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치죄와 해로 가. 사람 입에 상하 있나, 이제 곧 자리에다 똥쌀 놈이 몇 놈일까. 그 이튿날 본관 사또 생신 잔치 차리는데, 갖춘 것이 매우 대단하여 광한루 붉은 난간에 색칠한 누각이 구름 속에 솟았는데, 처마에 흰 베로 아름다운 휘장을 하늘에 닿게 치고, 사면의 두른 것은 물색 고운 푸른 휘장, 대청에 펴 놓은 것 꽃무늬 보료, 꽃 가득한 방석, 학춤과 장수들의 쟁강춤과 용알북춤, 배따라기, 풍류하는 갖가지 악기 모두 준비하였으며, 기생, 소리꾼, 광대, 악사 제일가는 이만 골라 뽑아 사면으로 벌여 세고, 각읍 수령 모여들 제 호기가 대단하다. 영장을 겸한 운봉 현감, 승지 당상, 순천 부사, 나이 많은 곡성 현감, 무주, 용담, 진안, 장수, 광양, 낙안, 흥양 현감, 장흥, 보성, 강진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