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구운몽 한문본 53

권지이 - 6. 계섬월이 청하여 소유와 적경홍은 정분을 맺다

6. 계섬월이 청하여 소유와 적경홍은 정분을 맺다 至微明始覺, 則蟾月方對粧鏡 調鉛紅矣, 瀉情留目 心忽驚悟 更見之. 則翠眉明眸 雲鬢花瞼 柳腰之勺約, 雪膚之皎潔皆蟾月, 而細審之 則非也. 翰林驚愕疑惑而亦不敢詰焉. 翰林細繹深推, 知非蟾月而後乃問曰 : “美人何如人也?” 지미명시각 즉섬월방대장경 조연홍의 사정류목 심홀경오 갱견지 즉취미명모 운빈화검 유요지작약 설부지교결개섬월 이세심지 즉비야 한림경악의혹이역불감힐언 한림세역심추 지비섬월이후내문왈 미인하여인야 날이 샐 무렵에 이르자 비로소 잠을 깨었는데, 섬월이 바야흐로 경대 앞에 앉아 단장을 새로 하기에, 걱정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깜짝 놀라 다시 보았다. 곧 푸른 눈썹과 맑고 아름다운 눈동자며, 구름 같은 살쩍과 꽃 같은 뺨이며, 버들같이 가는 허리와 눈빛과 같..

권지이 - 5. 소유는 남장한 적경홍을 만나고 계섬월과 재회하다

5. 소유는 남장한 적경홍을 만나고 계섬월과 재회하다 行十餘日至邯鄲之地, 有美少年 乘匹馬在前路矣, 仍前導僻易下立於路傍, 翰林望見曰 : “彼書生所騎者 必駿馬也!” 漸近則其少年美如衛玠, 嬌如潘岳 翰林曰 : “吾嘗周行兩京之間, 而男子之美者, 未見如彼少年者也, 其貌如此 其才可知.” 행십여일지한단지지 유미소년 승필마재전로의 잉전도벽이하립어로방 한림망견왈 피서생소기자 필준마야 점근즉기소년미여위개 교여반악 한림왈 오상주행양경지간 이남자지미자 미견여피소년자야 기모여차 기재가지 길을 떠난 지 십여 일만에 한단(邯鄲) 땅에 이르니, 미소년이 한 필의 말을 탄 채 앞길에 있다가 뒤이어 앞에서 이끄는 벽제(辟除) 소리를 듣고 말에서 내려 길가에 비켜섰다. 한림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이르기를, “저 서생이 탄 말이 필연 준마(駿..

권지이 - 4. 소유가 낙양에 돌아왔지만 계섬월은 사라져 볼 수 없었다

4. 소유가 낙양에 돌아왔지만 계섬월은 사라져 볼 수 없었다 至洛陽 舊日經過之跡 尙不改矣. 當時以十六歲藐然一書生, 着布衣跨蹇驢 搰搰棲棲行色艱關, 不啻如蘇秦十上之勞矣, 才過數年建玉節駈駟馬, 洛陽縣令奔走除道, 河南府尹匍匐導行, 光彩照耀於一路, 先聲震懾於諸州, 閭里聳觀行路咨嗟 豈不誠偉哉? 지락양 구일경과지적 상불개의 당시이십육세막연일서생 착포의과건려 골골서서행색간관 불시여소진십상지로의 재과수년건옥절구사마 낙양현령분주제도 하남부윤포복도행 광채조요어일로 선성진섭어제주 여리용관행로자차 기불성위재 행차가 낙양(洛陽)에 다다랐는데, 지난날 지나갔던 자취들은 아직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당시에는 십육 세의 막연한 한낱 서생으로서, 베옷을 걸치고 다리 저는 나귀에 걸터앉아 힘에 부치고 마음이 답답하여 행색이 구차하였었다...

권지이 - 3. 소유는 변방의 반란을 진압하려 가춘운을 두고 떠난다

3. 소유는 변방의 반란을 진압하려 가춘운을 두고 떠난다 楊翰林得第之後 卽入翰苑, 自縻職事 尙未歸覲, 方欲請暇 歸鄕省拜母親, 仍陪來京第 卽過婚禮, 而時國家多事. 吐蕃數侵掠邊境, 河北三節度或自稱燕王, 或自稱趙王 或自稱魏王, 連結强隣 稱兵交亂, 天子憂之 博謀於群臣 廣詢於廟堂 將欲出師致討, 大小臣僚言議矛盾, 皆懷姑息苟且之計. 양한림득제지후 즉입한원 자미직사 상미귀근 방욕청가 귀향성배모친 잉배래경제 즉과혼례 이시국가다사 토번삭침략변경 하북삼절도혹자칭연왕 혹자칭조왕 혹자칭위왕 연결강린 칭병교란 천자우지 박모어군신 광순어묘당 장욕출사치토 대소신료언의모순 개회고식구차지계 양한림이 과거에 급제한 후 곧 한원(翰苑)에 들어가, 벼슬에 매인 몸이 되어 아직 근친(覲親)을 못 하였다. 바야흐로 휴가를 청하여 고향으로 내려가..

권지이 - 2. 소유는 정분을 나눈 귀신이 가춘운임을 알게 되다

2. 소유는 정분을 나눈 귀신이 가춘운임을 알게 되다 具其首尾悉陳无餘仍曰 : “小婿固知十三兄之愛我, 而女娘雖曰鬼神, 莊而不誕 正而不邪, 決不貽禍於人, 小婿雖疲劣亦丈夫也, 不必爲鬼物所迷, 而鄭兄乃以不經之符, 斷其自來之路, 實不能旡介於中也.” 구기수미실진무여잉왈 소서고지십삼형지애아 이녀낭수왈귀신 장이불탄 정이불사 결불이화어인 소서수피렬역장부야 불필위귀물소미 이정형내이불경지부 단기자래지로 실불능기개어중야 전후 사실을 남김없이 모두 아뢰고 또 아뢰기를, “소서(小婿)는, 십삼 형이 나를 위하는 줄 이미 알고 있사옵니다. 여랑이 비록 귀신이라고 하나, 씩씩하고 속임이 없으며 바르고 요사스럽지 아니하니, 결단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옵니다, 소서가 비록 기운이 없고 용렬하나 또한 대장부인데, 반드시 귀물에..

권지이 - 1. 가춘운이 더는 소유를 찾지 않고 둘의 밀회는 발각되다

권지이 1. 가춘운이 더는 소유를 찾지 않고 둘의 밀회는 발각되다 翰林自遇仙女以來, 不尋朋友 不接賓客, 靜處花園 專心一慮, 夜至則待來 日出則待夜, 惟望使彼感激而美人不肯數來, 翰林念轉篤 而望益切矣. 久之兩人自花園挾門而來, 在前者卽鄭十三, 在後者生面也. 한림자우선녀이래 불심붕우 부접빈객 정처화원 전심일려 야지즉대래 일출즉대야 유망사피감격이미인불긍삭래 한림념전독 이망익절의 구지양인자화원협문이래 재전자즉정십삼 재후자생면야 한림이 선녀를 만난 이래 붕우도 찾지 아니하고, 손님도 맞는 일 없이 고요히 화원에서 지내면서 한 가지 생각에만 골몰할 뿐이었다. 밤이 되면 선녀가 오기를 기다리고, 날이 밝으면 밤을 기다리면서, 미인 스스로 감격하기를 바랐지만, 자주 올 기색이 없었다. 한림은 더욱더 두터워지고 기다림의 생각..

권지일 - 16. 소유는 가춘운이 귀신일지라도 정분을 이어가려 하다

16. 소유는 가춘운이 귀신일지라도 정분을 이어가려 하다 至數日 鄭生來謂翰林曰 : “向日因室人有疾, 不得與兄同遊 尙有恨矣. 卽今桃李雖盡, 城外長郊柳陰正好, 與兄常偸得半日之閑, 更辦一場之遊, 玩蝶舞 而聽鶯歌矣.” 翰林曰 : “綠陰芳草 亦勝花時矣.” 兩人共轡同行催出城門, 涉遠野擇茂林, 藉草而坐對酌數籌. 지수일 정생래위한림왈 향일인실인유질 부득여형동유 상유한의 즉금도리수진 성외장교류음정호 여형상투득반일지한 갱판일장지유 완접무 이청앵가의 한림왈 녹음방초 역승화시의 양인공비동행최출성문 섭원야택무림 자초이좌대작수주 여러 날이 지나자 정생이 와서 한림에게 이르기를, “지난날에는 안사람의 신병으로, 부득이 형과 더불어 함께 놀지 못하여 지금까지 남은 한이 있도다. 곧 이제 복숭아꽃, 자두꽃이 비록 다하였으나, 성 밖 ..

권지일 - 15. 소유가 꾀임에 빠져 가춘운과 정분을 나누다

15. 소유가 꾀임에 빠져 가춘운과 정분을 나누다 步隨流水轉入洞口, 幽澗冷冷 羣峯矗矗, 無一點飛塵 胸襟自覺蕭爽矣. 獨立溪上 徘徊吟哦矣, 丹桂一葉 飄水而下, 葉上有數行之書, 使書童拾取而見之, 有一句 詩曰 : “仙尨吠雲外 知是楊郞來” 보수류수전입동구 유간랭랭 군봉촉촉 무일점비진 흉금자각소상의 독립계상 배회음아의 단계일엽 표수이하 엽상유수행지서 사서동습취이견지 유일구 시왈 지시양랑래 선방폐운외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걸어서 동구로 돌아 들어가니, 은은한 산골물이 차갑고 여러 봉우리들이 우뚝 솟아서 날아다니는 티끌 한 점 없고, 흉금이 스스로 말쑥하고 시원스러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한림이 홀로 시내 위에 서서 배회하며 읊조리는데, 붉은 계수나무 이파리 하나가 물위에 떠내려 왔다. 이파리위에 여러 행의 글월이 있..

권지일 - 14. 적경홍이 소유와 가춘운이 맺어지도록 계책을 꾸미다

14. 적경홍이 소유와 가춘운이 맺어지도록 계책을 꾸미다 一日小姐偶過春雲寢房, 春雲方刺繡於錦鞋, 爲春陽所惱獨枕繡機而眠, 小姐因入房中細見繡線之妙, 歎其才品之妙矣. 機下有小紙寫數行書, 展見則卽咏鞋之詩也. 其詩曰 : 일일소저우과춘운침방 춘운방자수어금혜 위춘양소뇌독침수기이면 소저인입방중세견수선지묘 탄기재품지묘의 기하유소지사수행서 전견즉즉영혜지시야 기시왈 하루는 정소저가 우연히 춘운의 침방을 지나다가, 춘운이 바야흐로 비단신에 수를 놓다가, 봄볕에 몸이 노곤하여 수틀을 베고서 졸거늘, 소저가 방 안으로 들어가 수 놓는 솜씨를 자세히 보고는 그 재주의 신묘함에 탄식하였다. 수틀 아래에 여러 행의 글이 쓰여진 조그만 종이가 있기에 펼쳐 본즉, 곧 신을 읊은 글이었다. 시를 읽어 보니, 憐渠最得玉人親 연거최득옥인친 步..

권지일 - 13. 과거에 급제한 소유는 정경패와의 혼인을 허락받다

13. 과거에 급제한 소유는 정경패와의 혼인을 허락받다 一日小姐侍夫人而坐, 司徒自外而入持新出榜眼, 以授夫人曰 : “女兒婚事至今未定故, 欲擇佳郞於新榜之中矣, 聞壯元楊少遊淮南之人也, 時年十六歲且其科製人皆稱贊, 此必一代才子, 且聞其風儀俊秀 標致高爽, 將成大器 而時未娶妻, 若得此人 爲東床之客, 則於我心足矣.” 일일소저시부인이좌 사도자외이입지신출방안 이수부인왈 여아혼사지금미정고 욕택가랑어신방지중의 문장원양소유회남지인야 시년십육세차기과제인개칭찬 차필일대재자 차문기풍의준수 표치고상 장성대기 이시미취처 약득차인 위동상지객 즉어아심족의 하루는 소저가 부인을 모시고 앉아 있는데, 정사도가 밖에서 들어와 손에 든 새로 난 과거방(科擧榜)을 부인에게 주며 이르기를, “여아의 혼사를 지금까지 정하지 못한 까닭에, 새로 치른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