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병자일기

기묘년(1639) - 10월

New-Mountain(새뫼) 2022. 3. 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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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큰달 을해

 

갑신 초하루

맑았다.

영감께서 새벽에 문안하신 후, 정의령이 와서 약주 잡수셨다. 이어서 여러분이 모이셔서 시월 첫날부터 취하셨다.

 

10월 2일

맑았다.

새벽에 문안 가셨다가 주상께서 침 맞으시는 일 때문에 식사 후에 오셨다.

 

10월 3일

밝았다.

별좌의 기제사를 지내니, 계유년의 일이 새로이 생각나서 그지없는 감정과 회포를 말로 다 하랴? 어느 사이 벌써 칠 년이 되었는가?

젊은 사람 신주 셋에게 제사를 지내게 되니 설움이 어찌 이르리. 불쌍하다 내 아들, 아까울 사 내 자식, 꿈에도 아니 보이니 나를 잊었는가? 다시 누구 집의 자식이 되었는가? 어찌 한 번도 아니 뵈는가?

살아 서러운 정을 매일 품고 지내나 겉으로는 향한 즐거운 사람같이 지내니 제 혼령이 나를 잊었는가 생각하는가? 더욱 설워하노라.

요사이는 며느리와 함께 있으니 든든하고, 죽은 며느리인지 반갑고, 언제 탈상하여 자식이나 낳으면 보게 되라 하되, 내 기력이 날로 쇠하고 다 되어가니 어찌 이러고도 오래 세상에 있으리. ………………

채별좌에게 침을 맞으셨다.

 

10월 4일

맑았다.

새벽에 문안하신 후 주상께서 침 맞으시는 일로 오후에 나오셨다.

채별좌에게 또 침을 맞으셨다. 오라버님이 들어오셨다. 저녁때에 유인함 씨가 오셔서 집에서 주무신다.

 

10월 5일

맑았다.

새벽에 문안하셨다.

양조부의 생신 다례를 지냈고, 저녁에 감찰댁이 오셨다. 감찰과 오라버님도 오셨다.

 

10월 6일

맑았다.

문안하셨다. 젊으신 분이 가시니 섭섭하다.

감찰이 나갔다.

 

10월 7일

맑았다.

새벽에 문안하신 후에 약 지으러 가셨다.

감찰이 가시니, 아니 오시지만 못하다.

 

10월 8

맑았다.

문안을 새벽에 가셨다.

전준민이 와서 다녀갔다. 조풍덕이 와서 술을 두 잔 잡수셨다. 유선달 신판관과 또 다른 손님들까지 술을 여러 잔씩 잡수셨다.

 

10월 9일

맑았다.

문안하셨다.

어두워질 무렵에 임효달 댁에 가셔서 조금 취하여 오셨다.

 

10월 10일

맑았다.

문안 후에 오후에 연양군 댁에 가셔서 취하여 들어오셨다. 조풍덕이 와서 술을 두 잔 잡수셨다.

 

10월 11일

맑았다.

새벽에 문안하시고, 약 짓는 일 때문에 식사하신 후에 나가셨다.

임장하와 오장이 춘천을 들러서 인제와 간성에 갔다 오려고 갔다.

목승지가 와서 술을 두 잔 잡숫고 조풍덕이 와서 취하여 가셨다.

 

10월 12일

맑았다.

문안하신 후, 주상께서 침 맞으신 후에 약 짓는 일 때문에 저물게야 들어오셨다.

 

10월 13일

흐렸다.

새벽에 문안하신 후 오셨다.

채별좌가 아침에 다녀가시고 오라버님과 창하, 성서방, 남생원이 상주로 간다고 모여 저녁 식사를 다 하셨다.

 

10월 14일

맑았다.

문안 후에 침을 맞으셨다.

오라버님과 창하가 나갔다.

 

10월 15일

맑았다.

문안 후 오셨다.

채별좌가 집에서 식사하였다. 저녁때에 조생원이 와서 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 갔다.

이홀의 집 경사스러운 잔치에 가셨다. 어제 심도사 댁의 혼인에 가셔서 축하하고 오셨다. 이날이 일진이 좋지 않은 날이니 아무튼 혼인한 일에 대해 들어 보자 어둡게야 들어오시니, 술기운도 계시고 기운이 서러우신 듯 잠도 들지 못하고 계시는데, 이경 삼점에 분발이 오니, 주상의 병환이 저녁 사이에 기운이 올라 나아지지를 않는다고 하시면서 약을 잡수신다고 들어오라고 사람이 오니, 겨우 일어나 갑자기 대궐에 가시니 주상께도 망극하고 영감께서도 석 달째 밤낮으로 다니시니 기운이 좋으시랴.

민망하고 갑갑하여 모두 앉아 밤을 새우니 이런 놀라운 일이 어디 있으랴.

 

10월 16일

맑았다.

그렇게 하여 대궐에 가 계시다가 거기서 주무셨다.

남참봉이 어두워질 무렵에 왔다.

나라 근심이 망극하되 석 달째 새벽 나들이를 하시니 기운이 좋으시랴. 집이 고요하고 크고 작은 근심에 어찌할 바를 몰라 달밤에 젊은 사람들을 데리고 앉아 있으니 마음이 쓸쓸하고 적막하여 아무것도 할 바를 없어 있으니 참봉을 보니 반갑고 마음 든든하여 밤이 깊도록 이야기를 나누다가 잤다.

오늘은 주상의 환후가 잠깐 나으신 듯하여 창경궁으로 거처를 오시에 옮기시었다.

조소원께서 닭이 울 때에 왕자를 낳으셨다고 한다.

조감찰이 들어왔다가 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 가고 두륙이가 연기에서 오니, 모든 편지를 다 받아보니 반갑다. 연기 원님의 대부인께서 초아흐렛날 서울에 오셨다고 한다.

저녁을 잡순 후 가셨다.

어두워질 때쯤에 영감께서 나오시니, 주상의 환후가 열이 내리신 듯하다고, 대신들은 물러가라고 하시매 각자 집에 가서 주무시게 되었다고 한다.

 

10월 18일

흐렸다. 새벽에 죽력을 드린다고 하기에 또 급히 일어나 대궐로 들어가셨다.

남상자가 새벽에 갔다.

 

10월 19일

흐렸다.

새벽에 들어가셨다가 저물게야 나오셨다.

춘천의 종들이 왔는데, 이백여 근 오던 데에서 가까스로 삼십여 근이 오니 무엇으로 나누어주고 무엇을 쓰랴.

 

10월 20일

아침에 비가 오다가 늦게 개었다.

새벽 문안 가셨다가 식사하시고 나오셨다.

연안에서 배로 짐이 왔다.

 

10월 21일

흐리고 가랑비가 왔다.

새벽 문안 가셨다가 오후에 나오셨다.

조감찰이 들어왔다가 저녁을 먹은 후 나갔다.

풍덕에서 배로 짐이 오고 새초 미역이 왔다.

 

10월 22일

흐렸다.

새벽 문안 가셨다가 오후에 나오셨다.

 

10월 23일

비가 왔다.

새벽에 문안하셨다.

의주댁 형님의 편지를 보니 반갑다. 답장하여 사람을 시켜 보냈다.

오후에 신판관 댁이 강화로 가신다고 만나보러 가셨다가 술을 조금 잡수시고 어두워질 때 들어오셨다.

 

10월 24일

흐리고 밤부터 큰바람 일더니 종일 불었다.

새벽에 문안하신 후에 나오셨다.

오후에 정영해 가시는 데에, 전생서에 오이를 안주 하여 가셨다가 어두워질 때에 취하여 들어오셨다.

 

10월 25일

맑았다. 바람이 어지간히 멈추었다.

새벽에 문안하신 후에 약 받는 일 때문에 저물게야 들어오셨다.

 

10월 26일

맑았다.

대궐에 새벽에 문안하신 후에 약 짓는 일 때문에 저물게야 들어오셨다.

 

10월 27일

맑고 따뜻하였다.

문안하신 후에 홍배천에게 가보시고 술이 조금 취하여 어두워질 무렵에 들어오셨다.

 

10월 28일

맑고 따뜻하였다.

새벽에 문안하셨다.

여주의 한서방댁이 시집에 간다고 한다.

 

10월 29일

맑았다.

대궐에 새벽에 문안하신 후에 환약 짓는 일로……

 

10월 그믐날

맑았다.

새벽에 문안하시고 식사하신 후에 오셨다.

조풍덕이 오시니 여섯 잔씩 잡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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