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구운몽 한문본

권지일 - 9. 계섬월이 소유에게 천하절색 적경홍을 이야기하다

New-Mountain(새뫼) 2020. 11. 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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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계섬월이 소유에게 천하절색 적경홍을 이야기하다

 

至夜半蟾月於枕上謂生曰 :

“妾之一身自今日, 已托於郞君矣, 妾請略暴情事, 惟郞君俯察而憐悶焉.

妾本韶州人也, 父曾爲此州驛丞矣, 不幸病死於他鄕. 家事零替故山超遞, 力單勢蹙無路返葬,

繼母賣妾於娼家, 受百金而去, 妾忍辱含痛, 屈身事人 只祈天或垂憐

지야반섬월어침상위생왈

첩지일신자금일 이탁어랑군의 첩청략폭정사 유랑군부찰이련민언

첩본소주인야 부증위차주역승의 불행병사어타향 가사영체고산초체 역단세축무로반장

계모매첩어창가 수백금이거 첩인욕함통 굴신사인 지기천혹수련

 

한밤중에 이르자 섬월이 침상에서 양생에게 말하기를,

“첩의 한 몸을 오늘부터 이미 낭군께 의탁하였나이다. 청컨대 첩의 정겨운 사연을 대강 말씀드리겠사오니, 낭군께서는 다만 굽어살피시고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첩은 본래 소주(韶州) 사람으로, 부친이 일찍이 이 고을의 역승(驛丞)이 되었는데, 불행히도 타향에서 객사하였나이다. 집안 살림은 구차하게 되었고, 고향 산은 멀었으며, 힘과 기세는 다만 움츠러들어 부친의 묘를 이장할 길이 없었사옵니다. 계모는 첩을 창가(娼家)에 팔아 백금을 받아 가버렸고, 첩은 욕됨을 참고 설움을 머금은 채 몸을 굽혀 사람들을 섬기면서 다만 하늘에 기원하고 간절히 바라였나이다.

 

幸逢君子復見日月之明.

而妾家樓前 卽去長安道也. 車馬之聲 晝夜不絶, 來人過客 孰不落鞭於妾之門前乎?

從來四五年間 眼閱千萬人矣, 尙未見近似於郞君者, 今何幸遇我郞君 至願已畢.

郞若不以妾鄙夷之, 則妾願爲穛爨之婢, 敢問郞君之意如何.”

행봉군자부견일월지명

이첩가루전 즉거장안도야 거마지성 주야부절 내인과객 숙불락편어첩지문전호

종래사오년간 안열천만인의 상미견근사어랑군자 금하행우아랑군 지원이필

낭약불이첩비이지 즉첩원위착찬지비 감문랑군지의여하

 

그래도 다행히도 군자를 만나 일월의 밝음을 다시 보게 되었나이다. 첩의 집 누각 앞은 곧 장안으로 가는 길이옵니다. 마차 소리가 밤낮으로 그친 적 없으며, 오가며 지나는 손인들, 그 누가 첩의 집 문 앞에서 말채찍을 내리지 않았겠사옵니까?

지난 사오 년간 많은 사람을 눈여겨보았으나, 아직껏 낭군과 조금이라도 닮은 이를 못 보았는데, 이제 어찌 다행히 우리 낭군을 만났으니, 염원은 이미 다 이루어졌나이다. 낭군께서 만일 첩을 더럽다고 멸시하지 않으신다면, 곧 첩은 밥짓고 물 긷는 종이 되길 원하니, 낭군의 뜻이 어떤지 감히 묻고자 하나이다.”

 

生乃款答曰 : “我之深情 豈與桂娘少間哉, 第我本貧秀才也.

且堂有老親, 與桂卿偕老 恐不諧於老親之意, 若具妻妾 則亦恐桂娘之不樂也,

桂娘不以爲嫌, 天下必無可爲桂娘女君之淑女, 是可慮也.”

생내관답왈 아지심정 기여계랑소간재 제아본빈수재야

차당유로친 여계경해로 공불해어로친지의 약구처첩 즉역공계랑지불락야

계랑불이위혐 천하필무가위계랑여군지숙녀 시가려야

 

양생이 이에 정답고 친절하게 답하기를,

“나의 깊은 정이 어찌 계랑과 더불어 조금이라도 차이가 있으리오마는, 다만 나는 본래 가난한 수재라. 또 집에는 늙으신 어머님께서 계시니, 계경과 더불어 해로하고자 하여도 그분의 뜻에 어긋나지나 않을까 두려우며, 또한 처와 첩을 다 갖추면 계랑이 달가워하지 않을까 두렵소.

계랑이 비록 거리끼지는 않는다고 할지라도, 천하에 정실이 될 여인으로 계랑만한 숙녀는 없을 것이니, 이것 또한 염려되오.”

 

蟾月曰 : “郞君是何言也? 當今天下之才 無出於郞君之右者, 新榜壯元固不足論也,

丞相印綬 大將節鉞 非久當歸於郞君手中, 天下美女 孰不願從於郞君乎?

將見紅拂隨李靖之匹馬, 綠珠步石崇之香塵, 蟾月何人 敢有一毫專寵之心?

惟願郞君 娶賢婦於高門, 以奉大夫人後亦勿棄賤妾焉. 妾請自今以後 潔身而待命矣.

섬월왈 낭군시하언야 당금천하지재 무출어랑군지우자 신방장원고부족론야

승상인수 대장절월 비구당귀어랑군수중 천하미녀 숙불원종어랑군호

장견홍불수이정지필마 녹주보석숭지향진 섬월하인 감유일호전총지심

유원랑군 취현부어고문 이봉대부인후역물기천첩언 첩청자금이후 결신이대명의

 

섬월이 말하기를,

“낭군께서 어인 말씀을 하시나이까? 이제 천하에 재주가 낭군의 오른쪽에 나설 자 아무도 없나이다. 신방(新榜)의 장원은 굳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승상의 인수(印綬)와 대장의 절월(節鉞)이 오래지 않아 마땅히 낭군의 손안에 돌아올 것이니, 천하의 미녀 그 누가 낭군을 좇고자 아니하겠사옵니까?

장차 홍불(紅拂)이 이정(李靖)의 필마를 따르고, 녹주(綠珠)가 석숭(石崇)의 향기나는 티끌을 밟을 것을 보겠는데, 섬월이 어떤 사람이라고, 감히 낭군의 총애를 독차지하려는 마음을 털끝만치라도 품을 수 있겠사옵니까?

오직 바라건대 낭군께서는 부귀한 집의 어진 부인을 얻어, 대부인(大夫人)을 삼은 연후에 천첩(賤妾)을 버리지 마옵소서. 첩은 청하건대, 이후부터 몸을 깨끗이 하여 명을 기다리겠사옵니다.”

 

生曰 : “去年我曾過華州偶見秦家女子, 其容貌才華足與桂娘,

可較伯仲 而不幸今也則亡, 桂卿欲使我更求淑女於何處乎?”

蟾月曰 : “郞君所言者必是秦御使女彩鳳也. 御使曾者爲吏於此府, 秦娘子與賤妾情誼頗綢密矣,

其娘子且有卓文君之才貌, 郞君豈無長卿之情, 而今雖思之亦無益矣, 請郞君更求於他門矣.”

생왈 거년아증과화주우견진가여자 기용모재화족여계랑

가교백중 이불행금야즉망 계경욕사아갱구숙녀어하처호

섬월왈 낭군소언자필시진어사여채봉야 어사증자위리어차부 진낭자여천첩정의파주밀의

기낭자차유탁문군지재모 낭군기무장경지정 이금수사지역무익의 청랑군갱구어타문의

 

양생이 이르기를,

“지난해에 내 일찍이 화주를 지날 적에 우연히 진가 여자를 보니, 그 용모와 빛나는 재주가 족히 계랑과 더불어 비교하여 어금지금할 것이로되 불행히도 이제는 없으니, 계경이 나로 하여금 어디가 숙녀를 다시 구하라 하오?”

섬월이 답하기를,

“낭군이 이르는 사람은 필연 진어사의 딸 채봉(彩鳳)이옵니다. 어사가 일찍이 이 고을의 원님이 되었을 때, 진낭자는 천첩과 더불어 자못 사귀어 친하여진 정의가 도타웠사옵니다. 이 낭자가 또한 탁문군(卓文君)의 재주와 용모를 지니고 있으니, 어찌 낭군께서 사마(司馬)의 정이 없지 않겠으나, 지금 그를 생각하는 것은 또한 무익한 일이옵니다. 청하건대 낭군께서는 다시 다른 가문에 구혼토록 하옵소서.”

 

楊生曰 : 自古絶色本不世出, 今桂卿秦娘兩人生幷一代, 吾恐天地精明之氣 殆已盡矣.

蟾月大笑曰 : “郞君之言誠如井底蛙矣. 妾姑以吾娼妓中公論 告於郞君矣.

天下有靑樓三絶色之語, 江南万玉燕 河北狄驚鴻 洛陽桂蟾月.

蟾月卽妾也, 妾則獨得虛名, 玉燕驚鴻眞當代絶艶, 豈可曰天下更無絶色乎?”

양생왈 자고절색본불세출 금계경진낭양인생병일대 오공천지정명지기 태이진의

섬월대소왈 낭군지언성여정저와의 첩고이오창기중공론 고어랑군의

천하유청루삼절색지어 강남만옥연 하북적경홍 낙양계섬월

섬월즉첩야 첩즉독득허명 옥연경홍진당대절염 기가왈천하갱무절색호

 

양생이 이르기를,

“예로부터 절색은 본래 세대마다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제 한 세대에 계경과 진랑 두 사람이 아울러 살고 있으니, 나는 천지의 개끗하고 밝은 기운이 이미 다하였는가 두렵소.”

섬월이 활짝 웃으며 이르기를,

“낭군 말이 진실로 우물 안 개구리와 같사옵니다. 첩이 잠시 우리 창기 중 떠도는 말을 아뢰겠나이다. 천하의 기생 집 뛰어난 세 사람이란 말이 있는데, 강남의 만옥연(万玉燕), 하북의 적경홍(狄驚鴻) 그리고 낙양의 계섬월(桂蟾月)이옵니다.

섬월은 곧 첩인데, 첩은 홀로 헛된 명성을 얻었지만, 옥연과 경홍은 참으로 당대 견줄 사람이 없는 절색이옵니다. 어찌 천하에 다시 절색이 없으리라 말씀하시나이까?”

 

生曰 : “吾意則彼兩人 猥與桂卿齊名矣.”

蟾月曰 : “玉燕以地之遠雖未得見, 南來之人無不稱讚, 可知其決非虛名,

驚鴻與妾情若兄弟, 驚鴻一生本末 請略陳之.

생왈 오의즉피양인 외여계경제명의

섬월왈 옥연이지지원수미득견 남래지인무불칭찬 가지기결비허명

경홍여첩정약형제 경홍일생본말 청략진지

 

양생이 이르기를,

“내 뜻은 어찌 저 두 사람이 외람되이, 계경과 더불어 이름을 같이 한다는 것이오.”

섬월이 이르기를,

“옥연은 땅이 멀어 비록 보지 못하였으나, 남방에서 오는 사람치고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사오니, 그것이 결코 헛된 명성이 아님을 알 수 있사옵니다. 경홍은 첩과 더불어 정이 형제와 같은데, 경홍의 일생 본말을 간략히 말씀드리겠나이다.

 

驚鴻播州良家女也, 早失怙恃依其姑母, 自十歲美麗之色名於河北,

近地之人欲以千金買以爲妾, 媒婆塡門閙如群蜂, 而驚鴻言於姑母皆斥遣衆媒,

婆問於姑娘曰 姑娘東推西却不肯許人, 必得何許佳郞乃合於意乎?

欲以大丞相之妾乎? 欲以爲節度使之副室乎? 欲許於名士乎? 欲送於秀才乎?

경홍파주량가녀야 조실고시의기고모 자십세미려지색명어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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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홍은 파주(播州) 양갓집 여자로 일찍이 어버이를 잃고 그 고모에게 의탁하였나이다. 열 살 때부터 용모의 아름답고 고움이 하북에 이름 높았으니, 근처 사람들이 천금에 사서 첩을 삼으려 중매 할멈들이 문을 메우고 벌 떼와 같이 들렸는데, 경홍이 고모에게 말하여 모두 물리쳐 보냈나이다.

중매 할멈들의 무리가, 경홍의 고모에게 묻기를,

‘고모님은 동으로 뿌리치고 서로 물리쳐서 사람을 허락지 않으니, 반드시 어떤 얌전한 신랑을 얻어야 고모님의 뜻에 맞사옵니까? 대승상의 사랑받는 첩이 되고자 하시나이까? 절도사의 첩으로 삼고자 하시나이까? 명사(名士)를 좇게 하려 하시나이까? 수재(秀才)를 따르게 하고자 하시나이까?’

 

驚鴻替對曰 ‘若如晉時, 東山携妓之謝安石, 則可以爲大宰相之妾矣.

若如三國時, 使人誤曲之周公瑾, 則可以爲節度使之妾矣.

有若玄宗朝, 獻淸平詞之翰林學士, 則名士可隨矣.

有若武帝時, 奏鳳凰曲之司馬長卿, 則秀才可從矣. 惟意是適何可逆料乎?’

衆婆大笑而散.

경홍체대왈 약여진시 동산휴기지사안석 즉가이위대재상지첩의

약여삼국시 사인오곡지주공근 즉가이위절도사지첩의

유약현종조 헌청평사지한림학사 즉명사가수의

유약무제시 주봉황곡지사마장경 즉수재가종의 유의시적하가역료호

중파대소이산

 

하니, 경홍이 잠시 있다가 답하기를,

‘만일 진(晉)나라 시절에 동산에서 기생을 이끌었던 사안석(謝安石) 같으면, 곧 대재상의 첩이 될 것이옵니다. 만일 삼국시대 사람들에게 곡조를 알게 하였던 주공근(周公瑾) 같으면, 곧 절도사의 첩이 될 것이옵니다. 만일 현종 조 시대에 청평사(淸平詞)를 바쳤던 한림학사(翰林學士) 같은 이가 있으면, 곧 명사를 따를 것이옵니다. 만일 무제(武帝) 때 봉황곡(鳳凰曲)을 탔던 사마장경(司馬長卿) 같은 이가 있으면, 곧 수재를 좇을 것이옵니다. 오직 뜻대로 행할진대 어찌 미리 요량하겠나이까?’

 

驚鴻私以爲窮鄕女子耳目不廣, 將何以揀天下之奇才, 擇閨中之賢匹乎?

惟娼女則英雄豪傑, 無不接席而酬酢, 公子王孫 亦皆開門而逢迎,

賢愚易卞 優劣可分, 比之則求竹於楚岸, 採玉於藍田, 奇才美品何患不得?

遂願自賣於娼家, 必欲託身於奇男, 未及數年名聲大噪.

경홍사이위궁향녀자이목불광 장하이간천하지기재 택규중지현필호

유창녀즉영웅호걸 무부접석이수작 공자왕손 역개개문이봉영

현우이변 우열가분 비지즉구죽어초안 채옥어람전 기재미품하환부득

수원자매어창가 필욕탁신어기남 미급수년명성대조

 

하니, 중매 할멈들이 크게 웃으며 흩어졌나이다. 경홍이 마음속으로,

‘궁벽한 시골 여자로서 이목이 넓지 않으니, 장차 어찌 천하에 뛰어난 재주를 가리어 규중의 어진 배필을 택하겠는가? 오직 창녀는 곧 영웅호걸과 자리를 가까이하여 수작하지 아니함이 없을 뿐이며, 공자(公子)와 왕손 또한 문을 다 열어 받들어 맞이할 것이리라. 어질고 어리석음을 가려내기 쉽고 우열을 나눌 수 있으니, 이를 비유하면 대나무를 초나라 언덕에서 구하고, 옥을 남전(藍田)에서 캐는 것과 같도다. 기이한 재주와 아름다움을 얻지 못한다고 어찌 근심하겠는가?’

라고 생각하고는, 마침내 자원하여 창가에 몸을 팔아 반드시 재주가 남다른 사내에게 몸을 의탁하고자 하였는데,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명성이 크게 일어났습니다.

 

去年秋山東河北十二州文人才士, 會於鄴都設宴以娛, 驚鴻以一曲霓裳舞於席上,

翩如驚鴻 矯如翔鳳, 百隊羅綺盡失顔色, 其才基貌此可見矣.

宴罷獨上於銅雀臺, 帶月徘徊感古悲傷, 詠斷腸之遺句 弔分香之往跡,

仍窃笑曹孟德不能藏二喬於樓中, 見之者無不愛其才奇其志, 顧今閨閤之中豈獨無其人乎?

거년추산동하북십이주문인재사 회어업도설연이오 경홍이일곡예상무어석상

편여경홍 교여상봉 백대라기진실안색 기재기모차가견의

연파독상어동작대 대월배회감고비상 영단장지유구 조분향지왕적

잉절소조맹덕불능장이교어루중 견지자무불애기재기기지 고금규합지중기독무기인호

 

지난해 가을 산동(山東) 하북 십이 주의 문인 재사들이, 위(魏)나라의 수도인 업도(鄴都)에 모여 잔치를 베풀고 놀았을 때, 경홍이 자리 위에서 예상곡(霓裳曲)을 한 곡 부르며 춤을 추었나이다. 펄펄 나는 모습이 놀란 기러기 같고 날래기는 나는 봉황과 같아, 미녀 수백 명이 모두 낯빛을 잃었으니, 그 재주와 그 용모를 이로써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옵니다.

또 잔치가 끝나자 홀로 동작대(銅雀臺)에 올라, 달빛을 띤 채 배회하며 옛일을 생각하고 슬픔에 잠겨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글귀를 읊으며, 향을 나누어준 자취를 따라 조문하고, 이에 조맹덕(曹孟德)이 제일의 미녀 두 사람을 누각 속에 감추지 못한 것을 내심으로 비웃었나이다. 경홍을 보는 사람마다 그 재주를 사랑하고 그 뜻을 기이하게 여기지 않는 이가 없었으니, 생각해 보면 지금 여염집 규수 중 어찌 그런 사람이 있었겠사옵니까?

 

驚鴻與妾同遊於相國寺, 與之論懷驚鴻謂妾曰

‘爾我兩人苟得意中之君子, 互相薦引仝事一人 則庶不誤百年之身矣. 妾亦諾之矣.

妾逮遇郞君 輒思驚鴻而驚鴻, 方入於山東諸侯宮中, 此所謂好事多魔者耶.

侯王姬妾富貴雖極 亦非驚鴻之願也.”

경홍여첩동유어상국사 여지론회경홍위첩왈

이아양인구득의중지군자 호상천인동사일인즉서불오백년지신의 첩역락지의

첩체우랑군 첩사경홍이경홍 방입어산동제후궁중 차소위호사다마자야

후왕희첩부귀수극 역비경홍지원야

 

경홍이 첩과 더불어 상국사(相國寺)에서 함께 놀 때, 그와 더불어 정과 회포를 의논하였는데, 경홍이 첩에게 이르기를, ‘너와 나 두 사람이 만일 마음 속에 있는 군자를 만나거든, 서로 천거하여 한 사람을 같이 섬기면 거의 백년의 신세를 그르치지 아니하겠다.’ 라고 말하기에 첩 또한 이를 허락하였나이다.

첩이 우연히 낭군을 만나게 되니 문득 경홍을 생각하게 되는데, 경홍은 바야흐로 산동 제후의 궁중에 들어갔으니, 이것이 이른바 호사다마(好事多魔)인가 하옵니다. 제후나 왕에게 총애를 받게 되니 부귀가 비록 지극하겠지만, 또한 경홍의 바라는 바가 아니옵니다.”

 

仍唏噓曰 : “惜乎! 安得一見驚鴻 說此情也.”

楊生曰 : “靑樓中雖有許多才女, 安知士夫家閨秀, 不讓娼扉一頭地乎?”

蟾月曰 : “以妾目見無如秦娘子者, 苟下秦娘一等 妾不敢薦於郞君,

然妾飽聞長安之人爭相稱道曰 鄭司徒女子窈窕之色 幽閒之德, 爲當今女子中第一,

妾雖未親見 大名之下本無虛事, 郞君歸到京師 留意訪問是所望也.”

잉희허왈 석호 안득일견경홍 설차정야

양생왈 청루중수유허다재녀 안지사부가규수 불양창비일두지호

섬월왈 이첩목견무여진낭자자 구하진낭일등 첩불감천어랑군

연첩포문장안지인쟁상칭도왈 정사도녀자요조지색 유한지덕 위당금녀자중제일

첩수미친견 대명지하본무허사 낭군귀도경사 유의방문시소망야

 

하더니, 슬피 울며 이르기를,

“어찌하면 경홍을 한번 보고 이 사정을 말해 볼까 하는데 안타까울 뿐이옵니다.”

양생이 이르기를,

“청루(靑樓) 중에 비록 재주 있는 여자가 많다 하나, 사대부 집안의 규수가 기녀 중에서 제일 뛰어난 자에 못지않으리라는 걸 어찌 알겠소?”

섬월이 이르기를,

“첩이 눈으로 본 바로는 진낭자(秦娘子)와 같은 이가 없으니, 만일 진낭자 보다 한 등급 아래라면 첩이 감히 낭군께 천거하지 못하나이다. 이에 첩이 익히 들은 바로는 장안 사람들이 서로 다투어 칭찬하기를, 정사도(鄭司徒)의 여식이 얌전하고 정숙한 고운 자색과 그윽하고도 한가한 덕이 지금의 여자 중 제일이라 하옵니다.

첩이 비록 친히 보지는 못했으나, 큰 이름 아래에 본래 헛인물이 없다고 하였으니, 낭군께서 서울에 도착하거든 유의하시어 찾아보기 바라나이다.”

 

問答之間紗窓微明矣.

兩人同起梳洗畢蟾月曰 : “此處非郞君久留之地也. 况昨日諸公子 尙不無怏怏之心,

恐不利於相公 湏趂早登程. 前頭叨侍之日尙多, 何必爲兒女子屑屑之悲乎?

生問曰 : “娘言誠如金石 當銘鏤於心肝矣.”

遂相對揮淚 分袂而去.

문답지간사창미명의

양인동기소세필섬월왈 차처비랑군구류지지야 황작일제공자 상불무앙앙지심

공불리어상공 수진조등정 전두도시지일상다 하필위아녀자설설지비호

생문왈 낭언성여금석 당명루어심간의

수상대휘루 분몌이거

 

이처럼 문답하는 사이 사창이 희미하게 밝아졌다.

두 사람이 함께 일어나 머리 빗고 세수를 마치자 섬월이 이르기를,

“이곳은 낭군이 오래 머물 곳이 못 되옵니다. 하물며 어제 여러 공자가 불만스러운 마음이 없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기에 상공께 이롭지 아니할까 두려운데, 마땅히 일찍 길을 떠나도록 하옵소서. 앞날에 모실 날이 아직 많은데, 어찌 구태여 아녀자의 사소한 슬픔을 말하겠나이까?”

양생이 이르기를,

“낭자의 말이 금석과 같으니, 마땅히 마음속에 깊이 새기겠소.”

하고, 드디어 서로 눈물을 뿌리고 기약 없이 떨어져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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