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구운몽 한문본

권지이 - 2. 소유는 정분을 나눈 귀신이 가춘운임을 알게 되다

New-Mountain(새뫼) 2020. 11. 2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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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유는 정분을 나눈 귀신이 가춘운임을 알게 되다

 

 

具其首尾悉陳无餘仍曰 : “小婿固知十三兄之愛我, 而女娘雖曰鬼神,

莊而不誕 正而不邪, 決不貽禍於人, 小婿雖疲劣亦丈夫也, 不必爲鬼物所迷,

而鄭兄乃以不經之符, 斷其自來之路, 實不能旡介於中也.”

구기수미실진무여잉왈 소서고지십삼형지애아 이녀낭수왈귀신

장이불탄 정이불사 결불이화어인 소서수피렬역장부야 불필위귀물소미

이정형내이불경지부 단기자래지로 실불능기개어중야

 

전후 사실을 남김없이 모두 아뢰고 또 아뢰기를,

“소서(小婿)는, 십삼 형이 나를 위하는 줄 이미 알고 있사옵니다. 여랑이 비록 귀신이라고 하나, 씩씩하고 속임이 없으며 바르고 요사스럽지 아니하니, 결단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옵니다, 소서가 비록 기운이 없고 용렬하나 또한 대장부인데, 반드시 귀물에게 홀릴 바가 아니옵니다. 다만 정형이 불경한 부적으로써 여랑의 오는 길을 끊었으니, 실로 마음에 걸리는 바 없지 않사옵니다.”

 

司徒擊掌大笑曰 : “楊郞文彩風流與宋玉同, 必已作神女賦也.

老夫非爲戱言於楊郞也, 少時偶値異人 果學少翁致鬼之術矣, 今當爲賢婿致張女娘之神,

以謝侄兒之罪, 以慰賢婿之心未知如何.”

翰林曰 : “此岳丈弄小婿也. 少翁雖能致李夫人之魂,

而此術之不傳也久矣, 小婿於岳丈之言不敢信也.”

사도격장대소왈 양랑문채풍류여송옥동 필이작신녀부야

노부비위희언어양랑야 소시우치이인 과학소옹치귀지술의 금당위현서치장녀낭지신

이사질아지죄 이위현서지심미지여하

한림왈 차악장롱소서야 소옹수능치이부인지혼

이차술지부전야구의 소서어악장지언불감신야

 

사도가 박장대소하며 이르기를,

“양랑의 글재주와 풍류가 송옥(宋玉)과 같으니, 필연 이미 신녀부(神女賦)를 지었으리라. 노부(老夫)가 양랑을 희롱하는 말이 아니라, 어릴 적에 우연히 비범한 사람을 만나서 마침내 소옹(少翁)의 귀신 부르는 술법을 배웠도다. 이제는 사위를 위하여 장여랑의 영혼을 불러들여 조카의 죄를 사죄케 하고, 어린 사위의 마음을 위로코자 하나, 그대의 생각이 어떠한지를 모르겠노라.”

한림이 아뢰기를,

“이는 악장 어른이 소서를 놀리시는 것이옵니다. 소옹이 비록 이 부인의 혼을 불러들였다 하나, 이 술법이 전해 오지 못한 지 오래되니, 소서는 악장 어른의 말씀을 감히 믿지 못하겠사옵니다.”

 

鄭生曰 : “張女娘之魂, 楊兄則不費一言而致之,

小弟則能以一符而逐之, 鬼中之可使者也 兄何疑乎?”

司徒乃以麈尾打屛風曰 : “張女娘安在?”

一女子忽自屛後而出, 含笑含嬌 立於夫人之後, 翰林一擧目 已知其張女娘也.

정생왈 장녀낭지혼 양형즉불비일언이치지

소제즉능이일부이축지 귀중지가사자야 형하의호

사도내이주미타병풍왈 장녀낭안재

일녀자홀자병후이출 함소함교 입어부인지후 한림일거목 이지기장녀낭야

 

정생이 이르기를,

“장여랑의 혼을 양형께서는 한마디의 말도 허비하지 아니하고 불렀으며, 소제는 그를 한 조각 부적으로 쫓아낼 수 있었으니, 귀신을 어지간히 부릴 수 있을 것이네. 형은 어찌 의심을 하시는가?”

사도가 총채로 병풍을 치며 이르기를,

“장여랑은 어디에 있느냐?”

하니, 한 여인가 홀연히 병풍 뒤로부터 나와 웃음을 띠고 교태를 머금은 채 부인의 뒤에 섰다. 한림이 한번 눈을 들어보고도 벌써 장여랑임을 알 수 있었다.

 

恍恍惚惚莫知端倪, 直視司徒及鄭生而問曰 : “此人耶鬼耶? 鬼何以能出於白晝耶?”

司徒及夫人啓齒而笑, 鄭生捧腹大噱顚仆不能起, 左右侍婢等已折腰矣.

황황홀홀막지단예 직시사도급정생이문왈 차인야귀야 귀하이능출어백주야

사도급부인계치이소 정생봉복대갹전부불능기 좌우시비등이절요의

 

어리둥절하여 일의 처음과 끝을 분간할 수 어려웠지만, 소유가 사도와 정생을 똑바로 보며 묻기를,

“이 여인은 사람이옵니까? 귀신이옵니까? 어찌 귀신이 밝은 대낮에 나올 수 있사옵니까?”

사도와 부인은 이를 드러내어 웃고, 정생은 배를 그러안고 껄껄 웃으며 엎어져서 넘어지고 일어나지를 못하였으며, 좌우의 시비들도 이미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였다.

 

司徒曰 : “老夫方爲賢婿吐其實矣. 此兒非鬼非仙, 卽吾家所育賈氏女子其名春雲,

近回楊郞塊處花園 喫盡苦況, 老夫送此美女 以侍賢郞, 欲以慰客中之無聊,

盖出於吾老夫妻好意, 而年少輩居間 用計戱謔太過, 遂使賢郞無端苦惱 不亦笑乎?”

사도왈 로부방위현서토기실의 차아비귀비선 즉오가소육가씨녀자기명춘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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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출어오로부처호의 이년소배거간 용계희학태과 수사현랑무단고뇌 불역소호

 

사도가 이르기를,

“노부가 바야흐로 어진 사위를 위하여 사실을 말하리라. 이 아이는 귀신도 아니고, 선녀도 아니며, 우리 집에서 자란 가씨(賈氏) 여자로 그의 이름은 춘운(春雲)이라. 근래에 양랑이 화원에서 고독하게 지내며 힘들게 지내는 정황을 보고, 노부가 이 미녀를 보내어 사위를 모시게 하고, 객지의 무료함을 위로케 한 것이라.

대개 우리 늙은 부처의 호의에서 나온 것이었노라. 나이 어린 것들이 꾀를 흥정하는 도중에 농지거리함이 너무 지나쳐서, 마침내 사위의 마음을 무단히 괴롭고도 번뇌케 했으니, 또한 우습지 않았는가?”

 

鄭生方止笑而言曰 : “前後再度之逢, 皆我所媒而不感媒妁之恩,

反以仇讐視之, 楊兄可謂負功亡德者也.”

정생방지소이언왈 전후재도지봉 개아소매이불감매작지은

반이구수시지 양형가위부공망덕자야

 

정생이 문득 웃음을 멈추고 이르기를,

“앞뒤로 다시 만남은 다 내가 소개한 때문인데, 중매를 한 은혜에는 감사치 아니하도다. 오히려 원수와 같이 여기니, 양형은 과연 공은 짊어지되 덕은 잊어버리는 사람이로다.”

 

翰林亦大笑曰 : “岳丈旣以此女 送於小弟, 鄭兄從中操弄而已, 何功之可賞?”

鄭生曰 : “操弄之責弟實甘心, 發蹤指示自有其人, 此豈獨爲小弟之罪哉?”

翰林向司徒而笑曰 : “苟有是也或者岳丈, 爲少婿作遊戱事也.”

司徒曰 : “否否! 老夫之髮已黃矣, 豈可作兒戱乎? 楊郞誤思也.”

한림역대소왈 악장기이차녀 송어소제 정형종중조롱이이 하공지가상

정생왈 조롱지책제실감심 발종지시자유기인 차기독위소제지죄재

한림향사도이소왈 구유시야혹자악장 위소서작유희사야

사도왈 부부 노부지발이황의 기가작아희호 양랑오사야

 

한림 또한 크게 웃으며 이르기를,

“악장께서 이미 이 여인을 소서에게 보내시는 것을, 정형이 중간에서 가로채어 조롱했거늘, 무슨 공으로 상을 받을 수 있겠나?”

정생이 답하기를,

“조롱한 책임은 아우가 참으로 달갑게 여기겠지만 그 계책을 꾸며 지시한 사람이 따로 있으니, 이 어찌 소제 혼자만의 죄라 하겠는가?”

한림이 사도를 향하여 웃으며 아뢰기를,

“진실로 이런 일이 있었다면 혹시 장인께서 소서를 위하여 장난삼아 놀리신 일이옵니까?”

사도가 이르기를,

“그럴 리가 있겠나. 노부의 머리털이 이미 노랗거늘, 어찌 어린애 장난을 하겠는가? 양랑이 잘못 생각하였도다.”

 

翰林顧鄭生曰 : “作俑而誰復爲此戱乎?”

鄭生曰 : “聖人有言 出乎爾者 反乎爾, 楊兄更思之, 曾以何計欺何許人乎?

男子尙化爲女子, 以俗人而爲仙 以仙子而爲鬼, 何足怪哉?”

한림고정생왈 작용이수부위차희호

정생왈 성인유언 출호이자 반호이 양형갱사지 증이하계기하허인호

남자상화위녀자 이속인이위선 이선자이위귀 하주괴재

 

한림이 정생을 돌아보며 이르기를,

“형이 꾸미지 않았으면 누가 이런 장난을 다시 하겠는가?”

정생이 답하기를,

“성인의 말씀에 너에게서 나간 자 너에게로 돌아온다고 하셨으니, 양형은 다시 생각해야 하네. 일찍이 어떤 계책으로써 누구를 속였었는가? 남자가 오히려 여자로 변하는 마당에 속인이 신선도 되고, 신선이 귀신도 됨이, 어찌 지나치게 괴이한 일이런가?”

 

翰林乃大覺笑向司徒曰 : “是哉! 是哉! 小婿曾有得罪於小姐之事矣, 小姐必不忘睚眦之怨也.”

司徒與夫人皆笑而不答.

翰林顧謂春雲曰 : “春娘汝固慧黠矣! 欲事其人 而先欺之, 其於婦女之道 何如耶?”

春雲跪而對曰 : “賤妾但聞將軍令 不聞天子詔也.”

한림내대각소향사도왈 시재 시재 소서증유득죄어소저지사의 소저필불망애자지원야

사도여부인개소이부답

한림고위춘운왈 춘랑여고혜할의 욕사기인 이선기지 기어부녀지도 하여야

춘운궤이대왈 천첩단문장군령 불문천자조야

 

한림이 이에 크게 깨닫고 웃으며, 사도에게 여쭈기를,

“옳사옵니다, 옳사옵니다. 소서가 일찍이 소저에게 죄를 지은 적이 있는데, 소저께서 필연 아주 작은 원망을 잊지 않았사옵니다.”

사도와 부인이 함께 웃고 대답하지 않았다.

한림이 춘운을 돌아보며 이르기를,

“춘랑아, 참으로 교활하구나. 사람을 섬기고자 하면서 그 사람을 먼저 기만하니 그것이 부녀자의 도리라 할 수 있겠는가?”

춘운이 무릎을 꿇고 답하기를,

“천첩이 다만 장군의 명령만 들었을 뿐, 천자의 조서(詔書)는 듣지 못하였사옵니다.”

 

翰林嗟歎曰 : “昔神女朝爲雲暮爲雨, 今春娘朝爲仙暮爲鬼,

雲與雨雖異一神女也, 仙與鬼雖變一春娘也, 襄王惟知一神女而已, 何與雲雨之數化,

今我亦知一春娘而已, 何論其仙鬼之至變乎?

然襄王見雲 則不曰雲 而曰神女, 見雨 則不曰雨 而曰神女,

今我遇仙 則不曰春娘 而曰仙, 遇鬼 則不曰春娘 而曰鬼,

是我不及於襄王遠矣, 春娘之變化 非神女所及也.

吾聞强將無弱卒, 其裨將若此, 其大將不待親見 而可知也!”

한림차탄왈 석신녀조위운모위우 금춘랑조위선모위귀

운여우수리일신녀야 선여귀수변일춘랑야 양왕유지일신녀이이 하여운우지삭화

금아역지일춘랑이이 하론기선귀지지변호

연양왕견운 즉불왈운 이왈신녀 견우 즉불왈우 이왈신녀

금아우선 즉불왈춘랑 이왈선 우귀 즉불왈춘랑 이왈귀

시아불급어양왕원의 춘랑지변화 비신녀소급야

오문강장무약졸 기비장약차 기대장부대친견 이가지야

 

한림이 탄식하고 이르기를,

“옛날 신녀(神女)는 아침에 구름이 되고 저녁에 비가 되었더니, 이제 춘랑은 아침엔 선녀가 되고 저녁에 귀신이 되었구나. 구름과 비가 비록 다르다 하나 한 신녀요, 신녀와 귀신이 비록 분별 되긴 하나 한 춘랑이라. 양왕(襄王)은 오직 한 신녀만을 알았을 뿐 구름과 비가 자주 변화함을 어찌 따져 생각하였겠지만, 이제 나는 한 춘랑만을 알 뿐으로 그가 선녀와 귀신으로 바꾸어 변함을 어찌 의논하겠는가?

그러나 양왕은 구름을 보고서 구름이라 하지 않고 신녀라 했으며, 비를 보고서도 비라 하지 않고 신녀라 했도다. 지금 나는 신선을 만나고서도 춘랑이라 하지 않고 신선이라 했으며, 귀신을 만나고서도 춘랑이라 하지 않고 귀신이라 했으니, 이는 내가 양왕에게 까마득히 미치지 못함이요, 춘랑의 변화는 신녀가 미치지 못할 바로구나.

나는 강한 장수에게 약한 병졸이 없다고 들었지만, 그 비장(裨將)이 이와 같으니, 그의 대장은 가까이 대해 보지 아니하여도 지략이 많음을 알 수 있겠노라.”

 

座中皆大笑 更進酒肴, 終夕大醉, 春雲亦以新人與於末席, 至夜春雲執燭 陪翰林至花園,

翰林醉甚 把春雲之手 而戱之曰 : “汝眞仙乎眞鬼乎?”

仍就視之曰 : “非仙也 非鬼也 乃人也. 吾仙亦愛之 鬼亦愛之 况人乎?”

좌중개대소 갱진주효 종석대취 춘운역이신인여어말석 지야춘운집촉 배한림지화원

한림취심 파춘운지수 이희지왈 여진선호진귀호

잉취시지왈 비선야 비귀야 내인야 오선역애지 귀역애지 황인호

 

좌중이 모두 크게 웃고 다시 술과 안주를 내어와 종일토록 마셔 크게 취하였다. 춘운이 또한 새 사람으로 말석에 참석하였다가, 밤이 이슥하여 춘운이 촛불을 잡고 한림을 모셔 화원에 이르니, 한림이 무척 취하여 춘운의 손을 잡고 희롱하여 이르기를,

“너는 참말로 선녀냐, 참말로 귀신이냐?”

거듭 다가가서 찬찬히 보며 이르기를,

“선녀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며 사람이로구나. 내 선녀도 또한 사랑했고 귀신도 사랑했거늘,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랴?”

 

又曰 : “仙亦非汝也 鬼亦非汝也. 或使汝而爲仙 或使汝而爲鬼者,

亦眞有爲仙爲鬼之術, 而以楊翰林爲俗客 而不欲相從耶, 以花園爲陽界 而不欲相訪耶.

人能使汝爲仙爲鬼, 而我獨不能使汝而變化乎?

使汝而欲爲仙也, 其將爲月殿之姮娥, 使汝而爲鬼也 抑將爲南岳之眞人乎?”

우왈 선역비여야 귀역비여야 혹사여이위선 혹사여이위귀자

역진유위선위귀지술 이이양한림위속객 이불욕상종야 이화원위양계 이불욕상방야

인능사여위선위귀 이아독불능사여이변화호

사여이욕위선야 기장위월전지항아 사여이위귀야 억장위남악지진인호

 

또 이르기를,

“선녀도 또한 네가 아니고, 귀신도 또한 네가 아니로다. 혹은 너를 선녀가 되게 하고 혹은 네가 귀신이 되게 한 자는, 또한 참말로 신선도 되고 귀신도 되는 술책을 지니고 있도다. 양한림으로서는 속세의 손님이 되어 서로 좇지 않으려 할 것이고, 화원은 밝은 세상이 되어 서로 찾지 않으려 할 것이로다.

사람이 너를 선녀도 되게 하고 귀신도 될 수 있게 하는데, 나 혼자만이 너를 바뀌게 할 수 없다는 말이냐? 너로 하여금 선녀가 되게 하고 싶은데, 장차 월전(月殿)의 항아(姮娥)가 되겠느냐? 네가 귀신이 되지 않는다면, 장차 남악(南岳)의 진인(眞人)이 되겠느냐?”

 

春雲對曰 : “賤妾僭越 實多欺罔之罪, 惟相公寬假之.”

翰林曰 : “當汝之變化爲鬼 亦不以爲忌, 到今豈有追咎之心乎?”

春雲起而謝之.

춘운대왈 천첩참월 실다기망지죄 유상공과가지

한림왈 당여지변화위귀 역불이위기 도금기유추구지심호

춘운기이사지

 

춘운이 답하기를,

“천첩이 외람된 일을 저질러 실로 상공을 속인 죄가 많사오니, 오직 상공의 너그러움만을 비올 뿐이옵니다.”

한림이 이르기를,

“사실 네가 변화하여 귀신이 되어도 또한 꺼리지 아니하였을 텐데, 지금에 이르러 어찌 허물을 탓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겠느냐?”

춘운이 일어나 한림에게 사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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