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덴동어미화전가 13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2부 _ 1.장이방댁 자제

제 2 부 1. 장이방댁 자제 덴동어미 듣다가서 썩 나서며 하는 말이 가지 마오 가지 마오, 제발 마음 좋게 먹고 가지 말게. 팔자 한탄 어이 없을까마는 간다는 말 웬 말이오. 잘 만나도 내 팔자요, 못 만나도 내 팔자지. 한평생 함께 산다 해도 내 팔자요, 십칠 세 청상 과부 된다 해도 내 팔자라. 팔자 좋을 양이라면 십칠 세에 과부될까. 팔자 피해 도망하지 못할지라, 이내 말을 들어보소. 나도 본디 순흥 읍내 임이방의 딸이러니, 우리 부모 사랑하사 어리장 고리장 키우다가 열여섯에 시집가니 예천 읍내 그 중 큰 집 여장 차려 들어가니 장이방의 집이러라. 서방님을 잠깐 보니 준수하고 비범하며 충채가 넉넉하고 시부모님 찾아뵈니 사랑이 거룩하네. 그 이듬해 처가 오니 때마침 단오여라. 삼백 길 높은 가지 그..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3부 _ 4.화전놀이의 마무리

제 3 부 4. 화전놀이의 마무리 허다 많은 꽃 화자가 좋고 좋은 꽃 화자나 화전하는 꽃 화자는 참꽃 화자가 제일이라. 다른 꽃 화자는 그만두고 참꽃 화자 화전 하세. 젓가락으로 집어먹으니 향기 입속 가득하고 한 해의 꽃 화자가 뱃속으로 전해오네. 향기로운 꽃 화자 전을 우리만 먹어 되겠는가. 꽃 화자 전 매우 많이 부쳐 꽃가지 꺾어 많이 싸다가 장생화 같은 우리 부모 꽃 화자로 받들어 모셔보세. 꽃다울사 우리 아들 꽃 화자로 먹여 보세. 꽃과 같은 우리 아기 꽃 화자로 달래 보세. 꽃 화자 타령 잘도 하니 노래 속에 향기난다. 나비 펄펄 날아들어 꽃 화자를 찾아오고 꽃 화자 타령 들으려고 난새 봉황 공작이 날아오고 뻐꾸기 꾀꼬리 날아와서 꽃 화자 노래에 화답하고 꽃바람은 실실 불어 옥을 깨뜨리듯 고운 ..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3부 _ 3.꽃화자 노래

제 3 부 3. 꽃 화자 노래 어여쁠사 어린 낭자 의복단장 제대로 하고 방긋 웃고 썩 나서며 좋다좋다 얼씨구 좋다. 잘도 하네 잘도 하네. 봄 춘자 노래 잘도 하네. 봄 춘자 노래 다했는가. 꽃 화자 타령 내가 함세. 꽃과 물이 함께 흘러가는 물에 얼굴 가득했던 수심을 세수하고 꽃 화자 얼굴 단장하고 반만 웃고 돌아서니 해사스럽게 웃는 모양 해당화와 한가지요, 노을처럼 붉은 앵두 볼은 홍동화가 빛이 곱다.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온 몸이 꽃 화자라. 꽃 화자 같은 이 사람이 꽃 화자 타령 하여 보세. 좋을시고 좋을시고 꽃 화자가 좋을시고 봄을 알리려는 꽃바람이 다시 불어 따뜻한 봄 모든 생명 흐르러지는 꽃 화자라. 대청 위 천년 동안 장수 하실 장생화는 우리 부모님 꽃 화자요. 무릎 아래 오랜 세월 이어..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3부 _ 2.봄춘자 노래

제 3 부 2. 봄 춘자 노래 앉아 울던 청춘과부 환하게 모두 다 깨달아서 덴동어미 말 들으니 말씀마다 하나하나 모두 옳아 이내 수심 풀어내어 이리저리 부쳐보세. 이팔청춘 이내 마음 봄 춘자로 부쳐두고 꽃 같고 달 같은 이내 얼굴 꽃 화자로 부쳐두고 술술 나는 긴 한숨은 가랑비와 봄바람에 부쳐두고 밤이나 낮이나 숱한 수심 우는 새나 가져가게 . 마음속에 쌓인 근심 복숭아꽃 흐르는 물로 씻어볼까. 천만 겹이나 쌓인 시름 웃음 끝에 하나도 남지 않았다네. 굽이굽이 깊은 시름 그 말끝에 술술 풀려 한겨울 눈보라에 쌓인 눈이 봄 춘자 만나 실실 녹네. 자네 말은 봄 춘자요, 내 생각은 꽃 화자라. 봄 춘자 만나 꽃 화자요 꽃 화자 만나 봄 춘자라. 얼씨구나 좋을시고, 좋을시고 봄 춘자. 화전놀이 봄 춘자. 봄 ..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3부 _ 1.청춘과부에게 주는 말

제 3 부 1. 청춘과부에게 주는 말 엉송이 밤송이 다 쪄 보고 세상의 별별 고생 다 해 봤네. 살기도 억지로 못하겠고 재물도 억지로 못 하겠더라. 고약한 신세도 못 고치고 고생할 팔자는 못 고치네. 고약한 신세는 고약하고 고생할 팔자는 고생하지. 고생대로 할 지경엔 그른 사람이라 되지 말지. 그른 사람 될 지경에는 옳은 사람이나 되지 그려. 옳은 사람 되었으면 남에게나 칭찬 듣지. 청춘과부 다시 시집 간다 하면 양식 싸 갖고 가서 말리려네. 고생 팔자 타고나면 열 번 가도 고생이네. 이팔청춘 젊은 과부들아 내 말 듣고 다시 시집 가지 말게. 아무 동네 화령댁은 스물하나에 혼자 되어 단양으로 개가를 했다더니 겨우 다섯 달 살다가서 제가 먼저 죽었으니 그건 오히려 낫지마는 아무 동네 장림댁은 갓 스물에 과..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2부 _ 5.귀향

제 2 부 5. 귀향 덴동이를 들쳐 업고 본 고향에 돌아오니 이전의 강산은 옛모습 그대로나 인정 물정은 다 변했네. 우리 집은 터만 남아 쑥대밭이 되었구나. 아는 이는 하나 없고 모르는 이뿐이로다. 그늘 맺던 은행나무 변치 않고 내 돌아오기 기다려 주었구나. 난데없이 두견새가 머리 위에 둥둥 떠서 불여귀 불여귀 슬피 우니 서방님 죽은 넋이로다. 새야 새야, 두견새야. 내가 올 줄 어찌 알고 여기 와서 슬피 울어 내 설움을 불러내나. 반가워서 울었던가, 서러워서 울었던가. 서방님의 넋이거든 내 앞으로 날아오고 임의 넋이 아니거든 아주 멀리 날아가게. 두견새가 펄쩍 날아 내 어깨에 앉아 우니 임의 넋이 분명하다, 애고 탐탐 반가워라. 나는 살아 육신이 왔네. 넋이라도 반가워라. 근 오십 년 이곳에서 나 오기..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2부 _ 4.엿장수 조서방

제 2 부 4. 엿장수 조서방 훌쩍이며 하는 말이 내 팔자를 세 번 고쳐 이런 액운이 또 닥쳐서 시신도 한번 못 만지고 동해수에 죽어 영원히 이별하였으니 애고애고 어찌어찌 살아볼꼬. 주인댁이 하는 말이 팔자 한번 또 고치게. 세 번 고쳐 곤한 팔자 네 번 고쳐 잘 살는지 세상일은 모르나니 그런대로 살아보게. 다른 말도 할 것 없이 저 꽃나무 두고 보지 이삼 월에 봄바람 불면 꽃봉오리 고운 빛을 벌은 앵앵 노래하며 나비 펄펄 춤을 추고 놀이객은 왕왕 놀다 가고 산새는 영영 흥이 나서 즐거워라. 오뉴월 더운 날에 꽃은 지고 잎만 나면 녹음이 온 땅에 가득하면 좋은 경치가 별로 없다. 팔구월에 가을바람 불어오니 잎사귀조차 떨어진다. 동지섣달 눈보라 찬바람에 찬 기운을 못 견디다가 다시 봄바람이 들이 불면 다시..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2부 _ 3.도부장사 황도령

제 2 부 3. 도부장사 황도령 울산 읍내 황도령이 나더러 하는 말이 여보시오 저 마누라, 어찌 저리 슬퍼하오. 하도 내 신세가 가난하고 구차하기로 이내 마음 몹시도 슬프다오. 아무리 가난하고 구차한들 나처럼 가난하고 구차할까. 우리 집이 자손 귀해 오대 독자 우리 부친 오십이 넘도록 자식 없어 일생 한탄이 무궁하다가 쉰다섯에 날 낳으니 육대 독자 나 하나라. 손안의 제일가는 보배같이 안고 업고 겨우 키우더니 세 살 먹어 모친 죽고, 네 살 먹어 부친 죽어 도와줄 가까운 친척이 본래 없어 외조모 손에 키워졌더라. 열네 살 먹어 외조모 죽고 열다섯 살에 외조부 죽고 외사촌 형제 같이 있어 삼 년 상을 지냈더니 남의 빚에 못 견뎌서 외사촌 형제 도망가고 의탁할 곳이 전혀 없어 남의 집에 머슴으로 들어가 십여..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2부 _ 2.아전 이승발

제 2 부 2. 아전 이승발 이상찰의 며느리 되어 이승발의 후처로 들어가니 가세도 웅장하고 시부모님도 자애롭고 후덕하고 낭군도 출중하고 인심도 거룩한데 매양 앉아 하는 말이 이포가 많다 하고 걱정하더니 함께 산 지 삼 년이 못 다가서 성 쌓던 조 사또 도임하고 엄한 형벌 내려 수금하네. 수만 냥 밀린 빚을 들추어내니 남쪽의 밭 북쪽의 논 좋은 땅이 가을바람에 낙엽 지듯 떠나가네. 안팎으로 행랑채 줄지은 큰 기와집도 하루아침에 남의 집 되고 앞닫이에 맞은편 뒤주며 큰 황소 절따말 서산나귀 대양푼 소양푼 세숫대야 큰 솥 작은 솥 조그만 가마솥 놋주걱 술국자 놋쟁반에 옥식기 놋주발 실굽달이 개다리소반 옷걸이며 대병풍 소병풍 산수병풍 자개함롱 반닫이에 무쇠독 다리쇠 받침 쌍용 그린 빗접고비 걸쇠 등잔걸이 놋등잔..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1부 _ 3.청춘과부의 신세한탄

제 1 부 3. 청춘과부의 신세 한탄 그중에도 청춘과부 눈물 콧물 꾀죄죄하다. 한 부인이 이른 말이 좋은 풍경 좋은 놀이에 무슨 근심 대단해서 눈물 한숨 웬일이오. 비단 수건으로 눈물 닦고 내 사정을 들어보소. 열네 살에 시집올 때 청실홍실 늘인 인정 원하거니 이별 말자 서로가 맹세하고 백 년이나 함께 살자 하였더니 겨우 삼 년 함께 살고 죽어서 영원히 이별하니 임은 겨우 십육 세요, 나는 겨우 십칠 세라. 신선 같은 풍채 가진 우리 낭군 어느 때나 다시 볼꼬. 방정맞고 가련하지. 애고 애고 답답하다. 십육 세에 요절한 이 임뿐이요, 십칠 세의 과부된 이 나뿐이지. 삼사 년이 지났으나 마음에는 안 죽었네. 이웃 사람 지나가도 서방님이 오시는가. 새소리만 귀에 오면 서방님이 말하는가. 그 얼굴이 눈에 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