대신 넣어 종의 신분에서 놓여 나고 집에 있어 공부하여 바깥사람들과 통하지 아니하니, 깊숙한 규방에서 자라니 누구도 알지 못해 얼굴 아는 이 흔치 않구나.

이때에 남원부사 오신 양반 이등 사또 간 곳마다 백성을 잘 다스리로다. 도임한 대여섯 달만에 정치가 잘 다스려져서 백성들이 화목하며, 거리거리 선정비라. 

사또 자제 도령님이 나이는 이팔인데, 얼굴은 옥처럼 아름답고, 풍채는 두목지라. 이백의 문장이요, 왕희지의 글씨라.

사또 따라 내려와서 글공부만 힘쓰더니, 하루는 날씨기 화창하거늘 문을 열고 둘러보니, 강가의 버들은 우거져서 성근 안개를 띠었는 듯, 먼 산은 가물가물하여 맑은 기운 어리는 듯, 지체 높은 가문의 자손들이 벗님네들과 봄에 파랗게 난 풀을 밟으며 높은 산에서 노니는 때라.

속 맛을 못 금하여 방자 불러 하는 말이,

“네 고을 광한루가 경치가 유명하다 하니 오늘은 귀경 가게 나귀 안장 지어 오라.”

서산나귀 솔질 솰솰, 붉은 고삐와 재갈, 산호 채찍, 옥 안장에 비단 자리, 황금 재갈, 붉고 푸른 끈, 고운 굴레 상모 물려 덤뻑 달아, 층층 다래, 은엽으로 만든 등자, 호랑이 가죽 돋움 모양이 있다.

도령님 거동 보소. 김 같고 찰진 머리 느슨하고 곱게 땋아 갑사댕기 드렸으며, 백옥 같은 고운 얼굴 세수하고 곱게 분 바르고, 보랏빛 수주 누비저고리, 성천 수주 누비바지, 삼승 버선 통행전에 남한 포단 잡아매고, 진초록 통대자에 검푸른 대단으로 만든 두루주머니를 당팔사 끈을 매고, 모초단의 덧저고리 금패 단추 달았으며, 질 좋은 비단으로 만든 소창의에 한산모시에 구슬 옥색 몸에 맞게 지은 도포 초록 수실 한림띠를 맵시 있게 눌러 띠고, 자전 운대, 태사당혜 나귀 등에 선뜻 올라 완월루 바싹 나서니, 성 남쪽의 넓은 길에 말안장에 말발굽 소리 구슬소리 부딪히니, 봄날 성안에 꽃이 날리지 않는 곳이 없고, 떨어진 꽃잎이 가득한데 사람은 선동이요, 가는 나귀는 날아가는 용이라. 가련한 사람과 말이 서로 반짝이니 성안 사람마다 그 누가 사랑하지 않으랴.

채를 쳐 바삐 몰아 광한루 앞에 당도하여 노둣돌에 선뜻 내려 누각 위에 올라가 높은 곳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아름다운 공기 속에 녹음이 울창하다.

영리한 저 방자가 사면 지명 다 고한다.

동편을 가리키며,

“구름 밖에 은은한 게 지리산 남쪽 기슭인데, 신선이 내려와 노는 데요.”

서편을 가리키며,

“엄숙한 뜬 기운이 관왕묘를 모셨으니 신령스럽고 이상한 일 많습지요.”

남쪽을 가리키며, 저 산을 넘어가면 구례가 접경이온데, 화계 연곡 명승지지요.“

북쪽을 가리키며,

”저것은 교룡산성으로 전라좌도 경계에서 중요한 땅이지요.“

도령님 들으신 후,

“네 말 듣고 경치 보니, 이게 어디 인간 세상이냐? 내 몸에 날개가 돋아 하늘 위에 올라왔나?”

뒷짐 지고 걸으면서 혼자 탄식하는 말이,

“광한루는 좋다마는 항아는 어디 갔는가? 오작교 분명하니 직녀성을 거의 볼 듯하도다.”

맵시 있는 저 방자가,

“이랴.”

채를 쳐 바삐 몰아 광한루 앞에 당도하여 노둣돌에 선뜻 내려 누각 위에 올라가 높은 곳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아름다운 공기 속에 녹음이 울창하다.

영리한 저 방자가 사면 지명 다 고한다.

동편을 가리키며,

“구름 밖에 은은한 게 지리산 남쪽 기슭인데, 신선이 내려와 노는 데요.”

서편을 가리키며,

“엄숙한 뜬 기운이 관왕묘를 모셨으니 신령스럽고 이상한 일 많습지요.”

남쪽을 가리키며, 저 산을 넘어가면 구례가 접경이온데, 화계 연곡 명승지지요.“

북쪽을 가리키며,

”저것은 교룡산성으로 전라좌도 경계에서 중요한 땅이지요.“

도령님 들으신 후,

“네 말 듣고 경치 보니, 이게 어디 인간 세상이냐? 내 몸에 날개가 돋아 하늘 위에 올라왔나?”

뒷짐 지고 걸으면서 혼자 탄식하는 말이,

“광한루는 좋다마는 항아는 어디 갔는가? 오작교 분명하니 직녀성을 거의 볼 듯하도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