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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꾸벅 절하고
고인과 나와의 관계를 짐작해도
여전히 처음 보는 사람이다.
그래도 두 손 모으고
삼가 명복을 빕니다.
삼가
해는 아직도 중천인데
오락가락, 술 한 잔 먹지 않고
돌아오는 길
괜한 눈물만 난다.
저이가 내게 무슨 은혜를 베풀었기에
그러나 누군 죽고 누군 남아
어두워지는 저녁길
흐느적이며 길을 서두른다.
이런 날은 채이는 돌부리도 없어
맨 땅 지친 듯이 터턷이며
피로, 고단한 피로
소주 한병 시켜 놓고
홀짝거리며 되돌려보는 하루
누구였던가, 시진 속 주인공은
아니야, 아니야
내가 오늘 어디 다녀왔던가 아닌가부터
다시 물어야 할 판
흩어진 내 자취는
어디쯤 떠돌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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