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병자일기

기묘년(1639) - 3월

New-Mountain(새뫼) 2022. 3. 3.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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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큰달 무진

 

무오 초하루

맑았다.

전창군 댁에 가셔서 약주 잡숫고 어둡게야 들어오셨다.

남도사와 남주부가 다녀가셨는데, 도사는 저녁을 집에서 먹은 후 어두워지고 나서 가셨다.

성서방이 문밖으로 나갔다.

 

3월 2일

흐렸다.

새벽에 하직하고 숙배하러 가셨다. 아침 식사 후에 광주로 소분하러 가셨다. 남도사와 두림이가 모시고 광주에 제사를 지내러 갔다.

저녁 때 주안 별실이 왔다가 저녁에 갔다. 어두워질 무렵에 조생원댁과 감찰댁이 들어오시니 반갑고 마음 든든함이 그지없다. 조생원댁은 오륙 년 전에 보고 난리 후에는 처음 뵈었다.

 

3월 3일

종일 큰 비가 왔다.

차례를 지내고, 저녁때에 광주에 가셨던 행차가 오셨다.

남주부도 와서 약주를 두 잔 잡수시고, 신감역이 어제 진지를 드셨다.

 

3월 4일

비가 왔다.

정양필이 사은 숙배하였다. 조감찰과 성서방이 들어왔다. 신감역이 아침저녁 진지를 드셨다.

 

3월 5일

흐렸다가 오후에는 비가 왔다.

조카님네들이 새벽에 나가시니 섭섭하다.

아침에 이주 씨의 부음을 들으니 놀랍다. 우리 아들과 동갑인데 아기를 넷이나 두고 죽으시니 아무려면 별좌 같기야 하랴.

성서방과 감찰이 나갔다. 성서방은 상주로 가려고 하직하고 갔다.

도사가 와서 다녀갔다. 조창하가 저녁 식사 후에 갔다. 유생원이 와서 다녀갔다. 검천에 가서 나무 세 바리 실어 왔다.

 

3월 6일

밤에 비가 오더니 아침에는 큰 비가 왔다. 비는 종일 내렸다.

남참봉과 두필이가 왔다가 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 나갔다. 신감역이 집에서 저녁 식사 하였다.

 

3월 7일

흐렸다.

의봉이네 종 세 사람이 황해도로 갔다. 영감께서 한성부에 좌기하신 후에 여러 곳을 다니셨다고 하면서 취하여 들어오셨다.

남도사가 와서 다녀갔다.

 

3월 8일

밤부터 비가 오더니 아침까지 왔다. 종일 비가 내렸다.

신감역이 왔다가 집에서 저녁 먹은 후에 갔다.

 

3월 9일

밤부터 비가 오더니 아침에도 오고, 저녁때에야 개었다. 어두워질 무렵에는 흐렸다.

초경 말에 주상께서 알성 거동하시는데 나가셨다.

 

3월 10일

맑았다.

임천 오라버님이 다녀가셨다. 두필이가 글 짓고 와서 다녀갔다.

 

3월 11일

맑았다.

녹두를 갈라고 시켰다.

이상자께 가서 조문하시고 남참의에게 가 보시고 집에서 약주 두 병 가져다가 잡수시고 저물게야 들어오셨다.

 

3월 12일

맑았다.

신감역이 와서 집에서 식사하였다.

한성부에 좌기하신 후 어두울 무렵에 이경의, 유대화 임효달이 와서 모두 취하여 가시고 주인도 취하여 들어오셨다.

 

3월 13일

아침에 흐리다가 오후에는 개었다.

손님 다섯 분이 와서 술을 서너 잔씩 잡수셨다. 신감역이 집에서 저녁 식사하였다. 심달씨도 와서 술을 서너 잔 잡수셨다. 이첨정이 와서 다녀갔다.

동막 논에 가래질했다.

어제 살꽂이 밭에 뿌릴 씨를 세필이가 맡아 갔다.

 

3월 14일

맑았다.

내의원에 좌기하신 후에 심달 첨지 댁에 가 취하여 어두워질 무렵에 들어오셨다.

 

3월 15일

맑았다가 가끔 흐렸다.

신감역이 와서 집에서 식사하였다. 이순이 술을 한 병 가지고 와서 세 잔씩 잡숫고 셋이서 우리 집의 약주를 한 잔씩 잡수셨다.

밥 먹은 뒤에 한성부에 좌기하신 후에 동대문 밖에 가셨다가 취하여 신시쯤 되어서 들어오셨다.

도사가 아침과 저녁에 두 번 다녀가셨다. 조감찰도 다녀가셨다.

 

3월 16일

종일 흐리고 사이사이 가랑비가 왔다.

도사가 다녀갔다.

내의원에 좌기하신 후 저물게야 들어오셨다. 신감역이 여주로 가신다고 와 다녀가셨다.

 

3월 17일

새벽부터 비가 왔다.

허식의 반혼에 다녀오셔서 저물게야 들어오셨다.

조도사댁이 충주로부터 문밖에 와 계시다가 제사를 지내시고 어두워질 무렵에 들어오니, 반갑고 슬픈 정에 이야기를 나누노라니 날이 새는 줄을 깨닫지 못하여 파루 친 후에야 잠이 들었다.

 

3월 18일

맑았다.

날이 새자마자 조도사댁은 파주로 가시니 섭섭하면서도 흐뭇하여 그지없는 정회도 다 못하고 서로 여의어 떠나오니, 이후 다시 만날 기약을 어찌 정하리오.

인간 세상은 하 거짓 일이니 슬픔이 그지없고, 준각이가 관례를 행하여 갓을 쓰고 왔는데 기골이 가히 용렬하지 아니하니, 기쁘고 또 매우 기뻐서 오라버님을 생각하고 더욱 그지없었다.

이무림 첨지가 오셔서 술을 한 잔씩 잡수셨다. 저녁때에 중소가 들어왔다.

내의원에 좌기하신 후에 이정승 댁에 가셨다가 취하여 들어오셨다.

 

3월 19일

흐리고 가랑비가 오락가락하였다.

한성부에 좌기하셨다.

 

3월 20일

가끔 맑았다가 가끔 흐렸다.

경상감사가 와 다녀가셨다.

 

3월 21일

양외조부 기제사 지냈다. 조감찰 형제가 어제 들어왔다.

어제 저녁때에 비가 시작하여 밤새도록 큰 비가 왔다.

서산에서 벼와 조, 두 가지 스물일곱 말이 선물로 왔다.

 

3월 22일

맑았다가 가끔 흐렸다.

내의원에 좌기하신 후 저물 때 들어오셨다.

 

3월 23일

맑았다.

율무를 심었다.

심달 씨와 심제 씨와 사도시 판사가 와 술을 아홉 잔씩 잡수시니 주인도 취하고 손님들도 다 취하여 어둡게야 자리가 끝났다.

 

3월 24일

맑았다.

비변사의 모임으로 가 계시다가 오후에 오시니 남참봉과 채첨지가 와서 약주에 취하셨다.

충주에서 배로 짐 열다섯 섬이 왔다.

 

3월 25일

맑았다.

영감의 생신날이다. 삼 년 만에 일가 사람들과 모여서 생일을 지내니 만만다행이나 자식을 생각하니 무슨 일을 만나도 슬픔이 그지없다.

연양군, 홍승지, 한좌윤, 경상감사, 변삼근, 허국, 이경엄, 이경의, 박황 다 와 취하시고 남참봉, 조감찰 삼형제 다 모여서 밤 들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3월 26일

맑았다.

이무림 첨지와 이정규 씨, 이현 승지, 남두첨 씨와서 약주 잡수셨다. 남참봉과 모두들 취하셨다. 창우 형제가 나갔다.

 

3월 27일

맑았다.

중풍 기운이 있으시고 피곤해 하시면서 종일토록 누워 계시니 여러 날을 취하셔서 식사도 못하시니 민망하다.

남참봉이 오늘 가셨다.

 

3월 28일

맑았다.

아침 전에 영의정께 공사 일로 다녀오셨다. 꿈에 두상이를 얼핏 보고 울다가 내가 울어서 깨니 그 마음이 어떠하였으랴.

나를 어디서 청하기에 내가 가려고 하니 그 청하는 곳에서 환도 네 개를 들고 사람이 데리러 왔거늘, 깨니 이것이 어떤 꿈자리인가?

아마도 내가 죽으려고 그러는가 싶다.

 

3월 29일

가끔 흐렸다.

내의원에 좌기하셨다.

 

3월 30일

맑았다.

장릉에 불이 붙었다고 여러 마을에 가 계시다가 흰옷을 입고 나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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