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산, 국어선생으로 살기

시는 읽지 않으며 시를 쓰고 싶어하는 충동 그런 삶으로 시를 적어두고 행여 누가 볼까 얼른 치워버리는 그런 모습으로 행여 누가 읽어주길 바라며 슬쩍 열어두는 그런 삶이

길게 담배 연기를 뿜어내고 늦은 귀가길 누구에게 물었을까 우리가 사람이라면 어디로 어디로 가야 하는 거요 버스 정류장 한 쪽 구석에서 지금 서 있는 곳으로 긴긴 여정의 모든 기록들이 몇 줄 시처럼 쓰여질 수 있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리워하다가 문득 버스 차창에 비추어 보는 헝..

비만 온다고 했다. 하늘에서 또 땅에서도 오로지 비만 온다고 그리고 쏟아지는 빗속에 가끔 얼굴이 지나쳐버린 수백, 수천의 존재들은 너무도 쉽게 잊혀져 버리고 비에 대해서 그 전과 그 후와 또는 벌어질지 아닐지도 모를 그 다음 다음에 대해서 사람들은 TV만 본다 쾡한 시선으로 나 역..

‘햇볕에 두 시간 이상 노출되면 화상을 입을 수가 있습니다‘ - 뉴스 중에서 따라서 칩거한다 잠시 눈치보다 다시 꼬옥꼬옥 숨어버린다 따라서 스며드는 무관심과 무책임과 삶에 대한 흥미 없음 ‘햇볕을 두 시간 이상 쪼이지 않으면 심한 화병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뉴스에서 빠진 ..

여름 끈끈하게 감겨오는 인연같은 거. 다들 알맞은 보금자리를 찾아보지만 찾다찾다 주저 앉아버리는 피곤함 같은 거. 애서 피해버리려 돌아가다 문득 마주치는 거.

빈 집 두르려도 열리지 않는 그 긴 적막 속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헛된 사간, 의미 없는 발자취 돌아가야 할 사람도 다시금 나타나야 할 사람도 없는 한 자락의 끝에서 어둑한 하늘에 몇 자 적다 빈집, 어디나 빈집 누구에게나 빈집 같은 것 두드려도 열리지 않을 것 같은 벌써 짙어가는 ..

정치 시장이 망친 인천을 경제 시장을 뽑아 살립시다. 살립시다. 기호는 1번 우리는 모두 죄인이니 예수 말미암지 않고는 천국에 가지 못할 지니 예수를 믿으시오 천국이 가까웠노라 회개하라 우리는 묵묵히 듣는 자일 뿐이다. 묵묵히 교사 봉급도 깎였습니까? 그렇죠 얼마나요? …… 이..

하늘을 보지 마라 낮게 낮게 낮은 곳으로 흐르는 세상을 볼 것이다. 씻을듯 지뿌리는 오늘도 비.

광야 나는 그 곳에 서 있지 않다. 그리하여 다시 나는 그 곳에 서 있다. 바람도 불지 않는 곳에서 새소리 물소리도 흐르지 않는 곳에서 인적도 없는 그 곳에서 나는 서 있고 싶다. 나는 그 곳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리하여 다시 나는 그 곳에서 마냥 외쳐본다. 사람이여, 땅이여, 환한..

비벼끄는 대신 지하철 공사장에 툭 꽁초를 튕겨버리는 것으로 오늘 하루를 다 살았다. 내리는 어둠 속에 묻혀 터벅 겨운 발걸음이여 그래도 가야 할 곳이 있음에 먼 하늘 한 곳을 보며 감사하고 겁나게 지나치는 자동차 불빛 사이로 혹 가야 할 곳을 잊지 않을까 조심한다 일상의 단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