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병자일기

무인년(1638) - 8월

New-Mountain(새뫼) 2022. 3. 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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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작은달 신유

 

신묘 초하루

오후에 소나기가 많이 왔다.

일봉이가 중소를 데리고 갔다가 오니, 병환이 전과 한가지라 하니 어쩔꼬. 민망하다.

 

8월 2일

맑았다.

감찰은 가시고, 저녁때에 조경산과 정옹진이 와서 주무시고 술을 조금 드셨다.

 

8월 3일

맑았다.

 

8월 4일

흐렸다.

저녁에 박참판이 하직하고 문밖에서 주무신다.

 

8월 5일

가끔 맑았다가 비가 왔다.

박참판이 가시는데 모화관에 가 다녀오셨다가 술이 조금 취하여 들으셨다.

저녁때에 영월에서 사람이 왔는데 초이튿날 상이 났다고 하니 그런 놀라운 일이 없고, 조카 중에도 내가 시집온 뒤에도 그 조카만 한 집에서 길러내니 정이 각별하고 아기네 때문에 더욱 그지없다.

이첨지 댁에서 부음을 보내었더니 저녁때에 이첨지가 와 다녀가셨다.

 

8월 6일

아침에 흐렸다.

영월 초상에 모든 기구를 차려서 사람 내일 간다. 이참의가 와 다녀가셨다.

 

8월 7일

아침에 흐렸다.

일봉이가 영월로 갔다.

상중에 있는 이의 옷을 새댁이 해 왔다.

초관이 들어오셨다.

 

8월 8일

맑았다.

두정 씨 초상에 성복하시고 새아기가 성복한다는 기별을 들으니 더욱이나 마음이 그지없다. 예법도 잘 만들어진 것이고, 아내도 소중한 것이라 하며 울더라고 하니, 이 말을 들으니 내 마음도 이러하거늘 저 아기의 부모는 더욱 그지없으리라 생각하며 그 잊을 틈이 없고, 영월 아기도 생각하고 있었겠지만, 초상이 나니 어찌하는가?

어찌 내 마음이 편하리. 끝없는 걱정 속에서 지내는데 요사이는 눈병까지 생겨서 머리가 아파 편한 적이 없고, 부기는 나날이 더하여 가니, 이렇게 하다가 저 아기네가 또 내 장례를 입으면 며느리는 언제 데려다가 집안일이나 가르칠까. 슬픔이로다.

 

8월 9일

맑았다.

목지평 댁의 초기가 다다르니 세월이 빨리감을 더욱 서러워한다.

새벽에 소상에 떡과 술을 하여 보냈다.

 

8월 10일

맑았다.

여산의 종들 셋이 오고, 여산과 임천의 생원님이 오셨다.

 

8월 11,12일

맑았다. 광주의 종들이 제사 음식을 가지러 왔다.

 

8월 13일

맑았다가 가끔 비가 왔다.

광주의 제물 다섯 반상과 사직골의 큰 위 제물, 광주의 작은 제물 다 차려서 갔다.

조창우와 별좌와 창한이가 오니 반갑고 마음 든든하다.

 

8월 14일

맑았다.

모두 모여 산소로 나가시고, 남주부도 갔다.

 

8월 15일

맑았다.

꿈에 하늘의 신선 같은 사람이 배 같은 것을 타고 있는데, 남여와 그 사람들이 신선 그린 것 같더라.

배에 오르라 하거늘 남자들이 계시다 하니, 그 사람이 배 가운데 장막을 치고 오르라 하거늘, 올라 말하니 그 계집은 머리를 올려 비녀를 하고, 몸에 붙는 옷을 입고, 관 같은 것을 쓰고, 남자는 누런 장삼 같은 것을 입고, 굴갓 같은 것을 흔드는 듯 서 있거늘 물으니, 그 계집이 이르되,

‘저 사람은 나의 지아비라.’

하고, 내 이르되,

‘직녀는 비단을 많이 짠다 하니 옳은가.’ 하니,

‘짜려 하면 하루 한 필도 너머 짜되 자주 짜기는 아니하느니라.’

하고, 내 이르되, 성명을 듣고 싶다 하니, 그 신선 같은 계집이 이르되,

‘나는 설운이도다.’

하고, 시절의 흥망이나 사람의 오래 살고 일찍 죽는 일을 물으려 할 마디에 깨어나니, 한 꿈이니 괴이하게 깨어 그 사람의 생김새와 입었던 것을 또렷이 생각하니 분명함이 생시 같으니 가장 괴이하다.

자식들의 말을 하였더니,

‘자네 자식들이 이 위의 무슨 성 속에서 활 쏘는 직책을 맡고 있느니라.’

하되, 그 말을 채 못다 들었으니,

평상시 꿈은 꾸어도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되, 이따금 이런 꿈은 분명하고 잊히지 아니하더라.

저녁때 제사를 드린 후에 모두 들어오셨다.

 

8월 16일

아침에 흐리다가 비가 조금 왔다.

홍청주 가시는 데 가보려고 가셨다.

김금산의 모친 행차도 오늘 가셨다.

 

8월 17,18일

맑았다.

이찰방이 어제 와서 집에서 주무시고 머물러 계신다. 이민영과 이민급이 와서 다녀가시고 남용안은 와서 선산 가신다고 하신다.

보령 김진사를 보니 제 형님 생각이 나고, 주서댁의 편지를 보니 어느 때에나 잊으랴.

 

8월 19일

흐리다가 늦게 개었다.

이현담과 이정립 모두 진지 드셨다.

 

8월 20일

흐리고 바람이 불었다.

김진사가 연기로 모친 행차를 모시고 간다고 하니 섭섭하다.

밤에 우박과 비가 왔다.

 

8월 21일

맑았다.

조별좌가 파주로부터 오고 창한이도 왔다. 이찰방은 오늘에야 광주로 나갔다.

 

8월 22일

맑았다.

감찰이 와서 묵으시고 머물러 계시다.

 

8월 23,24일

맑았다.

새댁에서 음식과 주찬을 보내셨다.

 

8월 25일

비가 조금 왔다.

 

8월 26일

비가 왔다.

창골댁의 기제사를 지내니 새삼스러이 슬프다. 판관과 감찰이 약주를 잡수셨다.

조별좌께서 소주 스무남은 복자를 가지고 와 잡수셨다.

 

8월 27일

아침에 흐리다가 비가 왔다.

손님네들 모두들 대여섯 여섯 잔씩 드셨다.

 

8월 28,29일

아침에 비가 왔다.

정인동과 이첨지가 와서 약주를 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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