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병자일기 49

기묘년(1639) - 2월

이월 작은달 정묘 기축 초하루 아침에 눈발이 뿌리다가 식후에 개었다. 2월 2일 흐리고 비가 왔다. 조창원과 성진창이 와서 집에서 식사하였다. 정선징이 문안을 드리거늘 보니 반갑고 슬프다. 2월 3일 맑았다. 윤청안의 발인이 있었다. 오늘 감시를 보러 과거 시험장에 성서방이 들어갔다. 창원이가 제 누님을 데리고 장단으로 간다고 왔다가 식사를 하고 가니, 그 일가 일이 망극하다. 2월 4일 종일 비가 왔다. 충이와 일봉이가 적성으로 콩을 실으러 갔다. 2월 5일 밤새워 비가 왔다. 판윤 벼슬을 내리시니 주상께 숙배하셨다. 아침에 비가 왔다. 판사 홍편상의 치전을 하였다. 2월 6일 맑았다. 남도사, 남참봉 형제가 다 모였다. 중명이는 저녁 식사 후에 갔다. 2월 7일 맑았다. 충이가 적성에 갔다가 콩을 실..

기묘년(1639) - 1월

정월 큰달 병인 기미 초하루 흐렸다. 이루 다 기록하랴. 1월 2일 맑았다. 서학골댁이 다녀가셨다. 요사이 주변이 어수선하고 시끄러우니 다 기록하겠느냐 1월 3일 맑았다. 1월 4일 맑고 추웠다. 윤청안이 돌아가셨다는 기별이 오니 놀랍다. 도사가 와서 다녀갔다. 1월 6일 맑고 조금 따뜻하였다. 주상께 숙배하신 후 내의원 가셔서 식전에 들어오시다. 식후에 정승들의 댁에 세배 가셨다. 이첨지 댁에 가 술을 조금 드시고 저물게야 들어오셨다. 서참봉은 집에서 식사한 후에 가셨다. 이우경이 술을 네 병 하여 왔다. 1월 7일 맑고 추웠다. 경연관으로 가셨다. 서참봉은 집에서 식사한 후에 갔다. 1월 8일 아침에 흐리다가 눈이 왔다. 1월 9일 맑았다. 구들을 훑어내고 새로 발랐다. 1월 10일 맑았다. 두루두루..

무인년(1638) - 12월

십이월 큰달 을축 기축 초하루 대기 지냈다. 12월 2일 흐렸다. 주상의 거둥 때문에 새벽에 가 계시다가 마을에 좌기하셨다. 12월 3일 밤에 비가 오다가 아침에는 흐렸다. 거둥으로 일찍 가셨다. 이날 대례를 지내셨다. 12월 4일 맑고 추웠다. 진하 거동이 사시이니, 일찍 가셨다가 오후에 오셨다. 감찰이 동관들에게 약주 세 병과 큰 쟁반 둘에 음식을 가져가 차렸다. 12월 5일 맑고 추웠다. 의정부 좌기 때문에 식사 후에 가셨다. 조감찰은 광흥창에 나갔다. 12월 6일 날씨가 몹시 춥다. 식사 후에 좌기하셨다가 저물게야 들오셨다가 남참의 댁에 가셔서 취하여 들어오셨다. 12월 7일 아침과 밤에 큰 눈이 왔다. 감찰이 장릉 제사를 맡아서 갔다. 윤각씨도 집에서 식사하였다. 어르신 손님네들이 많이 오셨다...

무인년(1638) - 11월

동짓달 큰달 갑자 기미 초하루 흐렸다. 경연의 주강이 있어 궐에 들어가셨다. 남해주가 와서 술을 두 잔 잡수셨다. 전에는 주강에 가셨는데 대사헌을 하시게 되어 못가셨다. 종일 흐리다가 오후에 눈이 왔다. 이현 승지와 임판사가 와서 술을 세 잔씩 잡숫고 어두워질 무렵에 권집의가 와서 술을 여섯 잔씩 잡수셨다. 11월 2일 흐렸다. 이선산 형제가 와서 약주 잡수셨다. 영감께서 전송하셨다. 11월 3일 흐렸다. 권집의와 이승지가 와 여섯 잔씩 잡수셨다. 중명이와 두륙이가 와 진지드셨다. 11월 4일 밤에 눈이 왔다. 주상께 숙배하셨다. 주상께서 거둥하셨다. 11월 5일 맑았다. 의정부에서 쓸 약차를 만들기 위해 좌기하셨다. 11월 6일 흐렸다. 경연 때문에 새벽에 대궐에 들어가 계시다가 내의원에 좌기하셨다. ..

무인년(1638) - 10월

시월 작은달 계해 경인 초하루 영감께서 새벽에 수향하셨다. 10월 2일 맑았다. 종묘대제를 지내신 후 아침에 나오셨다. 10월 3일 별좌의 기제사를 지내니 죽은 지가 벌써 육 년이다. 제 양자도 한번 제사를 못 지내니 어찌 저나 나나 무슨 죄악으로 자식이 없었던가. 사나운 마음도 모자가 전혀 없고 아버지 때 …………… 홍판사 보러 아침 식사 전에 문밖에 가 다녀서 식사 후에 이정승 보러 나가셔서 술을 조금 드시고 들어오셨다. 10월 5일 흐리고 늦게 비가 왔다. 10월 6일 아침에 비가 조금 왔다. 닷젓골 생원님 가시니 섭섭하다. 도사가 다녀갔다. 10월 7일 흐렸다. 의정부에 좌기하였다가 저물게야 들어오셨다. 10월 8일 밤에 비가 왔다. 의정부에서 술 세 동이와 대구 세 마리를 보냈다. 10월 9일 ..

무인년(1638) - 9월

구월 큰달 임술 경신 초하루 맑았다. 중문을 새로 만들어 달았다. 판관이 가셨다. 성참봉이 오셨다. 9월 2,3,4일 맑았다. 영감께서 주상께 절을 올린 후에 내의원에 좌기하셨다. 어제 지관이 두림이와 함께 파주에 다녀왔다. 9월 5,6일 맑았다. 오늘이 나의 부모님 제사이나 제사 참여도 못하니 딸자식같이 쓸모없는 것이 어디 있으리. 9월 7일 비가 왔다. 심달 씨가 술 한 병을 가지고 와서 잡수시고 권사만이 와서 이웃과 주인이 네 잔씩 잡수셨다 9월 8일 맑았다. 9월 9일 시사 지냈다. 남두성이 와서 제사에 참례하였다. 9월 10일 양부의 생신 다례를 하였다. 영감께서 새벽에 대궐에 문안을 가셨다. 영안위와 허승지가 와서 약주 잡수셨다. 이도사 댁도 다녀가셨다. 오늘 남참봉도 왔다. 9월 10,11,..

무인년(1638) - 8월

팔월 작은달 신유 신묘 초하루 오후에 소나기가 많이 왔다. 일봉이가 중소를 데리고 갔다가 오니, 병환이 전과 한가지라 하니 어쩔꼬. 민망하다. 8월 2일 맑았다. 감찰은 가시고, 저녁때에 조경산과 정옹진이 와서 주무시고 술을 조금 드셨다. 8월 3일 맑았다. 8월 4일 흐렸다. 저녁에 박참판이 하직하고 문밖에서 주무신다. 8월 5일 가끔 맑았다가 비가 왔다. 박참판이 가시는데 모화관에 가 다녀오셨다가 술이 조금 취하여 들으셨다. 저녁때에 영월에서 사람이 왔는데 초이튿날 상이 났다고 하니 그런 놀라운 일이 없고, 조카 중에도 내가 시집온 뒤에도 그 조카만 한 집에서 길러내니 정이 각별하고 아기네 때문에 더욱 그지없다. 이첨지 댁에서 부음을 보내었더니 저녁때에 이첨지가 와 다녀가셨다. 8월 6일 아침에 흐렸..

무인년(1638) - 7월

칠월 작은달 경신 임술 초하루 맑았다. 7월 2,3일 맑았다. 감찰이 소주를 선물하여 와 약주를 잡수셨다. 오후에 소나기가 왔다. 남원 부사가 와서 약주 하시고 이찰방은 진지하고 주무신다. 7월 4일 종일 비가 왔다. 이찰방이 집에 와서 주무신다. 7월 5일 맑았다. 이찰방이 가셨다. 7월 6일 양조모 기제사를 지냈다. 7월 7,8일 비가 왔다. 축이와 이월이가 그린개와 합께 충주에서 왔다. 영감께서는 청배에 가셨다가 박참판을 만나보시고 취하여 들어오셨다. 남정평 형제, 조유도, 신판관이 술을 서너 잔씩 잡수셨다. 7월 9,10일 맑았다. 7월 11,12일 맑았다. 영월 남두정 씨가 편찮으시다고 하니 민망하다. 동대문 밖에 가셨다가 취하여 들어오셨다. 밤에 천둥이 치고 소나기가 왔다. 7월 13일 맑았다..

무인년(1638) - 6월

유월 큰달 6월 초하루 맑았다. 월탄에서 자고 떠나니, 홍판사가 전송하시고, 하도 기뻐하시며 곡진히 돌보아주시니 감격스러웠다. 밥 먹은 뒤에 배로 내려왔는데 또 술을 가져와 먹이시고 배가 떠나가도록 높은 곳에 올라서서 보고 계시니 배에서 바라보고 계시니 그지없이 고마웠다. 여주의 배애에 와서 잤다. 6월 2일 아침에 흐리다가 식후에 비가 왔다. 두못개에 배가 닿아, 두림이와 한유달과 남두성이 배에서 나가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가까스로 배에서 내려 신주를 모시고 집에 들어오니, 영감을 뵈옵고, 일가가 모였으니, 기운이나 그만하여 계시니 온 집안에 이런 경사가 없으나, 육 년 만에 내 집에 돌아오니 아기네 있던 곳의 종적을 보는 듯하니 반갑고도 서러운 정을 어디다 비교하리. 요사이는 하도 주위가 번잡하여 ..

무인년(1638) - 5월

오월 작은달 무오 계해 초하루 아침에 흐리다가 늦게 맑았다. 오늘 꿈에 영감을 뵈오니 한이 나온다고 하니 이제야 나오시게 되는가 한다. 벗고개 논을 집의 종 여덟과 정수 부부, 돌이 모두 합해서 열한 명이 김매러 갔다. 이생원댁이 떡과 앵두를 보내주시고 합덕 댁에서 떡과 술을 보내셨다. 5월 2일 맑았다. 벗고개 논에 집의 종 여덟과 정수 부부까지 열 명이 또 김매러 갔다. 열세 마지기를 초벌로 서른 명이 매었다. 5월 3일 맑았다. 흙당 논에 재를 날랐다. 몽득이가 충주에 친구 장가드는 데에 왔다고 하면서 다녀가니 반갑다. 점심을 집에서 먹고 갔다. 5월 4,5일 맑았다. 꿈에 영감도 뵈옵고 문밖 어머님도 뵈오니 든든하다. 오늘은 명절이라 시골 사람들이 다 집에 들어 쉬다가, 일봉이와 애남이가 온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