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소유가 여장을 하고 정경패에게 거문고를 연주하다
一日崔夫人招小姐乳母錢嫗, 謂之曰 :
“今日道君誕日, 汝持香燭往紫淸觀, 傳與杜鍊師, 兼以衣段茶菓, 致吾戀戀不忘之意.”
錢嫗領命 乘小轎至道觀, 鍊師受其香燭供享於三淸殿,
且奉三種盛餽百拜而謝, 齋供錢嫗而送之.
일일최부인초소저유모전구 위지왈
금일도군탄일 여지향촉왕자청관 전여두연사 겸이의단다과 치오련련불망지의
전구령명 승소교지도관 련사수기향촉공향어삼청전
차봉삼종성궤백배이사 재공전구이송지
하루는 최부인이 소저의 유모인 전구(錢嫗)를 불러 이르기를,
“오늘은 도군(道君)의 탄생일이니 네가 향촉을 가지고 자청관에 가서 두연사에 전하여라. 겸하여 옷감과 다과를 준비하여, 나의 그립고 애틋하여 잊지 못하는 뜻을 다하도록 하라.”
전구가 명을 받아 교자(轎子)를 타고 도관에 이르니, 연사가 향촉을 받아 삼청전(三淸殿)에 공양하고, 또한 세 종류의 풍성한 선물을 받았음을 무수히 사례하며, 전구를 공손히 대접하여 보냈다.
此時楊生已到別堂, 方橫琴而奏曲矣.
錢嫗留別鍊師正欲上轎, 忽听琴韻出於三淸殿迤西小廊之上,
其聲甚妙宛轉淸新, 如在雲宵之外矣.
錢嫗停轎 而立側听頗久, 顧問於鍊師曰 :
“我在夫人左右多聽名琴, 而此琴之聲果初聞也. 未知何人所彈也.”
차시양생이도별당 방횡금이주곡의
전구류별련사정욕상교 홀은금운출어삼청전이서소랑지상
기성심묘완전청신 여재운소지외의
전구정교 이립측은파구 고문어련사왈
아재부인좌우다청명금 이차금지성과초문야 미지하인소탄야
이때 양생은 이미 별당에 들어가 거문고를 옆에 끼고 곡조를 타고 있었다. 전구가 연사에게 작별을 고하고 바로 교자를 타려다가, 문득 들으니 거문고 소리가 삼청전 서쪽 조그만 복도 위에서 새어 나오는데, 그 소리가 매우 묘하고 무척 깨끗하고 산뜻하여 구름 위의 하늘에 있는 것 같았다.
전구가 교자를 멈추고 서서 자못 오랫동안 귀를 기울여 듣다가, 되돌아보며 연사에게 묻기를,
“내가 부인의 곁에 있어 유명한 거문고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이 거문고 소리는 과연 처음 듣는 것이라. 어떤 사람이 타는 것인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鍊師答曰 : “日昨年少女冠 自楚地而來, 欲壯觀皇都 姑此淹留 而時時弄琴,
其聲可愛, 貧道聾於音律者, 不知其工焉知其拙, 今嫣嫣有此嘉獎 必善手也.”
錢嫗曰 : “吾夫人若聞之 則必有召命, 鍊師湏挽留此人勿令之他.”
鍊師曰 : “當如敎矣.”
送錢嫗出洞門後, 入以此言傳於楊生, 生大悅苦待夫人之召矣.
연사답왈 일작년소녀관 자초지이래 욕장관황도 고차엄류 이시시롱금
기성가애 빈도롱어음률자 부지기공언지기졸 금언언유차가장 필선수야
전구왈 오부인약문지 즉필유소명 연사수만류차인물령지타
연사왈 당여교의
송전구출동문후 입이차언전어양생 생대열고대부인지소의
연사가 답하기를,
“어제 젊은 여관(女冠)이 초(楚) 땅으로부터 서울의 장관을 구경하고자 와서, 아직 이곳에 머무르며 때때로 거문고를 타며 즐기나이다. 그 소리가 사랑할 만하나 빈도(貧道)은 음률에 어두워, 그 잘된 부분과 못된 부분을 알지 못하나이다. 이제 소리가 아리땁다고 칭찬하시니 필연 훌륭한 솜씨인가 보옵니다.”
전구가 이르기를,
“저희 부인께서 만일 이 이야기를 들으시면 반드시 부르라는 명이 있을 것이니, 연사는 모름지기 그 사람을 만류하여 다른 곳으로 떠나지 못하게 하옵소서.”
연사가 이르기를,
“당연히 가르치는 대로 하겠나이다.”
전구를 보내고 동문을 나선 뒤에 들어와 이 말을 양생에게 전하니, 양생은 크게 기뻐하며 부인이 부르기만을 고대하였다.
錢嫗歸告於夫人曰 : “紫淸觀有何許女冠, 能做奇絶之響 誠異事矣.”
夫人曰 : “吾欲一聽之矣.”
明日送小轎一乘侍婢一人於觀中, 傳語於女鍊師曰 : “小女冠雖不欲辱臨, 道人湏爲之勸送.”
전구귀고어부인왈 자청관유하허녀관 능주기절지향 성리사의
부인왈 오욕일청지의
명일송소교일승시비일인어관중 전어어녀연사왈 소녀관수불욕욕림 도인수위지권송
전구가 돌아가서 부인께 아뢰기를,
“자청관에 어떤 여관이 있어 절묘한 소리를 타는데, 실로 기이하옵니다.”
부인이 이르기를,
“내 한번 그 소리를 듣고 싶도다.”
이튿날 작은 교자 한 채에 시비 한 사람을 관중에 보내어, 연사에게 말을 전하기를,
“젊은 여관이 비록 오기를 꺼리더라도, 도인께서 반드시 권하여 오도록 해 주옵소서.”
鍊師對其侍婢謂生曰 : “尊人有命 君湏勉往.”
生曰 : “遐方賤蹤 雖不合進謁於尊前, 而大師之敎 何敢有違?”
於時具女道士之巾服, 抱琴而出, 隱然有魏仙君之道骨, 飄然有謝自然之仙風矣,
鄭府疋鬟欽歎不已.
연사대기시비위생왈 존인유명 군수면왕
생왈 하방천종 수불합진알어존전 이대사지교 하감유위
어시구녀도사지건복 포금이출 은연유위선군지도골 표연유사자연지선풍의
정부필환흠탄불이
연사가 시비를 앞에 두고 양생에게 이르기를,
“존귀한 분의 명이니, 그대는 반드시 사양치 말고 가도록 하시오.”
양생이 이르기를,
“먼 지방의 미천한 사람이 비록 귀하신 분 앞에 나아가 뵈옵기가 합당치 못하나, 대사의 가르치심을 어찌 감히 어길 수가 있겠나이까?”
이에 여도사가 두건과 의복을 갖추어 거문고를 안고 나서니, 은연중 위부인(魏夫人)의 풍채와 골격이 있고, 표연히 사자연(謝自然)의 선풍(仙風)을 풍겨 정부(鄭府)의 필환(疋鬟)이 흠모하여 찬탄하여 마지않았다.
楊生乘小轎 至鄭府, 侍婢引入於內庭, 夫人坐於中堂 威儀端嚴.
楊生叩頭再拜於堂下, 夫人命賜坐 謂之曰 :
“昨日婢子往道觀幸聽仙樂而來, 老人方願一見 得接道人淸儀, 須覺俗慮之自消.”
양생승소교 지정부 시비인입어내정 부인좌어중당 위의단엄
양생고두재배어당하 부인명사좌 위지왈
작일비자왕도관행청선악이래 노인방원일견 득접도인청의 수각속려지자소
양생이 작은 교자를 타고 정씨 댁에 이르자, 시비가 안뜰로 이끌고 들어가는데, 부인이 대청 가운데에 앉았으니, 위의가 단정하고 엄숙하였다.
양생이 대청 아래서 머리를 조아려 재배하니, 부인이 자리를 내리도록 명하고 이르기를,
“어제 도관에 간 시비로부터 선악(仙樂)이 왔다는 말을 다행히 듣고, 늙은 이 몸이 문득 한번 보고 싶었는데, 막상 도인의 맑은 거동을 접하니, 모름지기 속세의 근심이 저절로 사라짐을 깨닫겠노라.”
楊生避席而對曰 : “貧道本是楚間孤踐之人也, 浪迹如雲朝暮東西,
玆因賤技 獲近於夫人座下, 是豈始望之所及哉?”
夫人使侍婢取楊生手中之琴, 置膝摩挲乃稱賞曰 : “眞箇妙才也.”
生答曰 : “此龍門山上百年自枯之桐, 本性已盡於霹靂, 堅强不下於金石, 雖以千金睹之不可易也.”
酬答之頃砌陰已改, 而漠然無小姐之形影矣.
양생피석이대왈 빈도본시초간고천지인야 양적여운조모동서
자인천기 획근어부인좌하 시기시망지소급재
부인사시비취양생수중지금 치슬마사내칭상왈 진개묘재야
생답왈 차룡문산상백년자고지동 본성이진어벽력 견강불하어금석 수이천금도지불가이야
수답지경체음이개 이막연무소저지형영의
양생이 자리를 사양하며 답하기를,
“빈도(貧道)는 본래 초나라의 외롭고도 천한 사람으로, 정처 없이 떠돌아 아침에는 동에 있고 저녁에는 서에 있는 구름과 같사옵니다. 이렇듯 천한 재주로 부인의 자리 아래에 가까이 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어찌 처음에는 이루어지리라 바라던 일이었나이까?”
부인이 시비에게 명하여 양생의 손에 들린 거문고를 가져오게 하여, 무릎에 놓고 어루만지다가 이에 칭찬하기를,
“진실로 묘한 재목이로다.”
양생이 아뢰기를,
“이 재목은 용문산(龍門山) 위의 백 년 된 자고동(自枯桐)으로 벼락에 나무의 성질이 다하여, 굳세고 단단하기가 금석 못지않으니, 비록 천금을 주고도 그것을 사기는 쉽지 않은 것이옵니다.”
이렇듯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에 섬돌의 그늘이 이미 옮겨졌으나, 자리에 없는 소저의 형체와 그림자는 막연하였다.
楊生心甚着急疑慮自起, 告於夫人曰 :
“貧道雖傳得古調 而今之不彈者多, 貧道亦不能自知其聲之非 今而古也.
頃仍紫淸觀衆女冠, 而聞之 則小姐之知音, 則今世之師曠, 願效賤芸 以聽小姐之下敎也.”
양생심심착급의려자기 고어부인왈
빈도수전득고조 이금지불탄자다 빈도역불능자지기성지비 금이고야
경잉자청관중녀관 이문지 즉소저지지음 즉금세지사광 원효천예 이청소저지하교야
양생의 마음이 몹시 급해지고 의심스러운 생각이 저절로 일어나, 부인에게 아뢰기를,
“빈도가 비록 옛 곡조를 배웠으나, 요새 사람들이 타지 못하는 것이 많사옵니다. 빈도 또한 스스로 그 소리의 틀린 점을 알 수 없음은 지금이나 예나 마찬가지이옵니다. 이에 잠시 자청관의 여러 여관에게서 들으니, 따님께서 음률을 아는 것이 금세의 사광(師曠)이라 하오니, 바라건대 천한 재주를 시험하여 따님의 가르침을 듣고자 하옵니다.”
夫人使侍兒招小姐, 俄而繡幕乍捲 香澤微生, 小姐來坐於夫人座側,
楊生起拜畢 縱目而望之, 太陽初湧於丹霞, 芳蓮政映於綠水矣. 神搖眸眩不能正視.
楊生嫌其坐席稍遠, 眼力有碍乃告曰 :
“貧道欲受小姐之明敎, 而華堂廣闊聲韻散泄, 或恐不專於細聽也.”
부인사시아초소저 아이수막사권 향택미생 소저래좌어부인좌측
양생기배필 종목이망지 태양초용어단하 방련정영어록수의 신요모현불능정시
양생혐기좌석초원 안력유애내고왈
빈도욕수소저지명교 이화당광활성운산설 혹공부전어세청야
부인이 시비로 하여금 소저를 부르게 하니, 이윽고 수놓은 장막이 문득 열리며 향내가 조금 일더니, 소저가 와서 부인의 자리 옆에 앉았다.
양생이 일어나 절한 다음 눈을 들어 그 모습을 바라보니, 태양이 처음 붉은 노을에 솟아올라, 아름다운 연꽃이 정말 푸른 물에 비친 것 같아서, 정신이 요란하고 눈이 현란하여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양생이 그 자리가 점점 멀어져서, 보기에 장애 됨을 꺼리어 이에 아뢰기를,
“빈도가 소저의 현명한 가르침을 받고자 하오나, 대청이 너무 넓어 소리가 흩어져, 혹시 자세히 듣기에 전념치 못할까 두렵습니다.”
夫人謂侍兒曰 : “女冠之座 可移於前也.”
侍婢移席請坐, 雖己偪於夫人之座, 而適當小姐座席之右, 反不如直視相望之時也.
生大以爲恨 而不敢再請.
侍婢設香案於前, 開金爐爇名香, 生乃改坐援琴, 先奏霓裳羽衣之曲.
부인위시아왈 여관지좌 가이어전야
시비이석청좌 수기핍어부인지좌 이적당소저좌석지우 반불여직시상망지시야
생대이위한 이불감재청
시비설향안어전 개금로설명향 생내개좌원금 선주예상우의지곡
부인이 시중드는 아이에게 이르기를,
“여관의 자리를 앞으로 옮기도록 하라.”
시비가 자리를 옮겨 앉기를 청해, 비록 부인의 자리와는 무척 가까워졌으나, 소저 자리의 오른쪽으로 가게 되어, 오히려 곧바로 대하여 서로 바라볼 때만도 못하게 되었다. 양생은 크게 한이 되었지만, 감히 다시 청하지 못하였다.
시비가 앞에 향로를 차려 놓고 금향로에 향을 피우자, 양생은 이에 고쳐 앉아 거문고를 당겨 먼저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을 탔다.
小姐曰 : “美哉此曲! 宛然天寶太平之氣像也. 此曲人必解之而曲盡其妙, 未有如道人之手段者也.
此非所謂 漁陽鼙鼓動地來, 驚罷霓裳羽衣曲者乎? 階亂之淫樂 不足聽也 願聞它曲.”
楊生更奏一曲小姐曰 : “此曲樂而淫 哀而促, 卽陳後主玉樹後庭花也,
此非所謂 地下若逢陳後主, 豈宜重問後庭花者乎? 亡國之繁音不足尙也, 更奏他曲.”
소저왈 미재차곡! 완연천보태평지기상야 차곡인필해지이곡진기묘 미유여도인지수단자야
차비소위 어양비고동지래 경파예상우의곡자호 계란지음악 부족청야 원문타곡
양생갱주일곡소저왈 차곡락이음 애이촉 즉진후주옥수후정화야
차비소위 지하약봉진후주 기의중문후정화자호 망국지번음부족상야 갱주타곡
소저가 이르기를,
“아름답도다, 이 곡조. 완연하게 천보(天寶) 시절의 태평스러운 기상이로다. 이 곡조를 사람들이 이해한다 하여도 소리의 다다름이 이렇듯 신묘하기는, 도인의 솜씨와 같은 것이 없을 것이옵니다. 하지만 이는 이른바 어양비고동지래(漁陽鼙鼓動地來)하니 경파예상우의곡(驚罷霓裳羽衣曲)이 아니옵니까? 무릇 어지럽고도 음란한 노래라 족히 들을 바 못 되오니, 바라건대 다른 노래를 듣고자 하나이다.”
양생이 다시 한 곡을 연주하니 소저가 이르기를,
“이 곡은 즐겁지만 음란하고, 슬프지만 촉급하니, 곧 진후주(陳後主)의 옥수후정화(玉樹後庭花)라. 이것은 이른바 지하약봉진후주(地下若逢陳後主)면 기의중문후정화(豈宜重問後庭花)가 아니옵니까? 망국의 색채가 짙은 음이라 족히 숭상할 바가 못 되오니, 다시 다른 곡을 연주해 주옵소서.”
楊生又奏一闋 小姐曰 : “此曲如悲如喜, 如感激者然如思念者然.
昔蔡文姬遭亂被拘, 生二子於胡中矣, 及曹操贖還 文姬將歸故國,
留別兩兒作胡笳十八拍, 以寓悲憐之意, 所謂 胡人落淚添邊草, 漢使斷腸對歸客者也.
其聲雖可聽也, 失節之人曷足道哉? 請新其曲.”
양생우주일결 소저왈 차곡여비여희 여감격자연여사념자연
석채문희조란피구 생이자어호중의 급조조속환 문희장귀고국
유별양아작호가십팔박 이우비련지의 소위 호인락루첨변초 한사단장대귀객자야
기성수가청야 실절지인갈족도재 청신기곡
양생이 또 한 곡의 연주를 마치자, 소저가 이르기를,
“이 곡은 슬픈 듯, 기쁜 듯, 감격하는 듯, 사념하는 듯하옵니다. 옛적에 채문희가 난을 만나 잡힌 몸이 되어 오랑캐에게 홀리어, 두 아들을 낳아 조조(曹操)가 몸값을 치르자, 문희가 바야흐로 고국으로 돌아왔나이다. 이때 두 아이와 작별하며 호가십팔박(胡笳十八拍)을 지어 슬프고도 가련한 뜻을 부쳤으니, 이른바 호인락루첨변초(胡人落淚添邊草)요, 한사단장대귀객(漢使斷腸對歸客)이라는 것이옵니다. 그 소리는 비록 들을 만하나 절개를 잃은 사람이니, 어찌 족히 칭송하나이까? 새 곡조를 청하옵니다.”
楊生又奏一腔 小姐曰 : “王昭君出塞曲也. 昭君眷係舊君 瞻望故鄕,
悲此身之失所 怨畵師之不公, 以無限不平之心 付之於一曲之中,
所謂 誰憐一曲傳樂府, 能使千秋傷綺羅者也.
然胡姬之曲 邊方之聲 本非正音也. 抑有他曲乎?”
양생우주일강 소저왈 왕소군출새곡야 소군권계구군 첨망고향
비차신지실소 원화사지불공 이무한불평지심 부지어일곡지중
소위 수련일곡전악부 능사천추상기라자야
연호희지곡 변방지성 본비정음야 억유타곡호
양생이 또 노래 한 곡조를 타니, 소저가 이르기를,
“왕소군(王昭君)의 출새곡(出塞曲)이옵니다. 소군이 옛 임금을 생각하고 고향을 바라보며, 그 몸 잃은 바를 슬퍼하고, 화공(畫工)이 공평치 못함을 원망하여 끝없이 불평한 마음을 이 한 곡에 부쳤나이다. 이른바 수련일곡전악부(誰憐一曲傳樂府)하여 능사천추상기라(能使千秋傷綺羅)라 하는 것이옵니다. 하지만 오랑캐 계집의 노래요, 변방 소리이니 근본이 바른 소리는 아니옵니다. 혹시 다른 곡조가 있나이까?”
楊生又奏一轉, 小姐改容而言曰 : “吾不聞此聲久矣, 道人實非凡人也.
此則英雄不遇其時, 托心於塵世之外而, 忠義之氣噎鬱於板蕩之中, 得非嵆叔夜廣陵散乎?
及其被戮於東市也, 顧日影彈一曲曰
‘怨哉! 人有欲學廣陵散者乎, 吾惜之而不傳矣, 嗟呼! 廣陵散從此絶矣.’
所謂獨鳥下東南, 廣陵何處在者也. 後人無傳之者, 道人必遇嵇康之精靈而學也.”
양생우주일전 소저개용이언왈 오불문차성구의 도인실비범인야
차즉영웅불우기시 탁심어진세지외이 충의지기일울어판탕지중 득비혜숙야광릉산호
급기피륙어동시야 고일영탄일곡왈
원재 인유욕학광릉산자호 오석지이부전의 차호 광릉산종차절의
소위독조하동남 광릉하처재자야 후인무전지자 도인필우혜강지정령이학야
양생은 또 한 곡조를 타니, 소저가 낯빛을 고치며 이르기를,
“내가 이 소리를 오랫동안 듣지 못하였는데, 도인은 진실로 평범한 사람이 아니옵니다. 이는 곧 영웅이 때를 만나지 못해, 마음을 속세 밖에 붙여, 방탕한 가운데 충의의 기운을 듬뿍 머금었으니, 바로 혜숙야(嵆叔夜)의 광릉산(廣陵散)이 아닙니까? 급기야 시장의 동쪽에서 죽임을 당할 때, 햇빛을 돌아보며 한 곡조를 타고 이르기를, ‘원통하다! 광릉산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있었으나, 내 아껴 전하지 않았더니, 슬프다. 광릉산이 이로부터 끊어졌구나.’ 하였사옵니다.
이른바 독조하동남(獨鳥下東南)하니 광릉하처재(廣陵何處在)라 하는 것입니다. 후인들이 전한 자가 없었는데, 도인께서 마침내 혜강(嵇康)의 영혼을 만나 이 곡을 배우셨사옵니다.”
生膝席而答曰 : “小姐之英慧 出人上萬萬也. 貧道嘗聞之於師, 其言亦與小姐一也.”
又奏一飜小姐曰 : “優優哉渢渢哉! 靑山峨峨 綠水洋洋,
神仙之跡 超蛻塵臼之中, 此非伯牙水仙操乎? 所謂鍾期旣遇, 奏流水而何慚者也?
道人乃千百歲後知音也, 伯牙之靈如有所知, 必不恨鍾子期之死也.”
생슬석이답왈 소저지영혜 출인상만만야 빈도상문지어사 기언역여소저일야
우주일번소저왈 우우재풍풍재 청산아아 록수양양
신선지적 초세진구지중 차비백아수선조호 소위종기기우 주류수이하참자야
도인내천백세후지음야 백아지령여유소지 필불한종자기지사야
양생이 꿇어앉아서 답하기를,
“소저의 영민하고 지혜로우심은 뛰어난 이 가운데서도 유독 뛰어나십니다. 빈도가 일찍이 스승에게 그 말을 들었는데, 그 말 또한 소저와 그대로이옵니다.”
또 한 곡을 연주하니 소저가 이르기를,
“너그럽고 알맞나이다. 청산은 높고 녹수는 넓은데, 신선의 자취가 티끌 가운데서 유독 뛰어났으니, 이는 백아(伯牙)의 수선조(水仙操)가 아니옵니까? 이른바 종자기(鍾子期)를 이미 만났으니, 유수(流水)를 연주함이 무엇이 부끄럽겠는가 한 것이옵니다. 도인이 이에 오랜 세월 뒤에 지음(知音)을 알게 되었으니, 백아(伯牙)의 영혼이 만일 알게 된다면, 반드시 종자기의 죽음을 그다지 슬퍼하지 아니할 것이옵니다.”
楊生又彈一聞, 小姐輒正衿跪坐曰 :
“至矣盡矣. 聖人朝雨亂世,遑遑四海有拯濟萬姓之意, 非孔宣父 誰能作此曲乎?
必猗蘭操也. 所謂逍遙九州 無有定處者 非其意乎?”
양생우탄일문 소저첩정음궤좌왈
지의진의 성인조우란세 황황사해유증제만성지의 비공선부 수능작차곡호
필의란조야 소위소요구주 무유정처자 비기의호
양생이 또 한 곡조를 타니, 소저가 문득 바로 옷깃을 여미고 무릎을 꿇어앉아 이르기를,
“지극하고도 극진하옵니다. 성인이 우연히 난세를 당하여 사해(四海)의 급박한 모든 백성을 건져 구제하려 하였으니, 공자님이 아니면 이 곡조를 누가 지을 수 있겠사옵니까? 필연 의란조(猗蘭操)이옵니다. 이른바 ‘구주(九州)에 조용히 떠돌아다니니, 정처 없구나.’ 하는 것이 그 뜻이 아니옵니까?”
楊生跪坐添香復彈一聲.
小姐曰 : “高哉美哉! 猗蘭之操 雖出於大聖人, 憂時救世之心 而猶有不遇時之歎也,
此曲與天地萬物 凞凞同春, 嵬嵬蕩蕩無得以名也, 是必大舜南薰曲也.
所謂南風之薰兮, 可以解吾民之慍者非其詩乎?
盡善盡美者 無過於此者, 雖有他曲 不願聞也.”
양생궤좌첨향부탄일성
소저왈 고재미야 의란지조 수출어대성인 우시구세지심 이유유불우시지탄야
차곡여천지만물 희희동춘 외외탕탕무득이명야 시필대순남훈곡야
소위남풍지훈혜 가이해오민지온자비기시호
진선진미자 무과어차자 수유타곡 불원문야
양생이 무릎을 꿇어앉아 향을 더 피우고 소리 하나를 다시 타니, 소저가 이르기를,
“높고도 아름답나이다. 의란조는 비록 대성인이 시대를 근심하고 세상을 구하려는 마음에서 나왔으나, 오히려 때를 만나지 못한 서글픔이 있었나이다. 이 곡은 천지만물과 더불어 봄기운이 감돌고, 높고도 넓어 이름을 지을 수가 없으니, 이는 필시 순임금의 남훈곡(南薰曲)이옵니다. 이른바 남풍지훈혜(南風之薰兮)여 해오민지온(解吾民之慍)은 그 시가 아닙니까? 지극히 선하고 지극히 아름다움이 이에 더 나을 것이 없으니, 비록 다른 곡조가 있을지라도 듣기를 바라지 않겠나이다.”
楊生敬而對曰 : “貧道聞 樂律九變 天神下降, 貧道所奏者 只八曲也, 尙有一曲 請玉振之矣.”
拂柱調絃 閃手而彈, 其聲悠揚闓悅, 能使人魂佚而心蕩,
庭前百花一時齊綻, 乳燕雙飛流鶯互歌, 小姐蛾眉暫低 眼波不收, 泯黙而坐矣.
양생경이대왈 빈도문 악률구변 천신하강 빈도소주자 지팔곡야 상유일곡 청옥진지의
불주조현 섬수이탄 기성유양개열 능사인혼일이심탕
정전백화일시제탄 유연쌍비류앵호가 소저아미잠저 안파불수 민묵이좌의
양생이 공경히 답하기를,
“빈도가 들으니 풍류의 음률 곡조가 아홉 번 변하면, 천신이 내린다고 하는데, 빈도가 탄 것은 다만 여덟 곡으로 아직 한 곡조가 남았나이다. 마저 타기를 청하나이다.”
거문고 기둥을 바로잡고 줄을 고르며 손을 번쩍이면서 타니, 그 소리가 유유히 울리고 터져 나와, 능히 사람으로 하여금 혼을 잃고 마음을 방탕케 하였다. 뜰 앞의 온갖 꽃이 일시에 가지런히 터지고, 어린 제비가 쌍쌍이 날며 꾀꼬리가 서로 우짖는 듯하니, 소저는 아름다운 눈썹을 잠시 내리깔고, 눈길을 거두지 아니한 채 잠잠히 앉아 있었다.
至鳳兮鳳兮歸故鄕, 遨遊四海求其凰之句, 乃開眸再望俯視其帶,
紅暈轉上於雙頰, 黃氣忽消於八字, 正若被惱於春酒者也.
卽雍容起立轉身入內, 生愕然無語推琴而起, 惟瞪視小姐之背, 魂飛神飄立如泥塑,
지봉혜봉혜귀고향 오유사해구기황지구 내개모재망부시기대
홍훈전상어쌍협 황기홀소어팔자 정약피뇌어춘주자야
즉옹용기립전신입내 생악연무어추금이기 유징시소저지배 혼비신표립여니소
봉혜봉혜귀고향(鳳兮鳳兮歸故鄕)하여 오유사해구기황(遨遊四海求其凰)이란 구절에 이르러서는, 눈을 뜨고 다시 보며 그 옷과 띠를 내려다보았다. 붉은 빛은 두 뺨에 아롱지고 누른 기운이 팔자 눈썹에 문득 사라지니, 정말 봄 술에 취한 듯싶었다.
곧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서 몸을 움직여 안으로 들어가 버리니, 양생이 깜짝 놀라 말을 못하고 거문고를 밀치고 서서, 오직 소저의 등쪽만을 찬찬히 바라보니, 혼이 날아가 버리고 정신이 아찔하여 진흙 인형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夫人命坐之問曰 : “師傅俄者所彈者 何曲也?”
生詐對曰 : “貧道傳得於師 而不知其曲名故, 正待小姐之命矣.”
小姐久而不出, 夫人使侍婢問其故 侍婢還報曰 : “小姐半日觸風, 氣候欠安不能出來矣.”
부인명좌지문왈 사부아자소탄자 하곡야
생사대왈 빈도전득어사 이부지기곡명고 정대소저지명의
소저구이불출 부인사시비문기고 시비환보왈 소저반일촉풍 기후흠안불능출래의
부인이 명하여 앉으라 하고 묻기를,
“사부가 별안간 탄 소리는 무슨 곡조인가?”
양생이 거짓으로 답하기를,
“빈도가 비록 스승에게 전하여 얻었으나, 그 곡명은 알지 못하는 고로, 바로 소저의 명을 기다리겠나이다.”
소저가 오래도록 나오지 아니하거늘 부인이 시비로 하여금 그 연고를 물으니, 시비가 돌아와 아뢰기를,
“소저께서 반나절 동안 바람을 쐬었기로, 기후가 편치 못하여 나오지 못하겠다 하옵니다.”
楊生大疑小姐之覺悟, 蹙蹙不安不敢久留起拜於夫人曰 :
“伏聞小姐玉體不平, 貧道實切憂慮矣. 伏想夫人必欲親自諗視, 貧道請退去矣.”
夫人出金帛而賞之, 生辭而不受曰 :
“出家之人 雖粗解聲律, 不過自適而已, 敢受伶人之纏頭乎?”
因頓首而謝下階而去.
양생대의소저지각오 축축불안불감구류기배어부인왈
복문소저옥체불평 빈도실체우려의 복상부인필욕친자심시 빈도청퇴거의
부인출금백이상지 생사이불수왈
출가지인 수조해성률 불과자적이이 감수령인지전두호
인돈수이사하계이거
양생은 소저가 깨닫고 알아차렸는지나 않았는가, 크게 의심스러워 조심스럽고 불안하여 감히 더 머무르지 못하고 일어나, 부인에게 절하며 아뢰기를,
“엎드려 듣자옵건대, 소저의 귀체 불편하시다 하오니, 빈도는 실로 우려되옵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부인께서 몸소 진맥을 보실 듯하옵기에, 빈도는 물러가길 청하옵니다.”
부인이 금과 비단을 상으로 내주거늘, 양생이 사양하며 받지 않고 아뢰기를,
“출가한 사람으로 비록 성률(聲律)을 약간 안다고 하지만, 스스로 즐기는 데에 지나지 않으오니, 어찌 감히 사례금을 받을 수 있겠나이까?”
인하여 머리를 조아려 사례하고, 섬돌 아래로 내려 돌아갔다.
'고전총람(산문) > 구운몽 한문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지일 - 13. 과거에 급제한 소유는 정경패와의 혼인을 허락받다 (0) | 2020.11.25 |
---|---|
권지일 - 12. 정경패와 가춘운이 소유에 대해 이야기하다 (0) | 2020.11.24 |
권지일 - 10. 소유가 두연사에게 정경패와 혼인하겠다는 뜻을 밝히다 (0) | 2020.11.24 |
권지일 - 9. 계섬월이 소유에게 천하절색 적경홍을 이야기하다 (0) | 2020.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