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병자일기

기묘년(1639) - 11월

New-Mountain(새뫼) 2022. 3. 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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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달 작은달 병자

 

갑인 초하루

흐렸다.

새벽에 대궐에 문안하신 후 나오셔서 계시다가 창골 이내승이 오시니 술을 여섯 잔씩 잡수셨다.

 

11월 2일

맑았다.

사직골 어머님의 생신 다례를 천남이가 가서 지냈다. 옛일을 생각하니 모여서 모시고 지내던 일이 그지없이 슬프다. 동생님네들은 다들 어디로 가셨는가 한다.

 

11월 3일

맑았다.

새벽에 문안하셨다.

 

11월 4일

밤에 눈 오다 아침에 흐리고, 밤에 비 왔다.

새벽에 문안하신 후에 아침 드시기 전에 심도사와 술을 여섯 잔씩 잡수시고는 새벽에 마루에서 떨어져 다치셨다.

 

11월 5일

흐렸다.

새벽에 문안하신 후 권도가 와서 다섯 잔씩 잡수셨다.

 

11월 6일

흐리고 눈이 조금 왔다.

대궐에 새벽에 문안하신 후 와 계시다가 연안 원님이 와서 여섯 잔씩 잡수셨다.

 

11월 7일

맑았다.

대궐에 문안하신 후에 병조판서에게 가 다녀오셨다.

 

11월 8일

맑았다.

대궐에 문안하셨다.

오늘이 별좌의 생일이라 다례를 지내니 무엇을 흠향할까? 기유년에 낳아서 경사롭던 일이 한 꿈이 될 줄을 어찌 알았으리오. 어찌 이십오 년을 내 자식으로 빌려 있던 모자의 은정을 하루아침에 없이 하였는가?

아이고 아이고, 푸른 하늘아, 푸른 하늘아. 할 따름이다. 슬프다. 나마저 죽은 뒤에는 정성으로 누가 잔이나 부어놓을까?

강진사 모부인께서 돌아가셨다고 하니, 아들을 두고 죽으시니 오죽이나 좋은 팔자랴.

 

11월 9일

눈이 왔다.

새벽에 문안을 가셨더니 주상의 환후가 곽란으로 편찮으시다고 하니 민망하여 근심된다.

오늘 여주 며느리의 기제사를 지냈다. 젊은 사람들의 신주를 보면 어찌 속이 타지 않으리오.

 

11월 10일

아침에 흐리다가 늦게 개었다.

새벽에 문안하신 후 채별좌와 함께 나오셨다. 조감찰 형제도 왔다.

장계 기별을 들으니 끔찍끔찍하니 언제 태평성대를 만나 지낼까?

모두들 모여서 집에서 주무셨다.

 

11월 11일

밤에는 바람이 불더니 맑았다.

문안하신 후에 약 때문에 늦게야 나오셨다.

남용안이 와서 다녀가셨다.

채별좌, 조비장, 조감찰 형제 다 집에서 식사한 후에 나가셨다.

 

11월 12일

맑았다.

문안 후 식사를 가져다 잡수시고 나오셨다.

 

11월 13일

아침에 흐리다가 늦게 개었다.

문안하신 후에 오셨다.

 

11월 14일

아침에 비가 오다가 늦게 개었다.

새벽에 문안하셨다.

 

11월 15일

아침에 비가 조금 왔다.

새벽에 문안하였다.

 

11월 16,17일

맑았다.

계속하여 문안하셨다.

유석창이 어두워질 무렵에 와서 잤다.

 

11월 18일

아침에 흐리다가 늦게 개었다.

시사를 지냈다. 유생원이 제사에 참례하였다.

영감에서는 제사 지낸 후 문안하셨다.

 

11월 19일

벽에 비가 오다가 늦게 개었다.

문안 마치고 저녁 식사 후에 유평강, 이호와 많이 들도록 말씀하기고 약주를 드시고 다 주무신다.

 

11월 20일

맑았다.

문안하셨다.

그 손님들은 아침 후에 다 가셨다.

 

11월 21일

밤에 비가 오다 새벽에 개였다가 종일 비가 왔다.

 

11월 22일

맑았다.

 

11월 23일

맑았다.

계속하여 문안하였다.

성서방이 와 아침과 저녁 식사를 했다.

 

11월 24일

아침에 흐리다가 늦게 비가 왔다.

새벽 문안 후에 청나라 사신이 드니, 파루 칠 때에 나가셨다.

제천의 신서방이 와 아침과 저녁 식사를 하였다.

 

11월 25일

흐렸다.

새벽에 문안하였다.

사곡의 상자가 왔다.

 

11월 26일

아침에 흐리다가 늦게 개었다.

 

11월 27일

흐렸다.

문안하신 후에 다 한좌윤 댁에 가 조금 취하여 들어오셨다.

신서방의 종까지 식사하였다.

 

11월 28일

아침에 흐리다가 늦게는 가끔 맑았다.

새벽에 문안하신 후에 약 짓는 일로 식사를 가져가 잡수셨다.

오늘 동짓날이라서 차례 지냈다.

 

11월 29일

맑았다.

새벽 문안 후 이수한과 영광 원님이 와 약주를 네 잔 잡수셨다.

어제 전약 세 그릇과 백자주 두 병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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