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 372

권지이 - 1. 가춘운이 더는 소유를 찾지 않고 둘의 밀회는 발각되다

권지이 1. 가춘운이 더는 소유를 찾지 않고 둘의 밀회는 발각되다 翰林自遇仙女以來, 不尋朋友 不接賓客, 靜處花園 專心一慮, 夜至則待來 日出則待夜, 惟望使彼感激而美人不肯數來, 翰林念轉篤 而望益切矣. 久之兩人自花園挾門而來, 在前者卽鄭十三, 在後者生面也. 한림자우선녀이래 불심붕우 부접빈객 정처화원 전심일려 야지즉대래 일출즉대야 유망사피감격이미인불긍삭래 한림념전독 이망익절의 구지양인자화원협문이래 재전자즉정십삼 재후자생면야 한림이 선녀를 만난 이래 붕우도 찾지 아니하고, 손님도 맞는 일 없이 고요히 화원에서 지내면서 한 가지 생각에만 골몰할 뿐이었다. 밤이 되면 선녀가 오기를 기다리고, 날이 밝으면 밤을 기다리면서, 미인 스스로 감격하기를 바랐지만, 자주 올 기색이 없었다. 한림은 더욱더 두터워지고 기다림의 생각..

권지일 - 16. 소유는 가춘운이 귀신일지라도 정분을 이어가려 하다

16. 소유는 가춘운이 귀신일지라도 정분을 이어가려 하다 至數日 鄭生來謂翰林曰 : “向日因室人有疾, 不得與兄同遊 尙有恨矣. 卽今桃李雖盡, 城外長郊柳陰正好, 與兄常偸得半日之閑, 更辦一場之遊, 玩蝶舞 而聽鶯歌矣.” 翰林曰 : “綠陰芳草 亦勝花時矣.” 兩人共轡同行催出城門, 涉遠野擇茂林, 藉草而坐對酌數籌. 지수일 정생래위한림왈 향일인실인유질 부득여형동유 상유한의 즉금도리수진 성외장교류음정호 여형상투득반일지한 갱판일장지유 완접무 이청앵가의 한림왈 녹음방초 역승화시의 양인공비동행최출성문 섭원야택무림 자초이좌대작수주 여러 날이 지나자 정생이 와서 한림에게 이르기를, “지난날에는 안사람의 신병으로, 부득이 형과 더불어 함께 놀지 못하여 지금까지 남은 한이 있도다. 곧 이제 복숭아꽃, 자두꽃이 비록 다하였으나, 성 밖 ..

권지일 - 15. 소유가 꾀임에 빠져 가춘운과 정분을 나누다

15. 소유가 꾀임에 빠져 가춘운과 정분을 나누다 步隨流水轉入洞口, 幽澗冷冷 羣峯矗矗, 無一點飛塵 胸襟自覺蕭爽矣. 獨立溪上 徘徊吟哦矣, 丹桂一葉 飄水而下, 葉上有數行之書, 使書童拾取而見之, 有一句 詩曰 : “仙尨吠雲外 知是楊郞來” 보수류수전입동구 유간랭랭 군봉촉촉 무일점비진 흉금자각소상의 독립계상 배회음아의 단계일엽 표수이하 엽상유수행지서 사서동습취이견지 유일구 시왈 지시양랑래 선방폐운외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걸어서 동구로 돌아 들어가니, 은은한 산골물이 차갑고 여러 봉우리들이 우뚝 솟아서 날아다니는 티끌 한 점 없고, 흉금이 스스로 말쑥하고 시원스러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한림이 홀로 시내 위에 서서 배회하며 읊조리는데, 붉은 계수나무 이파리 하나가 물위에 떠내려 왔다. 이파리위에 여러 행의 글월이 있..

권지일 - 14. 적경홍이 소유와 가춘운이 맺어지도록 계책을 꾸미다

14. 적경홍이 소유와 가춘운이 맺어지도록 계책을 꾸미다 一日小姐偶過春雲寢房, 春雲方刺繡於錦鞋, 爲春陽所惱獨枕繡機而眠, 小姐因入房中細見繡線之妙, 歎其才品之妙矣. 機下有小紙寫數行書, 展見則卽咏鞋之詩也. 其詩曰 : 일일소저우과춘운침방 춘운방자수어금혜 위춘양소뇌독침수기이면 소저인입방중세견수선지묘 탄기재품지묘의 기하유소지사수행서 전견즉즉영혜지시야 기시왈 하루는 정소저가 우연히 춘운의 침방을 지나다가, 춘운이 바야흐로 비단신에 수를 놓다가, 봄볕에 몸이 노곤하여 수틀을 베고서 졸거늘, 소저가 방 안으로 들어가 수 놓는 솜씨를 자세히 보고는 그 재주의 신묘함에 탄식하였다. 수틀 아래에 여러 행의 글이 쓰여진 조그만 종이가 있기에 펼쳐 본즉, 곧 신을 읊은 글이었다. 시를 읽어 보니, 憐渠最得玉人親 연거최득옥인친 步..

권지일 - 13. 과거에 급제한 소유는 정경패와의 혼인을 허락받다

13. 과거에 급제한 소유는 정경패와의 혼인을 허락받다 一日小姐侍夫人而坐, 司徒自外而入持新出榜眼, 以授夫人曰 : “女兒婚事至今未定故, 欲擇佳郞於新榜之中矣, 聞壯元楊少遊淮南之人也, 時年十六歲且其科製人皆稱贊, 此必一代才子, 且聞其風儀俊秀 標致高爽, 將成大器 而時未娶妻, 若得此人 爲東床之客, 則於我心足矣.” 일일소저시부인이좌 사도자외이입지신출방안 이수부인왈 여아혼사지금미정고 욕택가랑어신방지중의 문장원양소유회남지인야 시년십육세차기과제인개칭찬 차필일대재자 차문기풍의준수 표치고상 장성대기 이시미취처 약득차인 위동상지객 즉어아심족의 하루는 소저가 부인을 모시고 앉아 있는데, 정사도가 밖에서 들어와 손에 든 새로 난 과거방(科擧榜)을 부인에게 주며 이르기를, “여아의 혼사를 지금까지 정하지 못한 까닭에, 새로 치른 과..

권지일 - 12. 정경패와 가춘운이 소유에 대해 이야기하다

12. 정경패와 가춘운이 소유에 대해 이야기하다 夫人憂小姐之病, 卽召問之已快愈矣. 小姐還于寢室問於侍女曰 : “春娘之病今日如何?” 侍女曰 : “今日則已差 聞小姐聽琴 新起梳洗矣.” 부인우소저지병 즉소문지이쾌유의 소저환우침실문어시녀왈 춘랑지병금일여하 시녀왈 금일즉이차 문소저청금 신기소세의 부인이 소저의 병이 걱정되어 곧 불러서 물으니, 이미 쾌유되어 있었다. 소저는 침실로 돌아와 시비에게 묻기를, “춘랑(春娘)의 병은 오늘 어떠하였느냐?” 시비가 아뢰기를, “오늘은 소저께서 곧 나으셔서, 거문고 소리를 들으려 하신다 하니, 친히 일어나 머리를 빗고 세수를 하였나이다.” 原來春娘姓賈氏, 其父西蜀人也, 上京爲承相府胥吏, 多有功勞於鄭司徒家矣, 未久病死. 時春娘年才十歲, 司徒夫妻憐其無依, 收置府中使與小姐同遊, 其齒於..

권지일 - 11. 소유가 여장을 하고 정경패에게 거문고를 연주하다

11. 소유가 여장을 하고 정경패에게 거문고를 연주하다 一日崔夫人招小姐乳母錢嫗, 謂之曰 : “今日道君誕日, 汝持香燭往紫淸觀, 傳與杜鍊師, 兼以衣段茶菓, 致吾戀戀不忘之意.” 錢嫗領命 乘小轎至道觀, 鍊師受其香燭供享於三淸殿, 且奉三種盛餽百拜而謝, 齋供錢嫗而送之. 일일최부인초소저유모전구 위지왈 금일도군탄일 여지향촉왕자청관 전여두연사 겸이의단다과 치오련련불망지의 전구령명 승소교지도관 련사수기향촉공향어삼청전 차봉삼종성궤백배이사 재공전구이송지 하루는 최부인이 소저의 유모인 전구(錢嫗)를 불러 이르기를, “오늘은 도군(道君)의 탄생일이니 네가 향촉을 가지고 자청관에 가서 두연사에 전하여라. 겸하여 옷감과 다과를 준비하여, 나의 그립고 애틋하여 잊지 못하는 뜻을 다하도록 하라.” 전구가 명을 받아 교자(轎子)를 타고 도..

권지일 - 10. 소유가 두연사에게 정경패와 혼인하겠다는 뜻을 밝히다

10. 소유가 두연사에게 정경패와 혼인하겠다는 뜻을 밝히다 楊生自洛陽抵長安, 定其旅舍頓其行裝 而科日尙遠矣. 招店人問紫淸觀遠近, 云在春明門外矣. 卽備禮段往尋杜鍊師, 鍊師年可六十餘歲 戒行甚高, 爲觀中女冠之首矣. 양생자락양저장안 정기여사돈기행장 이과일상원의 초점인문자청관원근 운재춘명문외의 즉비례단왕심두연사 연사년가육십여세 계행심고 위관중녀관지수의 양생이 낙양으로부터 장안에 이르러, 묵을 곳을 정하고 행장을 챙겼는데, 과거 날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여관 주인을 불러 자청관(紫淸觀)의 거리를 물으니 춘명문(春明門) 밖에 있다고 하였다. 곧 예물을 갖추어 두연사(杜鍊師)를 찾으니, 연사의 나이는 가히 육십여 세에 수행이 매우 높아, 자청관의 여도사(女道士) 가운데 으뜸이 되어 있었다. 生進以禮謁 傳其母親書簡..

권지일 - 9. 계섬월이 소유에게 천하절색 적경홍을 이야기하다

9. 계섬월이 소유에게 천하절색 적경홍을 이야기하다 至夜半蟾月於枕上謂生曰 : “妾之一身自今日, 已托於郞君矣, 妾請略暴情事, 惟郞君俯察而憐悶焉. 妾本韶州人也, 父曾爲此州驛丞矣, 不幸病死於他鄕. 家事零替故山超遞, 力單勢蹙無路返葬, 繼母賣妾於娼家, 受百金而去, 妾忍辱含痛, 屈身事人 只祈天或垂憐 지야반섬월어침상위생왈 첩지일신자금일 이탁어랑군의 첩청략폭정사 유랑군부찰이련민언 첩본소주인야 부증위차주역승의 불행병사어타향 가사영체고산초체 역단세축무로반장 계모매첩어창가 수백금이거 첩인욕함통 굴신사인 지기천혹수련 한밤중에 이르자 섬월이 침상에서 양생에게 말하기를, “첩의 한 몸을 오늘부터 이미 낭군께 의탁하였나이다. 청컨대 첩의 정겨운 사연을 대강 말씀드리겠사오니, 낭군께서는 다만 굽어살피시고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첩은..

권지일 - 8. 계섬월이 소유의 글을 읽고 감동하여 몸을 허락하다

8. 계섬월이 소유의 글을 읽고 감동하여 몸을 허락하다 生曰 : “諸兄之詩成之已久, 未知桂卿已歌何人之詩乎?” 王生曰 : “桂卿尙靳一闋淸音, 櫻脣久鎖玉齒未啓, 陽春絶調猶不入於吾儕之耳, 桂卿若不故作嬌態, 則必有羞澁之心而然也.” 生曰 : “小弟曾在楚中, 雖或衣樣畵芦作一兩首詩, 而卽局外之人也. 與諸兄較芸 恐未安也.” 생왈 제형지시성지이구 미지계경이가하인지시호 왕생왈 계경상근일결청음 앵순구쇄옥치미계 양춘절조유불입어오제지이 계경약불고작교태 즉필유수삽지심이연야 생왈 소제증재초중 수혹의양화호작일양수시 이즉국외지인야 여제형교운 공미안야 양생이 이르기를, “여러 형들의 시가 경지에 들은 지 이미 오래인데, 계경이 누구의 시를 노래하였는지 알 수 있느냐?” 왕생이 답하기를, “계경이 아직도 맑고 깨끗한 소리를 아껴, 앵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