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풍물한양가 42

한양가(한산거사) - 9.후시

9. 후시 가시(歌詩)에 왈(曰) 북래일맥진청구(北來一脈進靑丘)하니 북으로 온 한 맥이 청구를 지정하니 선리장춘영세후(仙李長春永世煦)을 선리의 긴 봄이 영세의 아름다웠더라. 왕기천년삼각입(王氣天年三角立)이요 왕기는 천년의 삼각산이 섰음이요, 인풍만리오호류(仁風萬里五湖流)를 어진 풍속은 만리의 오호슈가 흘렀더라. 지금예악방추로(至今禮樂邦鄒魯)요 이제의 이르러 예악은 나라가 추로요, 종고의관속은주(鐘鼓衣冠俗殷周)를 예로 쫓은 의관은 풍속이 은과 주이러라. 주상성명동일월(主上盛名同日月)하니 주상의 성명이 일월과 같으시니 가등팔역태평구(歌登八域太平久)를 노래가 팔역에 오르매 태평에 날릴러라. ---------- * 팔역: 조선 8도

한양가(한산거사) - 8.결사

8. 결사 어화 벗님네야 한양(漢陽) 구경 가자스라. 한양은 어디멘고, 우리나라 국도(國都)로세. 하우씨(夏禹氏) 도산도수(導山導水) 시획구주(始劃九州) 하셨으니 제요(帝堯) 제순(帝舜) 도읍터는 평양(平陽) 포판(蒲坂) 그 아니며 문왕(文王) 무왕(武王) 도읍터는 기산(岐山) 풍호(豊鎬) 그 아닌가. 동서한(東西漢)에 내려와서 낙양(洛陽) 장안(長安) 동서경(東西京)은 고조(高祖)의 창업(創業)이요 광무(光武)의 중흥(中興)이라. 강남금릉(江南金陵) 번화지지(繁華之地) 당송(唐宋) 국도(國都) 되었어라. 역대제왕(歷代帝王) 전수(傳受)하니 중국(中國)의 땅이로다. 생어동방(生於東方) 하였으니 동국(東國)이나 알리로다. 강우태백(降于太白) 단목(檀木)하여 여요병립(與堯竝立) 단군(檀君)이며 봉기자우(封箕..

한양가(한산거사) - 7.과거 _ 바.유가

7. 과거 바. 유가 화류춘풍(花柳春風) 대도상(大道上)에 세마치 길군악(-軍樂)에 무동(舞童)은 춤을 추고 벽제(辟除)소리 웅장하다. 춘풍득의(春風得意) 마제질(馬蹄-)하니 탐화랑(探花郞) 되었어라. 남녀노소 관광(觀光)하고 누가 아니 칭찬하리. 세상 선비 들어 보소, 음수독서(飮水讀書) 어려 마소. 정성소도(精誠所到) 금석투(金石透)는 옛말이 그를 손가. 수득수문(隨得隨問) 면강(勉强)하며 성경현전(聖經賢傳) 수심(修心)하여 충군효친(忠君孝親) 근본 삼고 제세안민(濟世安民) 재조(才操) 닦아 반룡부봉(攀龍附鳳) 현달(顯達)하여 입신양명(立身揚名) 하게 하소. 예악법도(禮樂法度) 이러하니 거룩할사 한양(漢陽)이라. ---------- * 화류춘풍(花柳春風): 봄바람에 꽃과 버들이 흔들림. * 세마치: ..

한양가(한산거사) - 7.과거 _ 마.과거급제

7. 과거 마. 과거 급제 과거(科擧)를 다 본 후에 선비의 거동 보소. 우산 접어 둘러메고 공석(空席) 싸서 옆에 끼고 장원봉(壯元峰) 언덕 위에 잠뽁이 모여 서서 방(榜) 나기 기다릴 제 보계판(補階板)을 바라보니 시관(試官)들과 육방승지(六房承旨) 어전(御前)에서 탁방(坼榜)한다. 설포장(設布帳) 지우고서 정원사령(政院使令) 불러내어 성명삼자(姓名三字) 써서 주니 정원사령 거동 보소. 잗주름 방패(防牌) 철릭 통영갓(統營-) 젖혀 쓰고 달음박질 내려올 제 만장중(滿場中) 선비 마음 심독희(心獨喜) 자부(自負)하여 가만히 듣는구나. 여럿이 묶어 질러 성명 삼자 호명(呼名)한다. 적덕(積德)한 뉘 집 자손 글 용한 어느 선비 십년등하(十年燈下) 죽을 공부 금일등과(今日登科) 하였는고. 바삐 불러 올라갈..

한양가(한산거사) - 7.과거 _ 라.시권제출

7. 과거 라. 시권 제출 경각(頃刻)에 선장(先場) 들어 위장군(衛將軍) 외는구나. 한 장(張) 들고 두 장 들어 차차(次次)로 들어간다. 백 장이 넘어서는 일시에 들어오니 신기전(神機箭) 모양이요 백설(白雪)이 분분하다 수권수(收券數) 몇 장인고, 언덕 같고 뫼 같구나. 사알사약(司謁司鑰) 무감별감(武監別監) 정원사령(政院司令) 위장군(衛將軍)이 열 장씩 작축(作軸)하여 전자관(塡字官) 전자(塡字)하고 주문(主文) 명관(命官) 시관(試官) 앞에 수없이 갖다 놓네. 차례로 끊을 적에 비점(批點)치고 관별(貫別)한다. 그 외의 낙고지(落考紙)는 짐짐이 져서 낸다. 학고(學考)에 오른 글장(―帳) 먹으로 등(等)을 쓰네. 글씨는 명필(名筆)이요, 지은 글은 문장이라. 이두(李杜)의 글이런가, 희지(羲之)의..

한양가(한산거사) - 7.과거 _ 다.과거시행

7. 과거 다. 과거 시행 동동(瞳瞳) 일출 대명궁(大明宮)하니 오색운중(五色雲中) 가육룡(駕六龍)을 창검군(槍劍軍) 앞을 서고 선진(先陣)이 늘어섰다. 총관(摠管) 각신(閣臣) 모든 백관(百官) 걸어서 배종(陪從)한다. 의장(儀仗)이 앞을 서고 양산(陽傘)이며 교룡기(交籠旗)며 병조판서(兵曹判書) 금훤낭청(禁喧廊廳) 오위장(五衛將) 우림장(羽林將)과 가전(駕前)의 시위(侍衛)소리 길고도 늘어진다. 장악원(掌樂院) 일등 악생(樂生) 다홍관대(茶紅冠帶) 야자대(也字帶)에 선악(仙樂)을 길게 내니 여민동락(與民同樂) 화(和)할시고. 옥교(玉轎)로 오실 제 양산이 해를 가려 비슥이 받으시고 뒤에는 현무선(玄武扇)을 충의(忠毅)가 들었으며 키 큰 봉도별감(奉導別監) 갖은 시위(施威) 경필(警蹕)소리 갸륵하고 엄..

한양가(한산거사) - 7.과거 _ 나.과장의선비

7. 과거 나. 과장의 선비 선비의 거동 보소 반물 들인 모시 청포(靑袍) 검은 띠 둘러 띠고 유건(儒巾)에 붓 주머니 적서복중(積書腹中) 하였으니 수면앙배(睟面盎背) 하는구나. 기상이 청수(淸秀)하고 모양이 조촐하다. 집춘문(集春門) 월근문(月覲門)과 통화문(通化門) 홍화문(弘化門)에 부문(赴門)을 하는구나, 건장한 선접꾼(先接-)이 짧은 도포(道袍) 젖혀 매고 우산(雨傘)에 공석(空席) 쓰고 말뚝이며 말쟁이며 대로 만든 등을 들고 각색 글자 표를 하여 등(燈)을 보고 모여 섰다. 밤중에 문을 여니 각색 등이 들어 온다. 줄불이 펼쳤는 듯 새벽 별이 흐르는 듯. 기세는 백전(白戰)일세 빠르기도 살 같도다. 현제판(懸題板) 밑 설포장(設布帳)에 말뚝 박고 우산(雨傘)치고 휘장 치고 등을 꽂고 수종꾼(隨從..

한양가(한산거사) - 7.과거 _ 가.과장준비

7. 과거 가. 과장 준비 하루 지나 이틀 지나 삼 일만에 환궁(還宮)하사 별단시상(別單施賞) 하신 후에 과거령(科擧令) 내리시니 알성(謁聖)에 용호방(龍虎榜)이 한데로 뵈신다네. 이때는 어느 땐고, 춘삼월(春三月) 호시절(好時節)에 춘풍(春風)이 화려하고 만화방창(萬化方暢) 하였어라. 금천교(禁川橋) 버들 빛은 벽라만사(碧羅萬絲) 드리운 듯 옥류천(玉流川) 두견(杜鵑) 빛은 홍금천폭(紅錦千幅) 가리운 듯 천자만록(千紫萬綠) 방비(芳菲)하니 가지가지 봄빛이라. 금성유색(金城柳色) 천문효(千門曉)요 옥동도화(玉洞桃花) 만수춘(萬樹春)을 운리제성(雲裏帝城) 쌍봉궐(雙鳳闕)에 우중춘수(雨中春樹) 만인가(萬人家)를 춘당대(春塘臺) 높은 언덕 영화당(映花堂) 넓은 뜰에 배설방(排設房) 군사들과 어군막(御軍幕) 방..

한양가(한산거사) - 6.능행 _ 마.능행행차

6. 능행 마. 능행 행차 숭례문(崇禮門)밖 나오시니 계라차지(啓螺差知) 선전관(宣傳官)이 자주 걸어 기어 와서 취타(吹打)를 청한 후에 겸내취(兼內吹) 패두(牌頭) 불러 취타령(吹打令) 내려오니 겸내취 거동 보소, 초립(草笠)에 작우(雀羽) 꽂고 누런 철릭[天翼] 남전대(藍纏帶)에 명금삼성(鳴金三聲) 한 연후에 고동(鼓動)이 세 번 울며 군악(軍樂)이 일어나니 엄위(嚴威)한 나팔(喇叭)이며 애원(哀怨)한 호적(胡笛)이라. 정기(旌旗)는 표표(飄飄)하고 금고(金鼓)는 당당하다. 한가운데 취고수(吹鼓手)는 흰 한삼(汗衫) 두 북채를 일시에 수십 명이 행고(行鼓)를 같이 치니 듣기에도 좋거니와 보기에도 엄위(嚴威)하다. 앞에는 공가교(空駕轎)요 뒤에는 타신 가교(駕轎) 무예청(武藝廳) 호위하고 그 밖에 별감..

한양가(한산거사) - 6.능행 _ 라.능행호위

6. 능행 라. 능행 호위 통례원(通禮院) 좌통례(左通禮)가 승여(乘輿)를 청하였다. 부도가(部導駕) 앞도가(-導駕)며 한성부(漢城府) 꼭뒤도가(-導駕) 사헌부(司憲府) 도가 끝에 선진(先陣)이 동군(動軍)한다. 기대장(騎大將) 앞을 서니 마군(馬軍)의 머리로다. 오마대(五馬隊) 마군(馬軍)들은 항오(行伍)가 엄숙하다. 별대마병(別隊馬兵) 선기대(善騎隊)며 천총파총(千摠把摠) 기총(騎摠)이며 각초초관(各哨哨官) 모양들은 제 방위색(方位色) 물을 들여 더그레며 수기(手旗) 쥐고 원앙진(鴛鴦陣) 보군작대(步軍作隊) 전초(前哨) 후초 좌초(左哨) 우초 전사(前司) 후사 좌사(左司) 우사 삼행(三行)으로 행군하니 초기(哨旗)가 앞을 섰네. 범 같고 곰 같으니 군상(軍像)이 웅위(雄威)하다. 도감(都監)이 선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