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오정민 “요즘 많이 바쁘다면서?” 퇴근길 다들 뿔뿔이 흩어졌다. 오피스텔의 비밀번호를 누르면 적막함이 어둠에 잠겨 나를 거역할 뿐이다. 근처 식당에서 요기라도 하고 들어올까 하다가, 김밥집을 들러 오피스텔로 그냥 왔다. 식당에서 혼자 먹는 밥에 대한 서먹함은 이미 버린 지 오래다. 다만 식사를 주문하고 기다릴 때까지의 시간이 불편하고 성가실 뿐이다. 보통 식당에서 가장 많은 대화가 이루어지는 그 시간. 일없이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기도 민망하다. 그래서 달랑달랑 김밥 한 줄을 검은 봉지에 담아 왔다. 혼자 생활하는 오랜 습관이다. 식탁은 이미 책들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온기 없는 침대 위에 걸터앉는다. 오피스텔에서 가장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구로 결혼할 때 산 더블 침대이다. 혼자인 지금,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