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병자일기

무인년(1638) - 5월

New-Mountain(새뫼) 2022. 3. 1. 19:39
728x90

오월 작은달 무오

 

계해 초하루

아침에 흐리다가 늦게 맑았다.

오늘 꿈에 영감을 뵈오니 한이 나온다고 하니 이제야 나오시게 되는가 한다.

벗고개 논을 집의 종 여덟과 정수 부부, 돌이 모두 합해서 열한 명이 김매러 갔다.

이생원댁이 떡과 앵두를 보내주시고 합덕 댁에서 떡과 술을 보내셨다.

 

5월 2일

맑았다.

벗고개 논에 집의 종 여덟과 정수 부부까지 열 명이 또 김매러 갔다. 열세 마지기를 초벌로 서른 명이 매었다.

 

5월 3일

맑았다.

흙당 논에 재를 날랐다.

몽득이가 충주에 친구 장가드는 데에 왔다고 하면서 다녀가니 반갑다. 점심을 집에서 먹고 갔다.

 

5월 4,5일

맑았다.

꿈에 영감도 뵈옵고 문밖 어머님도 뵈오니 든든하다.

오늘은 명절이라 시골 사람들이 다 집에 들어 쉬다가, 일봉이와 애남이가 온다고 하기에 단오제 지내고 올 것을 마음이 놀라서 바삐 물어보라고 하였더니, 영감께서 강을 건너셨다고 하면서 편지를 가져오니, 즐겁고 시원함에 어찌할 바를 몰라 몸이 공중에 오른 듯 나는 듯 싶으니 어찌 다 기록하리.

연양군 부인의 편지와 배오개 별실의 편지, 남진사의 편지도 다 보고, 진사는 장릉의 참봉이 되어 사은하고 능으로 가노라고 하였으니 그런 기쁜 일이 없다.

광주의 종순이 메주를 애남이가 가져왔는데 다섯 말 반이었다. 급료로 받은 콩 네 말도 가져왔다. 연안의 검동이 쌀을 보니, 벼 열다섯 섬, 품삯으로 두 섬, 평으로 한 섬, 선물로 받은 찹쌀 서 말 가운데 다섯 되는 초관이 받은 것이라 하고 초관 댁에 드렸다고 한다.

 

56

맑았다.

흙당 논을 집의 종 여섯 명과 정수 부부가 매었다. 망남이가 사냥 갔다.

 

57

맑았다.

두림, 애남이, 의봉이가 서울로 영감을 마중하러 갔다.

흙당 논을 여섯이서 매러 가서 다 매었다. 올벼 심은 다섯 마지기에 재를 치고 초벌매기에 열네 명이 들었다.

 

58

흐렸다.

꿈에 유가평 댁 일가를 두루 다 뵈니 반갑다.

오늘 거리실 논 다섯 마지기를 진만이가 먼저 매고, 그 밖의 집의 종 정수 사 형제 합해서 열한 명이 갔다.

 

59

흐리고 가끔 비 오더니 밤에는 비가 왔다.

거리실 논에 집의 종 일곱 명이 김매러 갔다.

 

510

아침에 비가 조금 왔다.

거리실 논에 집의 종 여섯 명이 김매러 갔다.

 

511

아침에 흐리다가 늦게 개었다.

거리실 논에 일곱 명이 김매러 갔다.

 

512

맑았다.

꿈에 모두들 뵈오니 마음 든든하다.

거리실 논에 사람 일곱 명이 갔다. 정수 부부도 매었다.

문의의 승남이가 왔다

 

513

맑았다.

꿈이 몹시도 번잡하다. 아마도 잠이 편하지 않아서 그런가 싶다.

집의 종 여섯 명이 정수네 집에 일을 갔다.

충이와 축이가 강릉 갔다가 왔다. 벼 넉 섬에 미역 백열일곱 묶음, 대구 서른여섯 마리를 바꾸어 가지고 왔다. 남아 있던 미역 스무 동과 합하여 그중에서 소수는 집에다 들여놓고, 대구 서른 마리와 미역 백서른 동은 축이가 맡았다.

이날 밤에 천둥과 벼락이 치고 비가 심하게 오더니, 밤중 뒤에야 그쳤다.

 

514

맑았다.

밤비에 벗고개 논이 온통 묻히고 논두렁이 무너지니, 종 네 명과 정수까지 가래질을 했다. 거리실 논에 집의 종 세 명과 정수 아내가 갔다.

 

515

맑았다.

강릉으로 사람이 갔다.

벗고개 논에 가래질하러 또 사람 세 명이 갔다.

 

516

맑았다.

꿈에 영감을 뵈오니 반갑다. 거리실 논에 집의 종 일곱과 용수 부부, 정수 부부 해서 모두 열세 명이 갔다. 초벌은 다 매고 다섯 마지기는 진만이가 두벌째 다 매지 못하고 왔다.

이생원 댁에서 떡을 보내셨다. 쌀로 만든 떡이었다.

 

517

맑았다.

꿈에 영감을 뵈오니 무슨 상소를 쳐서 엮으시는 듯하여 보이고 남진사와 의논하여 하시는 것 같았다.

거리실 논에 초벌 김매기를 어제 시작하였는데 오늘 넷이 가서 다 매고, 축이, 충이, 기송이가 세 바리를 가지고 청풍으로 갔다.

덕남이 오니 그 댁 병환이 조금 나으시다 하니 기쁘다

 

518

아침에 흐리고 가랑비 오다 오후에 맑았다.

거리실 논 닷 마지기는 두 벌째 매고, 그 논에 모두 일흔두 명이 들었다.

 

518

흐렸다.

종들이 용수 집에 가니, 뒷날 받을 품앗이 하러 간 것이다.

 

519

맑았다.

장남이가 뒷날 받을 품앗이 하러 가고, 연총이는 나무했다. 청풍에 가서 벼 섬을 두 바리에 실어 왔다.

 

520

맑았다.

꿈에 영감을 뵈었다.

흙당 논의 늦은 벼를 두벌째 집의 종 여섯 명과 정수 부부가 매었다.

중방 어미가 소주 서너 보자기에 살구를 가져와 제 조카가 서울에서 서울에서 와 영감께서 열엿샛날 들어오신다는 기별을 들었다고 이른다.

우리 집에 이런 즐거운 기별 올 줄을 알았으랴.

 

521

맑았다.

집의 종, 충이까지 일곱 명이 정수네 집의 일을 하였다.

 

522

많았다.

흙당 논에 올벼는 세 벌째, 늦은 벼는 두 벌째 시작하여 집 종 여섯 명과 장남이 부부가 매었다.

오시쯤 되어서 데쇠가 들어왔는데 행차가 평안히 열여드렛날 들어오셔서 숙배하셨다고 하니 이 기쁨이 어떠하겠는가?

보령 김생원의 부음을 들으니 놀라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제 어머니는 누구를 의지할까? 통곡하고 통곡할 뿐이다. 주서댁의 편지를 보니 망극 망극하다. 괴롭게 글 읽어서 과거도 한번 못하고, 아들 죽이고 설워하니 그런 불쌍한 일이 어디 있으리오.

어찌하여 인간 세상을 일찍 버려 그렇게 하시는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삼월 스무닷샛날에 병을 얻어 사월 열하룻날에 죽었다고 하니 인간에 서러운 일도 많도다. 어찌 우리 형제들은 그런 자식들을 다 없이 하였는가? 안타깝기 그지없어하노라.

 

523

맑았다.

중소가 충이를 데리고 서울로 갔다.

요사이는 나흘째 치통으로 하도 괴롭고 머리가 아파서 잠도 못 자고, 또 조카 기별을 들으니 마음이 어떠하랴. 설움이 그지없다.

오늘 흙당 논에 계집 종 세 명이 갔다. 사내 종 넷과 정수 삼 형제는 보리 거두러 갔다.

용수 아내와 데쇠 아내도 흙당 논에 김매러 갔다.

 

524

맑았다.

집 종 넷은 흙당 논에 김매러 가고, 용수, 정수, 집의 종들은 이안 밭 그루갈이 하러 갔다.

꿈에 영감을 뵈었는데, 일가 사람들이 모두 보이니 나를 오라고 하시는가, 편지가 오는가 한다.

어두울 무렵에 중소가 도로 들어와서, 이천에 가서 의봉이를 만나 보니, 나를 오라고 하셨기에, 행차 차리러 도로 왔다고 한다. 즐거운 것이 이 행차로다.

 

525

맑았다.

흙당 논에 집 종 여섯이 김을 매에 갔다. 그 논에 보비삶이는 못미처 두 벌 갔고, 올벼는 세 벌, 다른 데는 두 벌씩 매었다.

 

526

맑았다.

벗고개 논에 집의 종 일곱이 두벌째 가다.

오늘이 창골 며느리의 생일이라 차례를 지내니 옛일이 생각난다. 여섯 해가 벌써 옛일이 되니 슬프고, 생각이 그지없어하노라.

 

527

비가 왔다.

짐을 실어 배로 날랐다.

 

528

비가 왔다. 망남이, 충이, 기송이가 서울로 갔다.

 

529

간혹 비가 오고 간혹 개었다.

배에다 짐을 싣고서 잤다.

 
728x90

'고전총람(산문) > 병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인년(1638) - 7월  (0) 2022.03.02
무인년(1638) - 6월  (0) 2022.03.01
무인년(1638) - 4월  (0) 2022.03.01
무인년(1638) - 3월  (0) 202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