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구운몽 한문본

권지일 - 10. 소유가 두연사에게 정경패와 혼인하겠다는 뜻을 밝히다

New-Mountain(새뫼) 2020. 11. 24. 09:07
728x90

구운몽(1-10).pdf
0.45MB

 

10. 소유가 두연사에게 정경패와 혼인하겠다는 뜻을 밝히다

 

楊生自洛陽抵長安, 定其旅舍頓其行裝 而科日尙遠矣.

招店人問紫淸觀遠近, 云在春明門外矣.

卽備禮段往尋杜鍊師, 鍊師年可六十餘歲 戒行甚高, 爲觀中女冠之首矣.

양생자락양저장안 정기여사돈기행장 이과일상원의

초점인문자청관원근 운재춘명문외의

즉비례단왕심두연사 연사년가육십여세 계행심고 위관중녀관지수의

 

양생이 낙양으로부터 장안에 이르러, 묵을 곳을 정하고 행장을 챙겼는데, 과거 날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여관 주인을 불러 자청관(紫淸觀)의 거리를 물으니 춘명문(春明門) 밖에 있다고 하였다.

곧 예물을 갖추어 두연사(杜鍊師)를 찾으니, 연사의 나이는 가히 육십여 세에 수행이 매우 높아, 자청관의 여도사(女道士) 가운데 으뜸이 되어 있었다.

 

生進以禮謁 傳其母親書簡, 鍊師問其安否 垂涕而言曰 :

“我與令堂姐姐相別 已二十年. 後生之人 軒昻若此, 人世流光 信如白駒之忙也.

吾老矣 厭處於京師煩囂之中, 方欲遠向崆峒, 尋仙訪道 鍊魂守眞 捿心於物外矣,

姐姐書中有所托之言, 吾當不得已爲君少留, 楊生風彩明秀如仙,

當世閨艶之中 恐難得相敵之良配也. 然從湏商量, 如有閒日更加一來焉.”

생진이례알 전기모친서간 연사문기안부 수체이언왈

아여령당저저상별 이이십년 후생지인 헌앙약차 인세류광 신여백구지망야

오노의 염처어경사번효지중 방욕원향공동 심선방도 연혼수진 서심어물외의

저저서중유소탁지언 오당부득이위군소류 양생풍채명수여선

당세규염지중 공난득상적지량배야 연종수상량 여유한일갱가일래언

 

양생이 예로써 나아가 뵙고 모친의 서간을 전하니, 연사가 그 안부를 묻고 눈물을 흘리며 이르기를,

“내 자네 모친과 함께 서로 이별한 지도 이미 이십 년이 되었구나. 그 후에 태어난 사람이 저렇듯 풍채가 의젓하고 씩씩하게 되었으니, 인간 세상은 얼핏 지나가는 빛과 같고 실로 흰 망아지가 바삐 달리는 것과 같도다.

내 나이 늙어 서울의 번잡하고 시끄러운 곳에 있기가 싫어, 바야흐로 멀리 공동산(崆峒山) 속으로 가서, 신선의 도를 찾아 혼을 가다듬고 참을 지켜, 세상 물정의 바깥에 마음을 쉬게 하려 하였는데, 모친의 글 속에 부탁하는 말이 있어, 내 자네를 위해 마땅히 부득이 잠시 머물겠노라. 양은의 풍채가 맑고 빼어나기가 신선 같아, 당세의 아름다운 규수 가운데서, 서로 대적할 만한 좋은 배필 얻기가 어려울까 두렵도다. 이에 따라 모름지기 헤아려 생각할 것이니, 만일 겨를이 있거든 다시 한번 오도록 하라.”

 

楊生曰 : “小侄親老家貧, 年近二十 而身處僻鄕 未能擇配,

方當喜惧之日 反貽衣食之憂, 誠孝莫展 歉愧穼切. 今拜叔母 眷念至斯, 感荷良深矣.”

卽拜辭而退.

양생왈 소질친노가빈 연근이십 이신처벽향 미능택배

방당희구지일 반이의식지우 성효막전 겸괴삼절 금배숙모 권념지사 감하량심의

즉배사이퇴

 

양생이 아뢰기를,

“이 못난 조카의 어머님은 늙으시고 집은 곤궁하여, 나이 이십에 가깝도록 몸이 궁벽한 시골에 있어 배필을 가릴 수가 없었나이다. 이제 즐거워하며 또 두려워함이 간절한 날을 당하여 도리어 입고 먹는 일에 근심을 끼치고, 정말로 효도를 펴지 못하여 부끄러운 마음이 매우 깊었사옵니다. 이제 숙모를 뵈오니 돌보시고 생각하심이 이에까지 이르매, 감격스러운 마음이 더욱더 깊사옵니다.”

곧 하직 인사를 올리고 물러갔다.

 

時科日將迫 而自聞指婚之諾, 稍弛求名之心, 數日後復往觀中.

鍊師迎笑曰 : “一處有處女, 言其才與貌 則眞楊郞之配, 而但其家門楣太高,

六代公侯三代相國, 楊郞若爲今牓魁元, 則此婚事庶可望矣, 其前發口無益也.

楊郞不必煩訪老身, 勉修科業 期於大捷可也.”

시과일장박 이자문지혼지락 초이구명지심 수일후부왕관중

연사영소왈 일처유처녀 언기재여모 즉진양랑지배 이단기가문미태고

육대공후삼대상국 양랑약위금방괴원 즉차혼사서가망의 기전발구무익야

양랑불필번방노신 면수과업 기어대첩가야

 

과거 일자가 점점 다가오나, 혼처를 구해 보겠다는 말을 들은지라, 공명을 구하는 마음이 차차 멀어져, 수일 후 자청관에 다시 갔다.

연사가 맞이하는데 웃으며 이르기를,

“한 곳에 처녀가 있는데, 그 재주와 용모로 말하면 실로 양랑(楊郞)의 배필이 됨직한데, 다만 그 가문이 너무 높구나. 여섯 대에 걸쳐 제후였고 삼 대의 재상이었으니, 양랑이 만일 이번 과거에서 장원을 하면, 이 혼사는 거의 가망이 있겠으나, 그 전에 입을 놀리면 이롭지 않으리로다. 양랑은 번거로이 늙은 이 몸을 찾을 필요가 없고, 과업에 힘써 장원 급제를 기약하도록 힘쓸지어다.”

 

楊生曰 : “苐誰家也?”

鍊師曰 : “春明門外鄭司徒家也, 朱門臨道門 上設棨戟者卽其第也.

司徒有一女 而其處子仙也非人也.”

生忽思蟾月之言 潛念曰 : “此女子果如何 而大得聲譽於兩京之間乎?”

양생왈 제수가야

연사왈 춘명문외정사도가야 주문림도문 상설계극자즉기제야

사도유일녀 이기처자선야비인야

생홀사섬월지언 잠념왈 차녀자과여하 이대득성예어양경지간호

 

양생이 묻기를,

“대체 어떤 집안이옵니까?”

연사가 답하기를,

“춘명문 밖 정사도(鄭司徒) 집이라. 붉은 문이 길에 임하고 문 위에 계극(棨戟)을 설치해 놓은 곳이 바로 곳이니라. 사도에게 딸이 하나 있는데, 그 처녀는 신선이지 세상 사람이 아니로다.”

양생이 문득 섬월이 한 말을 가만히 생각하기를,

“이 여인이 과연 어떠하면, 두 서울 사이에서 이렇듯이 이름을 크게 얻었을까?”

 

問於鍊師曰 : “鄭氏女子 師傅曾見之乎?”

鍊師曰 : “我豈不見乎? 鄭少姐卽天人, 不可以口舌形其美也.”

生曰 : “小侄非敢爲誇大之言也, 今春科第當如探囊中物也, 此則固不足掛念而,

平生有癡獃之願, 不見妻子 則不欲求婚.

願師傅特出慈悲之心, 使小子一見其顔色 如何?”

문어련사왈 정씨녀자 사부증견지호

연사왈 아기불견호 정소저즉천인 불가이구설형기미야

생왈 소질비감위과대지언야 금춘과제당여탐낭중물야 차즉고부족괘념이

평생유치애지원 불견처자 즉불욕구혼

원사부특출자비지심 사소자일견기안색 여하

 

연사에게 여쭙기를,

“정씨(鄭氏) 여자를 사부(師傅)께서는 일찍이 보셨나이까?”

연사가 답하기를,

“내 어찌 보지 못하였겠는가? 정소저는 곧 하늘의 사람이니, 아름다움을 말로는 형언 할 수 없을 것이라.”

양생이 이르기를,

“소질(小侄)이 조카가 감히 너무 지나치게 자랑하는 말이 아니라, 올봄 과거에 장원하기란 제 주머니에 들어 있는 물건 찾기와 같사옵니다. 이것은 굳이 괘념할 것이 아니지만, 평생 어리석고 못난 소원이 있사온즉, 처녀를 보지 못하고서는 구혼할 생각이 없사옵니다. 바라옵건대 사부님께서 특별히 자비로우신 마음을 베풀어, 소자로 하여금 얼굴을 한 번 보게 하심이 어떠하오리까?”

 

鍊師大笑曰 : “宰相家女子豈有得見之路乎? 楊郞或慮老身之言, 有未可信者乎?”

生曰 : “小子何敢有疑於尊言乎? 凡人之所見各自不同, 安保其師傅之眼, 必如小子之目乎?”

鍊師曰 : “萬無此理也.

鳳凰麒麟婦孺皆稱祥瑞, 靑天白日奴隸亦知高明, 苟非無目之人 則豈不知子都之美乎?”

연사대소왈 재상가녀자기유득견지로호 양랑혹려로신지언 유미가신자호

생왈 소자하감유의어존언호 범인지소견각자부동 안보기사부지안 필여소자지목호

연사왈 만무차리야

봉황기린부유개칭상서 청천백일노예역지고명 구비무목지인즉기부지자도지미호

 

연사가 크게 웃으며 이르기를,

“재상가 여자를 어찌 볼 수 있는 길이 있겠는가? 양랑이 혹 늙은이의 말을 의심하여, 믿지 못하는 것인가?”

양생이 답하기를,

“소자가 어찌 감히 말씀을 의심하겠나이까. 다만 사람마다 소견이 각기 다르니, 어찌 사부님의 눈이 소자의 눈과 꼭 같다고 하겠사옵니까?”

연사가 이르기를,

“결코 그럴 리가 없도다. 봉황과 기린은 부인과 처녀도 다 상서롭다 일컫고, 청천백일(靑天白日)은 노예들 또한 청명함을 분별하니, 만일 눈 없는 사람이 아니면 곧 어찌 자도(子都)의 고움을 분별할 줄 모르겠는가?”

 

楊生猶不快而歸矣. 必欲受諾於鍊師, 翌日淸晨又往道觀,

鍊師笑謂曰 : “楊郞必有事也.”

生曰 : “小子不見鄭小姐, 則終不能無疑於心, 更乞師傅念母親付托之意,

察小子委曲之情, 密運冲襟 別出妙計, 使小子一遭望見, 則當結草而圖報矣.”

양생유불쾌이귀의 필욕수락어련사 익일청신우왕도관

연사소위왈 양랑필유사야

생왈 소자불견정소저 즉종불능무의어심 갱걸사부념모친부탁지의

찰소자위곡지정 밀운충금 별출묘계 사소자일조망견 즉당결초이도보의

 

양생은 오히려 기분이 좋지 못하여 돌아갔다가, 꼭 연사의 수락을 받고자 이튿날 맑은 첫새벽에 또 도관(道觀)을 찾았다.

연사가 웃으면서 이르기를,

“양랑이 반드시 일이 있도다.”

양생이 아뢰기를,

“소자가 정소저를 보지 못한다면, 마침내 마음에 의심을 지우지 못할 것이옵니다. 다시 바라옵건대 사부는 어머님께서 부탁하신 뜻을 생각하시고, 소자의 간절한 정을 살펴 깊이 헤아리옵소서. 몰래 흉금을 열고 따로 묘한 계책을 베풀어 소자에게 한번 만나보게 해 주신다면, 마땅히 풀줄기를 엮어서라도 은혜를 갚도록 하겠나이다.”

 

鍊師掉頭曰 : “未易哉.”

沉吟半餉乃謂曰 : “吾見楊郞 聰睿明透, 學問之暇 或知音律乎?”

生曰 : “小子曾遇異人學得妙曲, 五音六律 頗皆精通矣.”

연사도두왈 미이재

침음반향내위왈 오견양랑 총예명투 학문지가 혹지음률호

생왈 소자증우이인학득묘곡 오음육률 파개정통의

 

연사가 머리를 흔들면서 이르기를,

“쉽지 않겠도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다시 이르기를,

“내 양랑을 보니 총명한 지혜는 분명히 밝게 비치는데, 학문하는 겨를에 혹시 음률(音律)을 익힌 바 있는가?”

양생이 이르기를,

“소자 일찍이 기이한 사람을 만나 신묘한 곡조를 배워 익혔는데, 오음육률(五音六律)에 자못 다 정통하나이다.”

 

練師曰 : “宰相之家甲第峨峨 中門五重, 花園深深 繚垣數丈, 自非身具羽翼 不可越也.

且鄭小姐讀詩學禮律身有範, 一動一靜合度合儀, 旣不焚香於道觀, 又不薦齋於尼院,

正月上元不觀燈市之戱, 三月三日不作曲江之遊, 外人何從而窺見乎?

且有一事或冀萬幸, 而恐楊郞不肯從也.”

연사왈 재상지가갑제아아 중문오중 화원심심 료원수장 자비신구우익 불가월야

차정소저독시학례률신유범 일동일정합도합의 기불분향어도관 우불천재어니원

정월상원불관등시지희 삼월삼일부작곡강지유 외인하종이규견호

차유일사혹기만행 이공양랑불긍종야

 

연사가 이르기를,

“재상의 집이라 크고 잘 지어 엄숙하여 중문이 다섯 겹이고, 화원(花園)이 매우 깊으며 낮은 담이 여러 겹으로 둘려 있는 바, 몸에 날개가 돋지 아니하면 넘을 수가 없도다.

또한 정소저가 시를 읽고 예를 배워 몸가짐에 법도가 있어, 한 번 움직이고 한 번 그치는 바가 절도에 합당하고 예의에 합당한지라. 일찍이 도관에 분향도 아니 하고 이원(尼院)에 재(齋)를 올리지도 아니하였으며, 정월 대보름의 관등놀이와 삼짇날의 곡강(曲江) 놀이에도 가지 아니하니, 외간 남자가 어디로부터 볼 수 있겠는가? 오직 한 가지 일이 있는데 혹시 만일의 요행은 있으려니 양랑이 즐겨 따르지 않을까 하노라.”

 

生曰 : “鄭小姐如可得見, 雖令升天入地 握火蹈水, 何敢不從乎?”

鍊師曰 : “鄭司徒近因老病不樂仕宦, 惟寄興於園林鐘鼓, 夫人崔氏 性好音樂.

而小姐聰慧穎悟, 千萬百事無不明知, 至於音律淸濁節奏繁促,

一聞輒解毫分縷析, 雖妙如師襄神如子期 未必過此而. 蔡文姬之能知斷絃 盍餘事耳?

崔夫人聞有新飜之曲 則必招致其人, 使奏於座前, 令小姐論其高下評其工拙,

憑几而聽以此爲暮景之樂.

생왈 정소저여가득견 수령승천입지 악화도수 하감부종호

연사왈 정사도근인로병불락사환 유기흥어원림종고 부인최씨 성호음악

이소저총혜영오 천만백사무불명지 지어음률청탁절주번촉

일문첩해호분루석 수묘여사양신여자기 미필과차이 채문희지능지단현 합여사이

최부인문유신번지곡 즉필초치기인 사주어좌전 영소저론기고하평기공졸

빙궤이청이차위모경지락

 

양생이 이르기를,

“정소저를 볼 수 있다면, 비록 하늘로 올라가고 땅속으로 들어가며, 불을 곁에 두고 물을 건너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 좇지 않겠나이까?”

연사가 이르기를,

“정사도가 근래에는 늙고 병이 들어 벼슬살이를 즐겨 아니하고, 오로지 집안 뜰에서 음악에 흥을 붙였고, 부인 최씨도 성품이 음악을 좋아하는지라. 소저도 총명하고 슬기로우며 남보다 뛰어나게 영리하여, 천지간의 온갖 일을 분명히 모를 일이 없어서, 음률의 청탁(淸濁)과 절주(節奏)의 느리고 급함에 이르기까지 한 번 들으면 곧 미세한 부분까지도 자세히 나누어서 풀이하니, 비록 사양(師襄)의 기묘함이나 자기(子期)의 신통함도 이보다 반드시 더 낫지는 못할 것이리라. 채문희(蔡文姬)의 끊어진 가락조차도 능히 알 수 있는데, 어찌 나머지 일을 말하지 않겠는가?

최부인은 새로 엮은 곡이 있는 걸 들으면, 곧 그 사람을 불러들여 자리 앞에서 연주하게 하고, 소저로 하여금 고하를 논하여 잘된 점과 못된 점을 평하게 하고는, 책상에 기대어 소리를 들으며, 이로써 늘그막의 즐거움을 삼고 있다 하였더라.

 

吾意楊郞苟解彈琴, 預習一曲而待之, 三月晦日乃靈符道君誕日,

鄭府每年必送解事婢子, 賚來香燭於觀中, 楊郞當以此時換着女服, 手弄三尺綠綺,

使彼聞之 則彼必歸告於夫人. 夫人聽之則必請去矣.

入鄭府之後得見小姐與否, 皆係於天緣 非老身所知, 而此外無它計矣.

况君貌如美人 且不生髥, 出家之人 或有不褁髮不掩耳者, 變服亦不難矣.”

오의양랑구해탄금 예습일곡이대지 삼월회일내령부도군탄일

정부매년필송해사비자 뢰래향촉어관중 양랑당이차시환착여복 수롱삼척록기

사피문지즉피필귀고어부인 부인청지즉필청거의

입정부지후득견소저여부 개계어천연 비로신소지 이차외무타계의

황군모여미인 차불생염 출가지인 혹유불과발불엄이자 변복역불난의

 

내 생각에는 양랑이 만일 거문고를 탈 줄 알거든, 미리 한 곡을 익혀 기다려 보라. 삼월 그믐날은 영부도군(靈符道君)의 탄신일이기에 정부(鄭府)에서 매년 꼭 시중드는 계집종이 와 관중의 향촉을 가져올 것이니라. 양랑이 바로 이때에 여복으로 바꾸어 입고 손으로는 삼 척 악기를 타서 계집종에게 하여금 듣게 하면, 계집종이 반드시 돌아가서 부인께 아뢸 것이고, 부인이 그 말을 들으면 반드시 청하여 데려갈 것이리라.

정부에 들어간 후 소저를 보고 못 보고는 모두가 하늘의 인연에 매어 있으니, 늙은 이 몸이 더는 알 수 없으며, 이밖에 다른 계교는 없도나. 더구나 자네의 용모가 미인과 같고 수염도 자라지 아니하였고, 출가(出家)한 사람이라도, 머리를 싸매지 아니하고 귀를 가리지 아니한 이도 간혹 있는데, 변복(變服)하기 또한 어렵지 않을 것이로다.”

 

楊生喜而謝曰 : “謹奉尊敎矣. 退歸旅次, 屈指待日矣.”

原來鄭司徒無它子女, 惟有一女小姐而已.

崔夫人解娩之日於昏困中見之, 則有仙女把一顆明珠, 入於房櫳俄而小姐生矣, 名之曰瓊貝.

及長嬌姿雅儀奇才徽範, 蓋千古一人也.

父母鐘愛甚篤, 欲得佳郞 而無可意者, 年至二八 尙未笄矣.

양생희이사왈 근봉존교의 퇴귀여차 굴지대일의

원래정사도무타자녀 유유일녀소저이이

최부인해만지일어혼곤중견지 즉유선녀파일과명주 입어방롱아이소저생의 명지왈경패

급장교자아의기재휘범 개천고일인야

부모종애심독 욕득가랑 이무가의자 연지이팔 상미계의

 

양생은 기뻐서 사례의 절을 하고 물러나며 이르기를,

“삼가 존경하는 가르침을 받들어 물러나가 손꼽아 그날을 기다리겠나이다.”

본래 정사도(鄭司徒)는 다른 자녀가 없고 오직 외동딸 소저뿐이었다. 최부인이 아기를 낳던 날 정신이 흐릿할 때 보니, 선녀가 명주 한 개를 쥐고 방 안으로 들어오자 별안간 소저를 낳았으니, 이름을 경패(瓊貝)라 하였다.

커 가면서 아름다운 자태가 우아하고도 품위가 있었으며, 기이한 재주 또한 뛰어남이 아마도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제일이었다. 이로써 부모의 대단한 사랑이 매우 돈독하여 마땅한 배필을 구하고자 하였으나, 뜻에 합당한 자가 없어 나이 열여섯 살에 이르도록, 아직껏 비녀를 꽂지 못하였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