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소설; 신기정을 찾아서 36

4. 축제팀장 민수연

4. 축제팀장 민수연 “기획관도 참 유별나네요. 볼 일 있으면 조용히 선배에게나 메시지를 보내던지 인터폰을 하지, 팀원 모두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건, 참.” 털썩 자리에 앉자마자 옆자리의 팀장이 고개도 들지 않고 말을 던진다. 목소리의 톤이 낮고 허스키하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그리 화려한 옷차림도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세련되었다. 지역축제팀의 민수연 팀장. 원래 군청 소속이 아니다. 아니 아예 공무원이 아니다. 서울의 A기획사 소속인데, 호박 축제를 위해 촉탁직으로 부임해 왔다. 내가 민 팀장에 대해 아는 것은 거기까지다. 군청과 어떻게 계약을 맺었는지, 학교는 어디를 어디까지 나왔는지, 기혼인지 미혼인지도 모른다. 2시간 거리의 J시에서 서운군까지 매일 출퇴근하고 있다는데, J시의 어디에 거주하는지도 ..

3. 군수 석동열

3. 군수 석동열 “군수님, 문화관광과 김영태 주무관 올라왔습니다.” 101호 안쪽에 군수만을 위한 공간이 열려 있다. 커다란 책상이 위압적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번쩍이는 응접세트가 권력을 과시한다. 한쪽 벽 책장 몇 개에는 이런저런 기관의 연감들만 꽂혀 있지만, 아직 빈 곳이 많아 군수의 임기가 시작된 지 오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그리고 101호의 대부분 공간은 비어 있다. 단 한 사람이 근무하는 공간으로는 너무 넓다고 생각한다. 평수에 대한 감각이 워낙 떨어져서 이곳의 넓이가 어떤 숫자로 계산될지 얼른 가늠할 수 없다. 얼핏 따져 보면 예전에 근무하던 축산지원과 사무실의 두 배쯤이거나, 지금 근무하고 있는 문화관광과 사무실의 한 배 반쯤의 크기일까. 또는 군청과 버스터미널의 중간쯤에 있는, 서..

2. 기획관 박민구

2. 기획관 박민구 공간이 낯설다. 같은 군청 건물 안이기에 여기가 내가 근무하는 2층과 다를 것도 없다. 하지만 다르다. 군청의 모든 사무실의 호수는 위치한 층의 숫자로 시작한다. 문화관광과는 2층에 있으니까, 211호이다. 하지만 여기는 예외다. 5층인데도 101호이다. 이 5층 101호 앞에 서서, 스스로 작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잠시 심호흡. 주위를 둘러보며 이렇게 위축을 강요받게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햇빛을 다 쓸어 담을 듯이 복도 쪽을 뚫어버린 통 창문. 군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동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5층의 외딴 공간. 그리고 내 앞에는 어느 쪽이 열리고 어느 쪽은 닫혀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원목으로 된 육중한 쌍여닫이문. 공무원이 밟기에는 왠지 송구스러운 발아래 ..

책머리의 부록과 차례

신기정을 찾아서 신 영 산 지음 1. 프롤로그 1 2. 기획관 박민구 3 3. 군수 석동열 6 4. 축제팀장 민수연 9 5. 밥집 할미 13 6. 기획관 박민구 16 7. 축제팀장 민수연 20 8. 축제팀 손상섭 23 9. J대 교수 정일영 27 10. 딸 김민서 31 11. 산중처사 34 12. 내룡리 이장 38 13. 축제팀 송미영 41 14. 축제팀 손상섭 44 15. 문화원장 최현 48 16. 교사 심우식 51 17. 문화관광과장 한혁수 55 18. 남태전통건축 대표 원만호 60 19. 축제팀 천승남 64 20. J대 교수 정일영 68 21. 전임 군수 이석우 72 22. 가사연구원 연구사 주신호 77 23. 김영태 80 24. 오정민 84 25. 산중처자 87 26. 축제팀 현경숙..

시놉시스

소설 : 신기정을 찾아서 신 영 산 지음 이 소설은 서운군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김영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김영태는 이혼남으로 본래 축산과 소속이었지만, 문화관광과로 파견 나와 지역축제팀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어느 날 군수실에서 새로운 업무를 받는다. 군에서 ‘신기정가’라는 가사가 발굴되었는데, 그 가사의 배경이 되는 ‘신기정’이라는 정자가 세워졌던 곳을 찾아, 그 자리에다가 정자와 가사비를 세워 호박 축제의 프로그램으로 더하라는 것이다. 김영태는 자료의 부족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대학 시절의 공부와 군청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정자가 세워졌던 위치를 찾아 나서지만, 별로 큰 소득을 얻어 내지 못한다. 축제일을 다가오지만, 김영태나 축제팀 팀원들은 축제 준비와 정자 건립에 많은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