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병자일기 49

기묘년(1639) - 12월

십이월 큰달 정축 계미 초하루 맑았다. 대기를 지냈다. 유석창이 와서 제사에 참례하였다. 오후에 연양군과 병조참판이 오셔서 술을 석 잔씩 잡수셨다. 12월 2일 맑았다. 정양윤과 조풍덕이 와서 다 취하여 가셨다. 12월 3일 흐렸다가 오후에는 가끔 맑았다. 대궐에 새벽에 문안하셨다. 12월 4일 몹시 추웠다. 새벽에 문안하셨다. 12월 5일 흐리고 눈이 왔다. 새벽에 문안하셨다. 12월 6일 눈이 오고 추웠다. 새벽에 문안하셨다. 12월 7일 맑고 추웠다. 새벽에 문안하셨다. 12월 8일 흐리고 추웠다. 새벽에 문안하신 후에 청파 목승지를 문병 가셨다가 약주 잡수시고 오셔서 주무시더니, 배앓이로 곽란이 되어 대변을 보시고 서너 번을 토하시고 밤을 새우셨다. 12월 9일 문안을 못 가셨다. 저물도록 편찮으..

기묘년(1639) - 11월

동짓달 작은달 병자 갑인 초하루 흐렸다. 새벽에 대궐에 문안하신 후 나오셔서 계시다가 창골 이내승이 오시니 술을 여섯 잔씩 잡수셨다. 11월 2일 맑았다. 사직골 어머님의 생신 다례를 천남이가 가서 지냈다. 옛일을 생각하니 모여서 모시고 지내던 일이 그지없이 슬프다. 동생님네들은 다들 어디로 가셨는가 한다. 11월 3일 맑았다. 새벽에 문안하셨다. 11월 4일 밤에 눈 오다 아침에 흐리고, 밤에 비 왔다. 새벽에 문안하신 후에 아침 드시기 전에 심도사와 술을 여섯 잔씩 잡수시고는 새벽에 마루에서 떨어져 다치셨다. 11월 5일 흐렸다. 새벽에 문안하신 후 권도가 와서 다섯 잔씩 잡수셨다. 11월 6일 흐리고 눈이 조금 왔다. 대궐에 새벽에 문안하신 후 와 계시다가 연안 원님이 와서 여섯 잔씩 잡수셨다. 1..

기묘년(1639) - 10월

시월 큰달 을해 갑신 초하루 맑았다. 영감께서 새벽에 문안하신 후, 정의령이 와서 약주 잡수셨다. 이어서 여러분이 모이셔서 시월 첫날부터 취하셨다. 10월 2일 맑았다. 새벽에 문안 가셨다가 주상께서 침 맞으시는 일 때문에 식사 후에 오셨다. 10월 3일 밝았다. 별좌의 기제사를 지내니, 계유년의 일이 새로이 생각나서 그지없는 감정과 회포를 말로 다 하랴? 어느 사이 벌써 칠 년이 되었는가? 젊은 사람 신주 셋에게 제사를 지내게 되니 설움이 어찌 이르리. 불쌍하다 내 아들, 아까울 사 내 자식, 꿈에도 아니 보이니 나를 잊었는가? 다시 누구 집의 자식이 되었는가? 어찌 한 번도 아니 뵈는가? 살아 서러운 정을 매일 품고 지내나 겉으로는 향한 즐거운 사람같이 지내니 제 혼령이 나를 잊었는가 생각하는가? 더..

기묘년(1639) - 9월

구월 작은달 갑술 을묘 초하루 맑았다. 사직골 상자가 나갔다. 조감찰이 들어왔다. 채생원이 왔다가 아침 저녁을 집에서 먹고 나가셨다. 영감께서 새벽에 문안하신 후에 한성부에 좌기하셨다. 신서방이 아침과 저녁을 집에서 먹었다. 9월 2일 맑았다. 새벽 문안하신 후 나오셔서 침 맞으셨다. 남중명이 광주에서 오셨다. 신서방이 갔다. 채생원이 아침 저녁을 먹은 후 나가셨다. 9월 3일 맑았다. 새벽 문안 가셨다가 늦게야 나오셨다. 9월 4일 맑았다. 대궐에 새벽 문안하신 후 약 지으시고 식사 후에 오셨다. 조감찰이 와 다녀갔다. 9월 5일 맑았다. 새벽 문안하신 후 한성부에 좌기하시고, 청배 목승지와 함께 이정자 댁에 가셨다가 취하여 들어오셨다. 9월 6일 맑았다. 새벽 문안 가시고, 식사 후에 두못개에 가셔서..

기묘년(1639) - 8월

팔월 작은달 병술 초하루 비가 왔다. 형님의 성복제를 하시니 슬프며 다시는 못 볼 일을 생각하니 마음 아프기 그지없다. 며느리가 오니 내일 또 상복을 벗기는 하나 일가에 경사는 적고 매년 이러하니, 인간 세상은 하 거짓 것이니, 인간 세상에 얼마나 있으려, 괴로운 일이 이다지 많으니 죽기 도리어 즐거운 일이나, 가면 넋이라도 돌아오랴. 슬프다. ……………………………………………………………………… 8월 16일 흐렸다. 새벽에 대궐에 문안 가셨다. 강의 논에 사람 넷이 가서 벼를 베어 찧으니 보통으로 한 섬이 조금 넘었다. 두륙이가 다녀갔다. 8월 17일 흐리고 비가 조금 왔다. 영감께서 새벽 문안 다니시느라고 편찮으신데 약 지으러 가시는 데에 식사를 보냈다. 어제 이형익에게 침을 맞으셨는데도 그러하시다고 하..

기묘년(1639) - 7월

칠월 큰달 임신 병진 초하루 흐리다가 맑았다가 하였다. 김을 여섯이 가 매었다. 7월 2일 어제 어스름부터 비가 뿌리더니 밤중쯤에는 몹시 쏟아졌다. 아침과 오전에도 큰비가 왔다. 영감께서 주상의 거둥에 가시느라 낮쯤에 나가셨다. 7월 3일 맑았다. 식사 후에 주상의 거둥에 가 다녀오셨다. 밤에 도적이 들어 먹을 것을 궤에다 쓸어 가지고, 광에 채워 둔 약주 만들던 것 다 먹고, 함, 탕기, 주발, 퉁노구 두 개, 새옹 두 개와 막개, 행기 생의의 옷을 보따리에 싼 채 도적 맞았다. 7월 4일 맑았다. 새벽에 대궐에 문안 갔다가 다녀오셨다. 7월 5일 맑았다. 식사 후에 주상의 거둥에 가셨다. 7월 6일 맑았다. 양조모 기제사 지냈다. 새벽에 칙사 가는 데에 가 계시다가 떠난 후에 오셨다. 7월 7일 맑았..

기묘년(1639) - 6월

유월 작은달 신미 정해 초하루 아흐렛날 정사에서 판윤에 임명되셔서 오늘 주상께 숙배하시고 한성부에 좌기하셨다. 김을 여덟이 오후에 매러 가서, 큰 논에 세 벌째 김매기를 시작하였다. 6월 2일 맑았다. …… 보리를 타작하였더니 보통으로 두 섬 다섯 말이 나왔다. 오늘은 김을 매지 않았다. 오후에 동교에 가셔서 약주 잡숫고 오셨다. 6월 3일 흐리고 가끔 개었다. 마전의 보리를 양쪽에서 베어도 어제 베고 오늘도 베었다. 아침에 곽란을 일으키셔서 편하지 못하시고 또 뒷간을 갈 수 없어 하시니 민망하다. 6월 4일 밤부터 비가 오더니 아침까지 많이 왔다. 김을 여덟 명이 매었다. 큰 논을 세 벌째 매기 시작하였다. 6월 5일 흐렸다. 한성부에 좌기하셨다. 6월 6일 온종일 비가 오고 오후에는 많이 왔다. 김을..

기묘년(1639) - 5월

오월 큰달 경오 정사 초하루 맑았다. 명패 받고 새벽에 대궐에 들어가셨다가 내의원에 좌기하신 후에 오셨다. 남참봉와 다섯 잔 잡수셨다. 오늘 지하일 씨가 왔다. 여섯 명이 김매었다. 5월 2일 맑았다. 사헌부에 좌기하셨다. 조진사댁이 다녀가시니 오 년 만에 난리 후에 만나니 그지없이 반가웠다. 김을 여섯 명이 가 초벌은 다 매었다. 5월 3일 아침에 흐리다가 늦게 개었다. 광주로 제물이 갔다. 사헌부에 좌기하셨다. 5월 4일 맑았다. 정뇌경의 성복제에 다녀오셨다. 그 집의 처지를 생각하니 가슴 아프기 그지없다. 내 집에서 죽는 자식은 그래도 한이나 없거니와, 그 집의 설움에 어찌할 바를 몰라 눈물 흘린다. 사돈인 이첨지가 와서 다녀가셨다. 남도사도 와서 다녀갔다. 내의원에 좌기하신 후 경연하시고 저문 후..

기묘년(1639) - 4월

사월 작은달 기사 무자 초하루 흐렸다. 영유 현령 신단과 저동에 사는 유대화가 와서 약주를 조금 잡수셨다. 남참봉이 와서 서너 잔 잡수셨다. 4월 2일 흐렸다. 식사 후에 홍득일 댁에 가 몇 잔 잡숫고 오셨다. 이정규 씨가 와서 두 잔 잡수셨다. 애남이네가 왔다. 4월 3일 바람이 몹시 불고 큰비가 왔다. 밤중쯤에는 소나기같이 오다가 아침에는 흐렸다. 한원부원군이 다녀가셨다. 오후에 비가 왔다. 남참봉이 와서 술을 네 잔 마시고 저녁을 먹은 후에 가셨다. 홍승지 댁에 가셔서 술을 조금 하시고 최감사 댁에 다녀오셨다. 4월 4일 맑았다. 경상감사가 오늘 사은숙배하셨다. 청배에 가서 주무신다고 하시면서 오이 안주 하여 가셔 홍동지 반혼에 가 보러 나가셨다. 어둡게야 들어오셨다. 4월 5일 맑았다. 천계의 제..

기묘년(1639) - 3월

삼월 큰달 무진 무오 초하루 맑았다. 전창군 댁에 가셔서 약주 잡숫고 어둡게야 들어오셨다. 남도사와 남주부가 다녀가셨는데, 도사는 저녁을 집에서 먹은 후 어두워지고 나서 가셨다. 성서방이 문밖으로 나갔다. 3월 2일 흐렸다. 새벽에 하직하고 숙배하러 가셨다. 아침 식사 후에 광주로 소분하러 가셨다. 남도사와 두림이가 모시고 광주에 제사를 지내러 갔다. 저녁 때 주안 별실이 왔다가 저녁에 갔다. 어두워질 무렵에 조생원댁과 감찰댁이 들어오시니 반갑고 마음 든든함이 그지없다. 조생원댁은 오륙 년 전에 보고 난리 후에는 처음 뵈었다. 3월 3일 종일 큰 비가 왔다. 차례를 지내고, 저녁때에 광주에 가셨던 행차가 오셨다. 남주부도 와서 약주를 두 잔 잡수시고, 신감역이 어제 진지를 드셨다. 3월 4일 비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