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구운몽 한문본

권지이 - 1. 가춘운이 더는 소유를 찾지 않고 둘의 밀회는 발각되다

New-Mountain(새뫼) 2020. 11. 2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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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이

 

1. 가춘운이 더는 소유를 찾지 않고 둘의 밀회는 발각되다

 

翰林自遇仙女以來, 不尋朋友 不接賓客, 靜處花園 專心一慮, 夜至則待來 日出則待夜,

惟望使彼感激而美人不肯數來, 翰林念轉篤 而望益切矣.

久之兩人自花園挾門而來, 在前者卽鄭十三, 在後者生面也.

한림자우선녀이래 불심붕우 부접빈객 정처화원 전심일려 야지즉대래 일출즉대야

유망사피감격이미인불긍삭래 한림념전독 이망익절의

구지양인자화원협문이래 재전자즉정십삼 재후자생면야

 

한림이 선녀를 만난 이래 붕우도 찾지 아니하고, 손님도 맞는 일 없이 고요히 화원에서 지내면서 한 가지 생각에만 골몰할 뿐이었다. 밤이 되면 선녀가 오기를 기다리고, 날이 밝으면 밤을 기다리면서, 미인 스스로 감격하기를 바랐지만, 자주 올 기색이 없었다. 한림은 더욱더 두터워지고 기다림의 생각만 더욱 간절해졌다.

오랜만에 두 사람이 화원의 좁은 문을 거쳐 들어오는데, 앞에 선 이는 곧 정십상랑(鄭十三郞)이고, 뒤따르는 이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鄭生引在後者見於翰林曰 :

“此師傅 卽太極宮杜眞人, 相法卜術 與李淳風袁天綱 相頡頏也, 欲相楊兄而邀來矣.”

翰林向眞人而揖曰 :

“慕仰尊名宿矣, 尙未承顔一奉亦有數耶, 先生必審見鄭生之相, 已爲如何耶?”

鄭生先答曰 : “此先生相小弟而稱曰, 三年之內必得高第, 將爲八州刺史 於弟足矣.

此先生言必有中 兄試問之.”

정생인재후자견어한림왈

차사부 즉태극궁두진인 상법복술 여이순풍원천강 상힐항야 욕상양형이요래의

한림향진인이읍왈

모앙존명숙의 상미승안일봉역유수야 선생필심견정생지상 이위여하야

정생선답왈 차선생상소제이칭왈 삼년지내필득고제 장위팔주자사 어제족의

차선생언필유중 형시문지

 

정생이 뒤따르는 사람을 불러 한림에게 소개하기를,

“같이 온 사부(師傅)는 태극궁(太極宮)의 두진인(杜眞人)이라. 관상 보는 법과 점치는 술법이 이순풍(李淳風) 원천강(袁天綱)과 더불어 서로 막상막하이네. 양형의 상을 보이려고 모시고 왔노라.”

한림이 두진인을 향하여 읍(揖)하며 이르기를,

“높은 이름을 우러러 사모한 지 오래되었고, 아직 한 번도 삼가 만나 뵙지 못한 것이 여러 해 되었나이다. 선생은 필연 정생(鄭生)의 상을 보았을 터인데 어떠했나이까?”

정생이 먼저 답하기를,

“이 선생이 소제의 상(相)을 보고 삼 년 안에 반드시 급제하고 장차 팔주자사(八州刺史)가 되리라고 하여, 소제에게는 만족이었다네. 이 선생의 말이 꼭 맞을 것이니, 형도 시험 삼아 물어보게나.”

 

翰林曰 : “君子不問福 只問災殃, 惟先生眞言可也.”

眞人熟視而言曰 : “楊翰林兩眉皆秀鳳眼向鬂, 位可躋於三台, 耳根白如塗粉,

圓如垂珠 名必聞於天下, 權骨滿面 必手執兵權, 威震四海 封侯於萬里之外, 可謂百無一欠

而但今日 有目前之橫厄, 若不遇我 殆哉殆哉.”

한림왈 군자불문복 지문재앙 유선생진언가야

진인숙시이언왈 양한림양미개수봉안향빈 위가제어삼태 이근백여도분

원여수주 명필문어천하 권골만면 필수집병권 위진사해 봉후어만리지외 가위백무일흠

이단금일 유목전지횡액 약불우아 태재태재

 

한림이 묻기를,

“군자는 곧 복을 묻지 아니하고 다만 재앙만을 물을 따름이니, 오직 선생은 바른대로 말해 보시오.”

진인이 눈여겨보더니 답하기를,

“양선생의 양 눈썹이 다 빼어나고 봉황의 눈이 살쩍을 향했으니 벼슬은 삼정승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외다. 또 귓불이 분을 바른 듯 휘고 귓밥과 같이 둥그니 명성이 반드시 천하에 들릴 것이며, 광대뼈가 낯에 가득하였으니, 꼭 병권(兵權)을 잡아 위엄을 온 세상에 떨치고, 만 리 밖까지 공후(公侯)를 봉하게 되어 온갖 일에 한 가지도 흠이 없으리라. 다만 지금 눈앞에 횡액이 있으니, 만일 나를 만나지 아니했더라면 매우 위태로웠을 것이외다.”

 

翰林曰 : “人之吉凶禍福, 無不自己求之, 而惟疾病之來 人所難免, 無乃有重病之兆耶?”

眞人曰 : “此非尋常之災殃也. 靑色貫於天庭 邪氣侵於明堂,

相公家內或有來歷不分明之奴婢乎?”

翰林於心已知張娘之祟 而蔽於恩情, 畧不驚恐答曰 : “无是事也.”

한림왈 인지길흉화복 무부자기구지 이유질병지래 인소난면 무내유중병지조야

진인왈 차비심상지재앙야 청색관어천정 사기침어명당

상공가내혹유래력불분명지노비호

한림어심이지장낭지수 이폐어은정 략불경공답왈 무시사야

 

한림이 이르기를,

“사람의 길흉화복은 자신에게 구하지 아니함이 없겠지요. 오직 질병이 오는 것은 사람이 면하기 어려운 것인데, 이에 나에게 중병이 들 징조가 있는 것이요, 없는 것이오?”

진인이 답하기를,

“이것은 심상한 재앙이 아니외다. 푸른 빛이 천장을 뚫었고, 간사한 기운이 명당을 침노하고 있소이다. 상공의 집안에 혹시 내력이 분명치 않은 노비가 있지 않나이까?”

한림이 마음에 벌써 장랑(張娘)의 빌미가 된 줄 아나, 사랑하는 정에 가려 조금도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답하기를,

“그런 일은 없소이다.”

 

眞人曰 : “然則或過古墓 感傷於胸中, 或與鬼神 相接於夢裡乎?”

翰林曰 : “亦無是事也.”

鄭生曰 : “杜先生曾無一言之差, 楊兄更加商念.”

진인왈 연즉혹과고묘 감상어흉중 혹여귀신 상접어몽리호

한림왈 역무시사야

정생왈 두선생증무일언지차 양형갱가상념

 

진인이 다시 묻기를,

“그러면, 혹시 옛 무덤을 지나치다가 마음에 감동하였거나, 혹은 귀신과 함께 꿈속에서 상접한 일이 있나이까?”

한림이 답하기를,

“역시 그런 일도 없소이다.”

정생이 이르기를,

“두선생(杜先生)의 말씀이 일찍이 한마디도 틀린 일이 없으니, 양형은 다시 더 곰곰이 생각해 보도록 하게.”

 

翰林不答眞人曰 : “人生以陽明保其身, 鬼神以幽陰成其氣, 若晝夜之相反 水火之不容.

今見女鬼邪穢之氣, 已罩於相公之身, 數日之後必入於骨髓, 相公之命恐不可救矣.

此時毋曰貧道不曾設來也.”

翰林念之曰 :

‘眞人之言雖有所據, 女娘永好之盟固矣, 相愛之情至矣, 夫豈有害吾之理乎?

楚襄遇神女而同席, 柳春畜鬼妻而生子, 從古亦然 我何獨慮!’

한림부답진인왈 인생이양명보기신 귀신이유음성기기 약주야지상반 수화지불용

금견녀귀사예지기 이조어상공지신 수일지후필입어골수 상공지명공불가구의

차시무왈빈도부증설래야

한림염지왈 진인지언수유소거 여랑영호지맹고의 상애지정지의 부기유해오지리호

초양우신녀이동석 류춘축귀처이생자 종고역연 아하독려

 

한림이 답하지 않으므로 진인이 이르기를,

“사람은 양명(陽明)으로 그 몸을 보존하고, 귀신은 유음(幽陰)으로 그 기운을 이루었으니, 마치 주야가 상반되고 물과 불이 서로 용납지 못함과 같은 이치외다. 지금 보아하니 여자 귀신의 사악하고 더러운 기운이, 이미 상공 몸에 스며들었소이다. 며칠 후면 반드시 골수에 파고들어, 상공의 목숨을 구할 수 없을지 두렵나이다. 그때 빈도가 일찍이 일러 주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마옵소서.”

한림이 생각하기를,

“진인의 말이 비록 근거가 있긴 하나, 여랑이 나와 함께 길이 우의 있게 지낼 것을 굳게 맹세하고, 서로 사랑하는 정이 지극한데, 무릇 나를 어찌 해칠 리 있겠는가? 초의 양왕(襄王)이 선녀를 만나 자리를 함께하고, 유춘(柳春)도 귀신 아내에게 산 자식을 낳았도다. 예부터 또한 이럴진대 내 어찌 홀로 근심하겠는가.”

 

乃謂眞人曰 : “人之死生壽夭 皆定於有生之初, 我苟有將相富貴之相, 鬼神其於我何?”

眞人曰 : “夭亦相公也 壽亦相公也, 无與於我矣.”

乃拂袖而去 翰林亦不强留焉.

내위진인왈 인지사생수요 개정어유생지초 아구유장상부귀지상 귀신기어아하

진인왈 요역상공야 수역상공야 무여어아의

내불수이거 한림역불강류언

 

이어서 진인에게 이르기를,

“사람의 죽고 삶과 수명은 처음 날 때부터 정한 바 있거늘, 내게 진실로 장상(將相)될 상과 부귀할 상이 있다면, 귀신이 나에게 어쩐단 말이오?”

진인이 답하기를,

“요절함 또한 상공에게 달려 있고, 장수함 또한 상공에게 달려 있은즉, 저와는 상관이 없나이다.”

이에 소매를 떨치고 가 버리니, 한림 또한 억지로 붙들지는 못하였다.

 

鄭生慰之曰 : “楊兄自是吉人 神明必有所助, 何鬼之可慮乎? 此流往往以誕術, 動人可惡也.”

乃進酒終夕大醉而散.

是日翰林至夜分乃醒, 焚香靜坐苦待女娘之來, 已至深更杳無形迹,

翰林拍案曰 : “天欲曙矣娘不來矣.”

정생위지왈 양형자시길인 신명필유소조 하귀지가려호 차류왕왕이탄술 동인가오야

내진주종석대취이산

시일한림지야분내성 분향정좌고대여낭지래 이지심경묘무형적

한림박안왈 천욕서의낭불래의

 

정생이 양한림을 위로하기를,

“양형은 본디 길하게 될 사람이라, 천지신명이 반드시 도우실 터이니, 어찌 귀신이 염려될 수 있겠는가? 이렇듯 이따금 허튼 술책으로 사람을 동요케 하니 괘씸하도다.”

이에 술이 나오니 날이 저물도록 많이 취한 후 헤어졌다.

이날 한림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술이 깨어, 향을 피우고 고요히 앉아서 여랑이 오기를 고대하였는데, 밤이 매우 깊어가나 여랑의 자취는 아득하고 없었다.

한림이 책상을 치며 탄식하기를,

“하늘은 밝아오는데 낭자는 오질 않는구나.”

 

欲滅燭而寢矣, 窓外忽有且啼且語之聲,

細聽之 則乃女娘也曰 : “郞君以妖道士之符, 藏於頭上 妾不敢近前.

妾雖知非郞君之意, 是亦天緣盡而妖魔戱也. 惟望郞君保重, 妾從此永訣矣.”

욕멸촉이침의 창외홀유차체차어지성

세청지 즉내녀낭야왈 낭군이요도사지부 장어두상 첩불감근전

첩수지비랑군지의 시역천연진이요마희야 유망랑군보중 첩종차영결의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려 하니, 갑자기 창밖에서 홀연 우는 듯 말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 자세히 들어보니, 여랑의 목소리였다.

자세히 들어보니 여랑이 이르기를,

“낭군께서 요사한 도사의 부적을 머리 위에 감추어 두었기에, 첩이 감히 그 앞에 가까이 가지 못하나이다. 첩이 비록 낭군의 뜻이 아닌 줄은 알거니와, 이 또한 천생인연이 다하여 요사한 마귀가 희롱하고 있사옵니다. 오직 바라옵건대 낭군께서는 몸을 아껴 잘 보전하옵소서. 첩은 이에 따라 영원히 이별을 고하나이다.”

 

翰林大驚而起, 拓戶而視之, 無人形 而只有一封書在於階上,

乃折見之卽女娘之所製也. 其詩曰 :

한림대경이기 척호이시지 무인형 이지유일봉서재어계상

내절견지즉녀낭지소제야 기시왈

 

昔訪佳期躐彩雲 석방가기렵채운

更將淸酌酹荒墳 갱장청작뢰황분

深誠未效恩先絶 심성미효은선절

不怨郞君怨鄭君 불원랑군원정군

 

한림이 크게 놀라 일어나 문을 밀치고 바라보니,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다만 한 통의 봉한 글이 계단 위에 놓여 있었다. 이에 열어 보니 곧 여랑이 지은 글이었다.

그 시에 읊기를,

 

옛적의 아름다운 기약을 찾아 채색 구름을 밟았고

다시 맑은 술잔 가져와 황량한 무덤에 뿌렸도다.

깊은 정성은 보답하지 못했는데 은혜 먼저 끊겼으니

낭군을 원망함이 아니라 정군을 원망할 뿐이어라.

 

翰林一吟一唏 且恨且怪以手撫頭, 有一物在於總髮之間, 出而見之乃逐鬼符也.

大怒叱曰 : “妖人誤我事也!”

遂裂破其符 痛恙益切, 更把女娘之詩微吟一度, 大悟曰 :

“張女之怨鄭君深矣, 此乃鄭十三之事也.

雖非惡意 阻敗好事, 非道士之妖 乃鄭生也. 吾必辱.”

遂次女娘之詩 囊以藏之曰 : “詩雖成矣 誰可贈矣?”

한림일음일희 차한차괴이수무두 유일물재어총발지간 출이견지내축귀부야

대로질왈 요인오아사야

수열파기부 통양익절 갱파녀낭지시미음일도 대오왈

장녀지원정군심의 차내정십삼지사야

수비악의 조패호사 비도사지요 내정생야 오필욕

수차녀낭지시 낭이장지왈 시수성의 수가증의

 

한림이 한 번 읊을 적마다 한번 훌쩍이며, 또한 한스럽고 또 이상하여 손으로 머리를 어루만져 보았다. 상투 머리카락 사이에 한 물건이 있는데, 꺼내 보니 곧 귀신을 쫓는 부적이었다.

크게 노하여 큰 소리로 욕하기를,

“요사한 사람이 내 일을 그르쳤도다!”

드디어 그 부적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니, 몹시 성이 나고 더욱 간절하였다. 이에 다시 여랑의 시를 잡고 한 번 나직이 읊다가 크게 깨닫기를,

“장녀(張女)가 정군(鄭君)을 몹시 원망하니, 이는 바로 정십삼랑(鄭十三郞)의 짓이로다. 비록 악한 뜻은 아닐지라도, 좋은 일을 막아 낭패케 함이 도사의 요술이 아니요, 곧 정생이 한 짓이니 내 반드시 그를 욕되게 하리라.”

드디어 여랑의 글을 차운(次韻)하여 시 한 편을 지어 주머니 속에 감춘 뒤 이르기를,

“시는 비록 지었지만, 누구에게 줄 수 있을까?”

 

詩曰 :

시왈

冷然風馭上神雲 냉연풍어상신운

莫道芳魂寄孤墳 막도방혼기고분

園裡百花花底月 원리백화화저월

故人何處不思君 고인하처불사군

 

그 시에 읊기를,

차갑게 바람 몰아 신선한 구름에 올라가서

꽃다운 넋이 외로운 무덤에 묻혔다고 말하지 마라.

동산 속은 꽃이 가득하고, 꽃 밑에는 달 밝은데

고인은 어느 곳인들 낭군을 생각하진 않겠는가.

 

達明往鄭十三家鄭生出去矣, 三日往尋終未一遇.

女娘影響益緲邈, 欲訪於紫閣之亭 則精靈已歸, 欲尋於南郊之墓 則音容難接,

无處可問无計可施, 抑塞紆軫寢食頓減矣.

달명왕정십삼가정생출거의 삼일왕심종미일우

여낭영향익묘막 욕방어자각지정 즉정령이귀 욕심어남교지묘 즉음용난접

무처가문무계가시 억새우진침식돈감의

 

날이 밝아 정십삼의 집으로 가니, 정생이 밖에 나갔다 하여, 연사흘을 찾았으나 끝내 한 번도 만나지 못하였다.

여랑의 그림자와 소리가 더욱 아득하고 막막하여, 자각정(紫閣亭)으로 가려 하지만, 정령이 이미 돌아가 버리고, 남쪽 밖의 무덤에서 찾고자 하였으나, 여랑의 소리와 얼굴을 접하기가 어려웠다. 물을 만한 곳도 없고 베풀만한 꾀도 없어, 억눌려 답답하고 우울한 심정에 점차 침식은 줄어들었다.

 

一日鄭司徒夫妻, 置酒饌邀翰林, 討穩而飛觴司徒曰 : “楊郞神觀近何憔悴也?”

翰林曰 : “與十三兄連日過飮, 恐因此而然矣.”

鄭生忽來到, 翰林以怒目睨視 不與語矣,

일일정사도부처 치주찬요한림 토온이비상사도왈 양랑신관근하초췌야

한림왈 여십삼형연일과음 공인차이연의

정생홀래도 한림이로목예 시불여어의

 

하루는 정사도(鄭司徒) 부부가 술상을 마련하고 한림을 불러 한담을 나누며 잔을 돌리다가, 사도가 이르기를,

“양랑의 안색이 근래에 어찌 그리 초췌하게 되었는가?”

한림이 아뢰기를,

“십삼 형과 더불어 연일 과음하였는데, 아마도 그로 말미암음인가 싶사옵니다.”

이때 정생이 홀연히 온지라, 한림이 성난 눈으로 흘겨보며, 서로 말을 아니하였다.

 

鄭生先問曰 :

“兄近來職事倥傯耶. 心緖不佳耶. 陟屺之情苦耶. 濫酒之疾作耶. 貌何憔悴耶, 神何蕭索耶?”

翰林微答曰 : “旅遊之人安得不然?”

司徒曰 : “家中婢僕傳言, 楊郞與一美妹 共話於花園, 此語信耶?”

翰林答曰 : “花園僻矣 人誰往來? 必傳之者妄也.”

정생선문왈

형근래직사공총야 심서불가야 척기지정고야 남주지질작야 모하초췌야 신하소삭야

한림미답왈 여유지인안득불연

사도왈 가중비복전언 양랑여일미매 공화어화원 차어신야

한림답왈 화원벽의 인수왕래 필전지자망야

 

정생이 먼저 묻기를,

“형이 근래에 벼슬 일이 매우 바쁘셨는가, 심사가 불편했는가, 고향 생각으로 괴로워하셨는가, 지나치게 술을 마셔 탈이 나셨는가, 용모가 어찌 그리 초췌하며 정신도 어찌 그리 삭막하신가?”

한림이 마지못해 답하기를,

“떠돌며 노니는 사람이 어찌 그렇지 않겠나?”

사도가 이르기를,

“집의 비복들이 말을 전하기를, 양랑이 한 미인과 더불어 화원에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는데, 그 말은 믿어도 되는가?”

한림이 답하기를,

“화원이 외진 곳인데 어느 누가 왕래하겠사옵니까? 필경 그렇게 전한 자가 속인 것이옵니다.”

 

鄭生曰 : “以楊兄豁達之量, 爲兒女羞愧之態耶? 兄雖以大言斥杜眞人, 觀兄氣色不可掩也.

弟恐兄迷 而不悟禍將不測, 潛以杜眞人逐鬼之符, 置於兄束髮之間, 而兄醉倒不省矣,

其夜潛身於花園蒙密之中, 窺見則有鬼女哭辭於兄寢室外, 卽踰墻而去

此眞人之言驗矣, 小弟之誠至矣, 兄不我謝 而乃反齎怒 何耶?”

정생왈 이양형활달지량 위아녀수괴지태야 형수이대언척두진인 관형기색불가엄야

제공형미 이불오화장불측 잠이두진인축귀지부 치어형속발지간 이형취도불성의

기야잠신어화원몽밀지중 규견즉유귀녀곡사어형침실외 즉유장이거

차진인지언험의 소제지성지의 형불아사 이내반재로 하야

 

정생이 이르기를,

“양형은 활달한 도량으로써, 아녀자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지으려 하는가? 형이 비록 큰 소리로 두진인(杜眞人)을 물리쳤으나, 형의 기색은 숨길 수 없는 것으로 보았도다. 소제는 형이 미혹되어 깨닫지 못함을 두려워하고 장차 미칠 화를 헤아릴 수 없어서, 가만히 두진인의 귀신 쫓는 부적을 형의 상투 머리칼 사이에 감추어도, 형은 너무 취해서 알지 못하였도다.

소제가 그 밤에 빽빽이 우거진 화원의 수풀 속에 몸을 숨기고 엿보았더니, 여자 귀신이 형의 침실 창밖에서 울며 하직하고 담을 넘어갔으니, 이로 보아 진인의 말은 영험이 있었노라. 소제의 정성이 이렇게 지극하거늘, 형이 저에게 사례치 아니하고, 이에 도리어 노여워함은 어찌 된 일인가?”

 

翰林知其不可牢諱, 向司徒而言曰 : “小婿之事 頗涉怪駭, 當備告於岳丈矣.”

한림지기불가뢰휘 향사도이언왈 소서지사 파섭괴해 당비고어악장의

 

한림은 더는 숨길 수 없음을 알고, 사도를 향하여 아뢰기를,

“소서(小婿)의 일이 너무나 해괴해서 마땅히 악장(岳丈) 어른께 모두 고하려 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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