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정경패와 가춘운이 소유에 대해 이야기하다
夫人憂小姐之病, 卽召問之已快愈矣.
小姐還于寢室問於侍女曰 : “春娘之病今日如何?”
侍女曰 : “今日則已差 聞小姐聽琴 新起梳洗矣.”
부인우소저지병 즉소문지이쾌유의
소저환우침실문어시녀왈 춘랑지병금일여하
시녀왈 금일즉이차 문소저청금 신기소세의
부인이 소저의 병이 걱정되어 곧 불러서 물으니, 이미 쾌유되어 있었다.
소저는 침실로 돌아와 시비에게 묻기를,
“춘랑(春娘)의 병은 오늘 어떠하였느냐?”
시비가 아뢰기를,
“오늘은 소저께서 곧 나으셔서, 거문고 소리를 들으려 하신다 하니, 친히 일어나 머리를 빗고 세수를 하였나이다.”
原來春娘姓賈氏, 其父西蜀人也, 上京爲承相府胥吏, 多有功勞於鄭司徒家矣, 未久病死.
時春娘年才十歲, 司徒夫妻憐其無依, 收置府中使與小姐同遊, 其齒於小姐較一月矣.
容貌粹麗百態俱備, 端正尊貴之氣像雖不及於小姐, 而亦絶代佳人也,
詩才之奇筆法之妙, 女紅之工 足與小姐相上下.
원래춘랑성가씨 기부서촉인야 상경위승상부서리 다유공로어정사도가의 미구병사
시춘랑년재십세 사도부처련기무의 수치부중사여소저동유 기치어소저교일월의
용모수려백태구비 단정존귀지기상수불급어소저 이역절대가인야
시재지기필법지묘 여홍지공 족여소저상상하
원래 춘랑의 성은 가씨(賈氏)이고, 그 아버지는 서촉(西蜀) 사람으로, 서울에 올라와 승상부 서리(書吏)가 되어 정사도 집에서 많은 공로를 쌓았지만, 오래지 않아 병들어 죽었다. 이때 춘랑의 나이 겨우 열 살이었는데, 사도(司徒) 부부가 춘운이 의지할 바 없음을 불쌍히 여겨, 집안에 두어 소저와 함께 놀게 하였는데, 그 나이가 소저와 꼭 한 달이 달랐다.
용모가 순수하고 고우며 온갖 태도를 갖추어 단정하며, 존귀한 기상이 비록 소저를 따르지 못하였으나, 또한 절세의 가인(佳人)이었다. 시 짓는 재주의 기묘함과 필법의 신묘함, 여자가 하는 일의 공교함도 소저와 더불어 족히 위아래를 나눌 만하였다.
小姐視如同氣不忍暫離, 雖有奴主之分 實同朋友之誼.
本名卽楚雲小姐以其態度之可愛, 採韓吏部多態度春空雲之句,
改其名曰春雲, 家內人皆以春雲乎之,
소저시여동기불인잠리 수유노주지분 실동붕우지의
본명즉초운소저이기태도지가애 채한리부다태도춘공운지구
개기명왈춘운 가내인개이춘운호지
소저가 형제와 같이 생각하여 잠시도 떠나지 못하였으니, 비록 종과 주인의 구분이 있었지만 실로 붕우의 우의는 한가지였다.
본명은 초운(楚雲)인데, 소저가 그 태도를 사랑하여 한퇴지(韓退之)의 다태도춘공운(多態度春空雲)이라는 구절을 취해, 이름을 고쳐 춘운(春雲)이라 하니, 집안사람들이 모두 춘운이라 불렀다.
春雲來見小姐而問曰 : “諸侍女爭言, 中堂彈琴之女冠容如天仙, 手彈稀音小姐大加稱讚,
小婢忘却在病方欲玩賞, 其女冠何其速去耶?”
小姐發紅於面徐言曰 : “吾動身如玉 持心如盤, 足跡不出於重門,
言語不交於親戚 乃春娘之所知也. 一朝爲人所詐, 忽受難洗之羞辱, 自此何忍擧面對人乎?”
춘운래견소저이문왈 제시녀쟁언 중당탄금지녀관용여천선 수탄희음소저대가칭찬
소비망각재병방욕완상 기녀관하기속거야
소저발홍어면서언왈 오동신여옥 지심여반 족적불출어중문
언어불교어친척 내춘랑지소지야 일조위인소사 홀수난세지수욕 자차하인거면대인호
춘운이 와서 소저를 보고 묻기를,
“여러 시녀가 다투어 말하기를, ‘대청에서 거문고를 탄 여관의 얼굴이 하늘의 선녀와도 같고, 손으로는 드문 음을 타니, 소저께서 대단히 칭찬하시더라.’ 하기로 소비(小婢)가 병이 있음을 깜빡 잊고 구경하고자 하였는데, 그 여관이 어찌 그리 급히 떠나갔나이까?”
소저가 낯빛을 붉히고 천천히 이르기를,
“내가 몸을 사랑함이 옥같이 하고, 마음가짐을 편안히 하여, 발자취가 중문을 나서지 아니하였고, 친척과도 말을 나누지 아니함은 춘랑이 알고 있는 바이라. 그러하나 하루 아침에 남한테 속임을 당하여, 문득 씻기 어려운 수치와 모욕을 받았으니, 이제부터 어찌 차마 낯을 들어 사람들을 대하겠느냐?”
春雲驚曰 : “怪哉! 此何言也?”
小姐曰 : “俄來女冠果然其容貌秀矣, 琴曲妙矣.”
卽囁嚅不畢其說春雲曰 : “其人第如何耶?”
춘운경왈 괴재 차하언야
소저왈 아래녀관과연기용모수의 금곡묘의
즉섭유불필기설춘운왈 기인제여하야
춘운이 놀라서 묻기를,
“이상하옵니다. 이 어인 말씀이옵니까?”
소저가 이르기를,
“아까 왔던 여관은 그 용모도 과연 빼어나고, 거문고 곡조도 신묘하였더라만.”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주저할 때에, 춘운이 이르기를,
“여관이 곡을 타는 순서는 어떠했사옵니까?”
小姐曰 : “其女冠始奏霓裳羽衣, 次奏諸曲其終也, 奏帝舜南薰曲 我一一評論,
遵季札之言 仍請止之, 其女冠言有一曲矣更奏新聲, 乃司馬相如挑卓文君之鳳求凰也.
我始有疑而見之, 其容貌擧止與女子大異, 是必詐僞之人, 欲賞春色而變服而來矣.
소저왈 기녀관시주예상우의 차주제곡기종야 주제순남훈곡 아일일평론
준계찰지언 잉청지지 기녀관언유일곡의갱주신성 내사마상여도탁문군지봉구황야
아시유의이견지 기용모거지여녀자대리 시필사위지인 욕상춘색이변복이래의
소저가 이르기를,
“이 여관이 처음에는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을 연주하고, 차례로 여러 곡조를 타다가 마지막에는 순임금의 남훈곡(南薰曲)을 연주하였기에, 내가 일일이 평론하고 계찰(季札)의 말을 따라 거듭 그치기를 청하였구나. 그럼에도 그 여관이 한 곡조가 더 있다고 말하고는 다시 새 곡조를 타는데, 곧 사마상여(司馬相如)가 탁문군(卓文君)의 마음을 돋우던 봉구황(鳳求凰)이 아니더냐. 내 처음으로 유의하여 그를 보았는데, 그 용모와 몸가짐이 여자와는 크게 달랐으니, 이는 필시 간사한 사람이 춘색(春色)을 엿보려고 변복하고 온 것이라.
所恨者春娘若不病, 一見可卞其詐也.
我以閨中處女之身 與所不知男子, 半日對坐露面接語, 天下寧有是事耶?
雖母子之間, 我不忍以此言告之矣. 非春娘誰與此懷也?”
소한자춘랑약불병 일견가변기사야
아이규중처녀지신여소부지남자 반일대좌로면접어 천하령유시사야
수모자지간 아불인이차언고지의 비춘랑수여차회야
한스러운 것은 춘랑이 만일 병들지 않았다면, 한 번 보고서 그것이 거짓임을 분별할 수 있었을 것이라. 내가 규중처녀로서 본디 알지 못하는 남자와 함께, 반나절이나 마주 앉아 얼굴을 드러내어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천하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
비록 모자간이라도 필연 내 차마 이 말을 고할 수가 없구나. 춘랑이 아니라면 누구에게 이렇듯 품은 생각을 말하겠는가?”
春娘笑曰 : “相與鳳求凰 處子獨不聞耶? 小姐必見杯中之弓影也.”
小姐曰 : “不然. 此人奏曲皆有次第, 若使無心 求凰之曲, 何必奏之於諸曲之末乎?
况女子之中容貌, 或有淸弱者矣或有壯大者矣, 氣像豪爽未見如此人者也.
予意則國試已迫, 四方儒生 皆集於京師, 其中恐有誤聞我名者, 妄生探芳之計也.”
춘랑소왈 상여봉구황 처자독불문야 소저필견배중지궁영야
소저왈 불연 차인주곡개유차제 약사무심 구황지곡 하필주지어제곡지말호
황녀자지중용모 혹유청약자의혹유장대자의 기상호상미견여차인자야
여의즉국시이박 사방유생 개집어경사 기중공유오문아명자 망생탐방지계야
춘랑이 웃으면서 이르기를,
“상여의 봉구황을 혼자 들은 것은 아니지요. 소저께서 반드시 잔 가운데의 활 그림자를 보는 것이옵니다.”
소저가 답하기를,
“그렇지 아니하다. 이 사람이 곡조를 타는 것이 다 차례가 있었으되, 만일 무심할진댄 봉구황곡을 하필이면 모든 곡조의 끝에 타겠느냐? 하물며 여자 중에 용모가 간혹 깨끗하면서도 약한 자도 있고 혹은 장대한 자도 있으나, 기상의 호상함이 이 사람과 같은 자는 보지 못하였도다. 내 생각으로는 과거 시험이 벌써 임박하여, 모든 지방 선비들이 모두 서울로 모여들었는데, 그중에서 내 이름을 잘못 들은 자가, 꽃을 탐하려고 망령되이 꾸민 일인 듯싶구나.”
春雲曰 : “其女冠果是男子則, 其容貌之秀美如此, 其氣像之豪爽如此,
其精通音律又如此, 可知其才品之高矣. 安知非眞相如乎?”
小姐曰 : “彼雖相如 我則決不作卓文君也.”
춘운왈 기녀관과시남자즉 기용모지수미여차 기기상지호상여차
기정통음률우여차 가지기재품지고의 안지비진상여호
소저왈 피수상여 아즉결부작탁문군야
춘운이 이르기를,
“그 여관이 과연 남자라면, 그 얼굴의 뛰어나게 아름다움이 이와 같고, 그 기상이 호쾌하고 시원함이 이와 같으며, 음률에 정통하기가 또 이와 같을진대, 그 재주의 높음을 알만 하옵니다. 어찌 진짜 사마상여가 아닌 줄 알겠나이까?”
소저가 이르기를,
“그가 비록 사마상여라 할지라도, 나는 결단코 탁문군이 되지 않을 것이야.”
春雲曰 : “小姐無爲可笑之說. 文君寡婦也小姐處女也,
文君有意而從之 小姐無心而聽之, 小姐何以自比於文君乎?”
兩人嬉嬉談笑 終日自樂.
춘운왈 소저무위가소지설 문군과부야소저처녀야
문군유의이종지 소저무심이청지 소저하이자비어문군호
양인희희담소 종일자락
춘운이 이르기를,
“소저께서는 우스운 말을 하지 마옵소서. 문군은 과부요, 소저는 처녀이시며, 문군은 뜻이 있어 좇았고, 소저는 무심하여 들었으니, 소저께서 어찌 문군에게 스스로를 견주실 수 있겠나이까?”
두 사람이 웃으며 이야기하며,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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