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신채효성두본 춘향가

(판소리)신재효성두본 춘향가 - III. 고난과 기다림 (1/4)

New-Mountain(새뫼) 2020. 7. 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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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고난과 기다림

 

가. 기생이 수절한다니 우습구나, 사또도 두 임금을 섬기려오.

 

춘향이 여쭈오되,

“소녀의 먹은 마음 사또님과 다르오니 도령님이 믿음 없어 설령 다시 안 찾으면 반첩여의 본을 받아 옥창 앞에 반딧불이 비치며 지나갈 제, 가을밤에 비단 휘장 지키다가 이 몸이 죽거든 황릉묘를 찾아가서 두 왕비의 혼령 모시옵고, 얼룩 반죽 가지에 저문 비와 창오산 밝은 달에 놀아 볼까 하옵는데, 다시 혼인하여 수절하란 분부 시행할 수 없나이다.”

사또가 도임 초에 춘향 행실 모르고서 처음에는 불렀으나, 하는 말이 이러하니 기특하다 칭찬하고 그만 내어 보냈으면 관아나 마을이 무사할 것인데, 생긴 것이 하 예쁘니 욕심이 잔뜩 나서 어린 계집아이라고 얼러 보면 혹시 될까 절 자를 가지고서 한 번 잔뜩 에두른다.

“어허, 이런 시절 보소. 기생 수절한단 말은 뉘가 아니 허리 끊기듯 웃지 않으리. 내 분부를 거절하기는 샛서방 사정 간절하여 필연 곡절 있는 터니, 그 하는 짓이 절절, 고통이 심해져서 형장 아래 기절하면 네 청춘이 속절없다.”

위엄있게 호령하니 춘향이가 절이 나서 살고 죽음을 돌아보지 않고 대답한다.

“절개를 지키려는 행실에는 상하 없어 천한 여인이 가진 정절 천자도 못 뺏거든, 사또 절개를 빼앗을 터요. 예양의 본을 받아 두 번째 혼인에서 수절하라 시니 사또도 그 본받아 두 임금을 섬기시려오?”

사또가 두 임금 말의 화가 어찌 났던지 상투가 넘어가고 망건편자 탁 터지고 목이 꽉 쉬었구나.

“네 이년. 잡아내라.”

통인들이 달려들어 춘향의 머리채를 검쳐 잡아 급창 주며,

“이년 잡아 내리어라.”

사령,

“예.”

형리 부르고,

“춘향 잡아 내리어라.”

“예. 형방 들어가오.”

벌떼 같은 군뢰 사령 두 줄로 달려들 제, 도군뢰 거동 보소. 줄 넓은 벙거지에 푸른 비단으로 안을 대고 증자, 상모에 날랠 용 자, 매미 귓돈, 공단 끈에 검은 군복, 붉은 홍의, 푸른 전대 졸라매고, 창 받친 신, 제비 행전 졸라매고, 나무가 빽빽하듯 달려들어 화살통 같은 팔뚝이며, 바위 같은 주먹으로 춘향의 머리채를 상전 장삿꾼이 연줄 감듯, 오강의 사공이 닻줄 감듯, 휘휘친친 감아쥐고, 한 길 넘은 중계 아래 에후루혀 끌어내려 훨씬 넓은 동헌 뜰에 동댕이쳐 엎지르며,

“춘향 잡아 들여왔소.”

“동틀 들이고 법에 따라 처분하라.”

연약한 저 춘향을 키 높은 동틀 위에 쫑그리게 앉히고서 버선 벗겨 발 고이고, 바짓가랑이 훨씬 추켜 옥 같은 두 다리를 동틀 다리 앙구어서 단단히 동인 후에 옥사쟁이가 뒤로 서서 두 팔을 붙들고서 왜목으로 눈 가리니, 아전은 붓을 들고 얼굴에 획을 그린 후에 사또가 화를 내어 억지로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곧 엎어 누르것다.

“그년이 천한 기생으로서 상전 능욕하였으니, 노비는 삼모장 내주어 열 대 안에 때려 죽이라.”

형방이 명을 듣는다.

“신장 잡고 머리를 조아려 아뢰라.”

집장사령 거동 보소. 오른팔 소매 빼어 뒤로 젖혀 잡아매고 삼모장 손에 쥐고 동틀 옆에 엎드리며, 사또가 분부하되,

“네 조금이라도 사정 두어서는 네 놈의 앞정강이 주장 모서리로 찍을 터니 각별히 매우 치라.”

“예잇. 요악한 저 망할 년을 무슨 사정 보오리까. 깨때리오.”

“매우 치라.”

뜰 가득한 나졸이,

“예.”

집장사령 거동 보소. 삼모장 들어메고 한 발 자칫 나섰다가 큰 눈을 부릅뜨고 주먹에다 힘을 주어 한 발 자칫 달려들며,

“이.”

딱 하는 소리 기왓골이 울린다. 통인은 붓을 들고 영창 앞에 엎드려서 종이에 그리면서,

“한 낱 맞았소.”

춘향의 곧은 마음 아프단 말 하여서는 열녀가 아니라고 저렇게 독한 형벌 아프단 말 아니하고 제 심중에 먹은 마음 낱낱이 죄 없음을 밝힐 제, 십장가가 길어서는 매를 잡고 치는 매에 어느 틈에 할 수 있나.

한 구절로 몽글리되, 안 짝은 제 글자요, 밖 짝은 육담이라.

첫째 매를 낱 딱 붙이니,

“정절을 지키려는 한마음 있사오니, 이러하면 변할 테요.”

“매우 치라.”

“예이.”

딱.

“두 남편을 아니 섬긴다고 이 거조는 당치 않소.”

세 번째 매 낱 딱 붙이니,

“삼강이 중하기로 삼가히 본받았소.”

네 번째 매 낱 딱 붙이니,

“사지를 찢더라도 사또의 처분이요.”

다섯째 매 낱 딱 붙이니,

“오장을 갈라 주면 오죽이 좋소이까.”

여섯째 매 낱 딱 붙이니,

“육방 하인에게 물어 보오. 시신을 찢는다고 될 터인가.”

일곱째 매 낱 딱 붙이니,

“칠사에 없는 공사 칠 대로만 쳐 보시오.”

팔 채 낱 딱 붙이니,

“팔면 부당 못 될 일을 팔짝팔짝 뛰어 보오.”

구 채 낱 딱 붙이니,

“임금님의 근심을 나누어 주매 관장 되어 궂은 짓을 그만하오.”

십 채 낱 딱 붙이니,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 없단 말을 믿지 마오. 씹은 아니 줄 터이오.”

가뜩이나 화난 속을 풀쑥풀쑥 질러 놓으니 오죽 화가 나시겠나. 한 손으로 문턱 짚고 한 손으로 서안 치며 집장사령 잔뜩 을러,

“어떻게 때리기에 그년이 그저 살아 말을 하게 한단 말인가.”

낱낱이 야단쳐서 열다섯, 스물 넘겨 삼십 대를 엄히 때리니 새 종아리 같은 다리 유혈이 낭자하되, 사또의 분한 마음 조금도 아니 풀려 격식을 갖추어 죄인의 목에 칼을 씌워 하옥하니 갈수록 불쌍하다.

십 채 낱 딱 붙이니,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 없단 말을 믿지 마오. 씹은 아니 줄 터이오.”

가뜩이나 화난 속을 풀쑥풀쑥 질러 놓으니 오죽 화가 나시겠나. 한 손으로 문턱 짚고 한 손으로 서안 치며 집장사령 잔뜩 을러,

“어떻게 때리기에 그년이 그저 살아 말을 하게 한단 말인가.”

낱낱이 야단쳐서 열다섯, 스물 넘겨 삼십 대를 엄히 때리니 새 종아리 같은 다리 유혈이 낭자하되, 사또의 분한 마음 조금도 아니 풀려 격식을 갖추어 죄인의 목에 칼을 씌워 하옥하니 갈수록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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