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신채효성두본 춘향가

(판소리)신재효성두본 춘향가 - IV. 귀향과 재회 (3/3)

New-Mountain(새뫼) 2020. 7. 7. 11:13
728x90

다. 서방님 급제한 뒤 남원 고을 떠나려니 둘이 밤낮 호강하세.

 

한참을 치하하니 사또가 할 말 없어 듣기만 하는구나.

다른 가객 몽중가는 옥중에서 어사 보고 요사한 말을 한다는데, 이 사설 짓는 이는 신행길을 차렸으니 앉으신 분들 처분 어떠할지.

춘향이가 조금 있다 수작을 다시 내어,

“서방님 들으셨소? 내일이 본관 생신 잔치를 펼치어서 각읍 수령 모은다니 노모와 한가지로 내 집으로 돌아가서 둘이 덮던 금침 속에 평안히 주무신 후, 서방님께 드리려고 옷 한 벌 새로 하여 옥상자 속에 넣었으니, 저 옷 벗고 그 옷 입고 잔치 굿 보시다가 대청 위로 올라가서 모여드신 수령님과 수작을 하였으면 좌상에 모인 관장댁 모를 이 뉘 있겠소.

천첩의 전후 내력 한 조각을 말한다면 사리 밝은 관장님네 본관 사또를 꾸짖고, 천첩을 놓아 줄 것이니, 지질한 남원 고을 잠깐도 있기 싫으이.

당일에 길 떠날 준비하여 서울로 올라갈 제 맵시 있는 우리 상단 고운 단장 새 의복에 전모 쓰고 치마 매어 농바리 실은 말에 올려 앉혀 앞세우고, 그 바로 다음으로 내가 서되, 한림 가마 완자 영창의 앞면에 드린 구슬발에 고무줄로 뽑은 발대 붉은 칠을 곱게 하여, 초록 당사로 거북 무늬 놓고, 녹전 드리개, 금색으로 수복 글자를 써서 홍전으로 끝 물리고,

키 크고 맵시 있는 잘 메이는 가마꾼들을 푸른 색 창옷에 벙거지 씌워 세 패로 갈라 메고, 유옥교에 노모 태워 내 뒤에 세우고, 그 뒤에는 서방님이 글인단 유랑달마, 갖은 안장, 덤뻑한 얼굴, 솜씨 좋은 구종에게 발고삐 잡게 해 천생에 구성진 맵시에 도포 입고 풍안경 쓰고 비단부채로 코 가리고 겅정걸음 말발굽 뗄 제, 약간 굽은 듯한 어깨춤에 호송하여 올라가서, 남산 밑 조용한 곳에 깨끗한 세 칸 초가집 사 가지고 있다가, 서방님이 급제하여 한림 대교 잠깐 하고 의주 부윤 당상관 하면, 양국 접경 막중한 변경 식구들이 따라가지 못할 터니, 둘만 내려가서 밤낮 호강하여 보세.”

어사또 크게 웃으며,

“내가 전일 너 알기를 영리한가 하였더니 독한 매에 옥에 갇히어 고생하여 정신을 놓았느냐? 우리 가세 탕진하고 나는 아주 버려진 물건된 줄 온 장안이 다 아는데, 그러한 수령과 앉은 사람들이 술잔을 주고받으며 입을 열면, 망나니에게 차첩 주어 꼭뒤 질러 내쫓으면 비웃음만 탈 터이요, 도포 풍안 유랑달마 어디가 얻을 터냐? 행장이라고 있는 것이 사람 보면 코 가리는 청목 부채뿐이로다. 과객의 행세들은 헌 의관이 초료이지 새옷 입어 무엇하게.

여러 고을 수령 모인 자리에 이 모양새로 들어가서 다담상을 올릴 적에 달려들어 텁썩 양볼제비로 배불리 먹은 후에 떡과 과실 마른 것은 큰소매에 넣어다가 네게 내 마음으로 줄 것이니 그런 빈말 하지 말고 옥방으로 들어가고 장모도 어서 가소. 신세가 어찌된 지 한뎃잠에 이력 나서 벽 붙이고 문을 단 방은 답답하여 잘 수 없어 객사던지 광한루로 시원한 데 찾아가네.”

훨훨 혼자 가는구나.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