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구운몽 한문본

권지이 - 6. 계섬월이 청하여 소유와 적경홍은 정분을 맺다

New-Mountain(새뫼) 2020. 11. 2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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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계섬월이 청하여 소유와 적경홍은 정분을 맺다

 

 

至微明始覺, 則蟾月方對粧鏡 調鉛紅矣, 瀉情留目 心忽驚悟 更見之.

則翠眉明眸 雲鬢花瞼 柳腰之勺約, 雪膚之皎潔皆蟾月, 而細審之 則非也.

翰林驚愕疑惑而亦不敢詰焉.

翰林細繹深推, 知非蟾月而後乃問曰 : “美人何如人也?”

지미명시각 즉섬월방대장경 조연홍의 사정류목 심홀경오 갱견지

즉취미명모 운빈화검 유요지작약 설부지교결개섬월 이세심지 즉비야

한림경악의혹이역불감힐언

한림세역심추 지비섬월이후내문왈 미인하여인야

 

날이 샐 무렵에 이르자 비로소 잠을 깨었는데, 섬월이 바야흐로 경대 앞에 앉아 단장을 새로 하기에, 걱정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깜짝 놀라 다시 보았다. 곧 푸른 눈썹과 맑고 아름다운 눈동자며, 구름 같은 살쩍과 꽃 같은 뺨이며, 버들같이 가는 허리와 눈빛과 같이 깨끗한 살결이 섬월과 비교되어, 자세히 살펴보니 섬월이 아니었다.

한림이 놀라서 충격을 받고 마음에 의혹이 가지만 또한 감히 따지고 묻지를 못하였다. 한림이 미인을 자세히 헤아리고 깊이 생각하여, 섬월이 아님을 안 후에 묻기를,

“미인은 어떤 사람이오?”

 

對曰 : “妾本播州人 姓名狄驚鴻也. 自幼時與蟾娘結爲兄弟, 昨夜蟾娘謂妾曰

‘吾適有病 不得侍相公矣, 汝湏代我之身 俾免相公之責’, 以此妾敢替桂娘猥陪相公矣.”

言未畢 蟾月開戶而入曰 :

“相公又得新人妾敢獻賀矣. 賤妾曾以河北狄驚鴻薦於相公, 賤妾之言 果何如?”

대왈 첩본파주인 성명적경홍야 자유시여섬랑결위형제 작야섬랑위첩왈

오적유병 부득시상공의 여수대아지신 비면상공지책 이차첩감체계랑외배상공의

언미필 섬월개호이입왈

상공우득신인첩감헌하의 천첩증이하북적경홍천어상공 천첩지언 과하여

 

미인이 답하기를,

“첩은 본래 파주(播州) 사람이오며, 성명은 적경홍(狄驚鴻)이옵니다. 어렸을 때부터 섬랑과 형제를 맺었었는데, 어젯밤에 섬랑이 첩에게 부탁하기를, ‘내가 마침 병이 들어 상공을 모시지 못하니, 네가 반드시 내 몸을 대신하여 상공의 꾸짖음을 면케 해 달라.’ 하기에, 감히 첩이 계랑을 대신하여 외람되게 상공을 모셨나이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섬월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아뢰기를,

“상공께서 또 새 사람을 얻었으니 첩은 감히 축하드리옵니다. 천첩이 일찍이 하북의 적경홍을 상공께 천거했사온데, 천첩의 말이 어떻사옵니까?”

 

翰林曰 : “見面大勝於聞名.”

更察驚鴻儀形, 則與狄生無毫髮異矣,

乃言曰 : “原來狄生是鴻娘之同氣也. 男女雖異 容貌卽同, 狄娘爲狄生之妹乎?

狄生爲狄娘之兄乎? 我昨日得罪於狄兄矣, 狄兄今何在乎?”

한림왈 견면대승어문명

갱찰경홍의형 즉여적생무호발이의

내언왈 원래적생시홍랑지동기야 남녀수이 용모즉동 적랑위적생지매호

적생위적랑지형호 아작일득죄어적형의 적형금하재호

 

한림이 이르기를,

“얼굴을 보니 이름을 듣던 것보다 훨씬 낫도다.”

다시 경홍의 태도와 모습을 살펴보니 적생과 털끝만치도 다르지 않았다.

다시 이르기를,

“원래 적생이 홍랑(鴻娘)와 동기인 듯하네. 남자와 여자는 비록 다른 점이 있긴 하나, 용모가 똑같으니 적랑이 적생의 누이가 되는가? 적랑이 적생의 형이 되는가? 내가 어제 적형(狄兄)에게 죄를 지었는데, 적형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驚鴻曰 : “賤妾本無兄弟矣.”

翰林又細見 大悟笑曰 : “邯鄲道上 從我而來者 本狄娘也,

昨日墻隅 與桂娘語者 亦鴻娘也, 未知鴻娘以男服瞞我何也.”

경홍왈 천첩본무형제의

한림우세견 대오소왈 한단도상 종아이래자 본적랑야

작일장우 여계랑어자 역홍랑야 미지홍랑이남복만아하야

 

경홍이 답하기를,

“천첩은 본래 형제가 없나이다.”

한림이 또 자세히 살펴보고

확연히 깨닫는 바가 있어 웃으며 이르기를,

“한단(邯鄲)의 길 위에서 나를 따라온 자 본래 적랑이고, 어제 담 옆에서 계랑과 얘기를 나눈 자 또한 홍랑이라. 홍랑이 남복을 하고 나를 무슨 까닭으로 속였는지 알지 못하겠노라.”

 

驚鴻對曰 : “賤妾何敢欺罔相公乎? 賤妾雖貌不逾人 才不如人, 平生願從君子人矣.

燕王過聞妾名 睹以明珠一斛, 貯之宮中 雖口飫珍味, 身厭錦繡 非妾之願也.

頃日燕王邀相公開大宴也, 妾穴窓紗而見之, 則是賤妾所願從者也.

然宮門九重 何以能越, 長程萬里 何以自致?

경홍대왈 천첩하감기망상공호 천첩수모불유인 재불여인 평생원종군자인의

연왕과문첩명 도이명주일곡 저지궁중 수구어진미 신염금수 비첩지원야

경일연왕요상공개대연야 첩혈창사이견지 즉시천첩소원종자야

연궁문구중 하이능월 장정만리 하이자치

 

경홍이 답하기를,

“천첩이 어찌 감히 상공을 속이겠사옵니까? 천첩이 비록 얼굴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지도 못하고 재주도 다른 사람만 못하오나, 평생에 대인 군자 된 자 따르기를 바랬사옵니다. 하지만 연왕(燕王)이 첩의 이름을 지나치게 듣고, 명주 한 섬으로 첩을 사서 궁중에 두니, 비록 입으로는 진기한 음식을 싫도록 먹고, 몸에는 비단을 싫을 정도로 걸쳤으나, 이는 첩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나이다.

지난날 연왕이 상공을 맞아들여 큰 잔치를 베풀 제, 첩이 창틈으로 상공을 보았는데 이는 천첩이 따르길 바랐던 대상이었사옵니다. 그러나 궁궐 문이 아홉 겹이니 어찌 뛰어넘을 수 있으며, 길이 만 리이니 어찌 스스로 상공께 다다를 수 있었겠사옵니까?

 

百爾思度 僅得一計. 而相公離燕之日, 妾若抽身而從之, 則燕王必使人追躡故,

待相公啓程後十日, 偸騎燕王千里馬, 第二日追及於邯鄲, 及拜相公宜告實狀,

恐煩耳目不敢開口, 欺隱之責 實難逃也.

前日之着男子巾服者, 欲避追者之物色, 昨夜之效唐姬古事者, 盖循桂娘之情懇也,

前後之罪雖有可恕, 而惶恐之心久益切矣.

백이사도 근득일계 이상공리연지일 첩약추신이종지 즉연왕필사인추섭고

대상공계정후십일 투기연왕천리마 제이일추급어한단 급배상공의고실상

공번이목불감개구 기은지책 실난도야

전일지착남자건복자 욕피추자지물색 작야지효당희고사자 개순계랑지정간야

전후지죄수유가서 이황공지심구익절의

 

이리저리 곰곰이 생각하여 가까스로 한 가지 계책을 얻었사옵니다. 상공이 연나라를 떠나시는 날, 이 몸을 빼내 상공을 따른다면, 연왕이 꼭 사람을 보내어 뒤쫓을 터였사옵이다. 그리하여 상공이 떠나는 길에 오른 지 열흘 뒤에, 연왕의 천리마(千里馬)를 몰래 훔쳐 타고, 이틀 만에 한단 땅에 이르러, 상공을 뵈올 적에 마땅히 실상을 고하려 하였나이다. 하지만 번잡한 이목이 두려워서 감히 입을 열지 못하였으니, 상공을 속이고 사실을 숨긴 책임은 실로 면하기 어렵겠사옵니다.

전날에 남자의 건복(巾服)을 입은 것은, 뒤쫓는 자를 피하고자 한 사정이었고, 어젯밤에 당희(唐姬)의 옛일을 본받은 것은 무릇 계랑의 정어린 간청에 따른 것이옵니다. 전후의 죄를 비록 용서 하실지라도, 황공한 마음은 오래도록 잊지 못하겠나이다.

 

相公若不錄其過, 不嫌其陋而假喬木之蔭, 借一枝之巢,

則妾當與蟾娘 同其去就, 待相公有室之後, 與蟾娘進賀於門下矣.”

상공약불록기과 불혐기루이가교목지음 차일지지소

즉첩당여섬랑 동기거취 대상공유실지후 여섬랑진하어문하의

 

상공이 만일 그 허물을 따지지 않으시고, 그 비루함을 꺼려 하지 않으시며, 교목(喬木)에 그늘을 빌려주시어 한 가지에 깃들도록 허락하신다면, 첩은 마땅히 섬랑과 그 거취를 함께 하여 상공이 부인을 맞이하신 후에, 섬랑과 함께 문하에 나아가 하례하겠나이다.”

 

翰林曰 : “鴻娘高義 雖楊家執拂之妓 不敢跂也, 我愧無李衛公將相之才而已. 欲相好 豈有量哉?”

鴻娘亦謝之蟾月曰 : “鴻娘旣代妾身以侍相公, 妾亦當代鴻娘 而謝於相公矣.”

仍起拜僕僕.

是日翰林與兩人經夜, 明朝將行謂兩人曰 : “道路多煩不得同車, 將待立家 卽相迎矣.”

한림왈 홍랑고의 수양가집불지기 불감기야 아괴무이위공장상지재이이 욕상호 기유량재

홍랑역사지섬월왈 홍랑기대첩신이시상공 첩역당대홍랑 이사어상공의

잉기배복복

시일한림여양인경야 명조장행위양인왈 도로다번부득동거 장대립가 즉상영의

 

한림이 이르기를,

“홍랑의 높은 의기는 비록 양가(楊家)의 집불기생(執拂妓生)이라도 감히 따르지 못하겠거늘, 내 이위공(李衛公)과 같은 장수나 재상이 될 만한 재질이 없음을 부끄러워할 뿐이라. 서로 좋도록 지내고자 하니, 어찌 내가 꺼리는 바가 있겠는가?”

홍랑이 또한 그 말에 감사를 표하니, 섬월이 아뢰기를,

“홍랑이 이미 첩의 몸을 대신하여 상공을 모셨으니, 첩 또한 마땅히 홍랑을 대신하여 상공께 사례드리옵니다.”

이어 일어나서 꾸벅꾸벅 절하였다.

이날 한림이 두 미인과 더불어 밤을 지내고, 다음 날 아침에 장차 길을 떠나려 할 때, 두 낭자에게 이르기를,

“길거리의 많은 사람의 이목이 번거로워 함께 수레에 오르지는 못하나, 장차 혼례를 치른 후에 곧 서로 만나도록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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