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 372

경진년(1640) - 4월

사월 작은달 임자 초하루 축이와 애남이가 강릉으로 갔다. 영감께서 새벽에 대궐에 들어가 다녀오셨다. 4월 2일 맑았다. 동궁께서 다시 청나라로 들어가시니 우리 마음도 이러한데 주상의 마음이야 어떠하시랴. 어찌 시절이 변하여 이렇게 되었는가? 이렇게 애달고 서러운 일이 없다. 연양군 부인이 여산으로 가시니 가 보고 왔다. 어제 홍명일 댁에서 심양으로 사람이 간다고 와보고 가시니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마음이 그지없이 울적하였다. 어두워질 무렵에 죽산댁이 내려왔다가 닭이 네 홰를 울 때에 가시니 내 기운이 서러웠다. 4월 3일 저물도록 누워서 편치 않게 지냈다. 어제 어두울 때쯤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 오늘 온종일 큰비가 왔다. 영감께서는 어제 나가셔서 벽제에 가 주무신다. 4월 4일 아침에 흐리다가 늦게 ..

경진년(1640) - 3월

삼월 큰달 경진 임오 초하루 밤부터 큰비가 왔다. 3월 2일 흐리고 바람이 불었다. 3월 3일 맑고 바람이 불었다. 영감께서 형조에 좌기하신 후에 동문 밖에 가 다녀오셨다. 다례를 지냈다. 사곡 상자가 왔다. 3월 4일 맑았다. 삼개의 논을 갈았다. 3월 5일 맑았다. 벽제에 나가셨다. 금산 오라버님이 와서 다녀가셨다. 논에 씨 아홉 말을 삶으러 갔다. 3월 6일 종일 흐리더니 저녁때에 비가 뿌렸다. 3월 7일 바람이 불고 맑았다. 동궁 전하께서 사시에 들어오신다고 한다. 온 조정의 신하와 백성들이 다 즐거우니 아주 계셨으면 한다. 저녁때에 남참봉이 왔다. 3월 8일 맑았다. 대궐에 새벽 문안하셨다. 3월 9일 맑았다. 아침 드신 후에 청배에 가시더니 약주를 잡수시고 들어오셨다. 저녁때에 치자 바꾼 일들..

경진년(1640) - 2월

이월 큰달 기묘 임자 초하루 종일 바람과 눈이 어지럽다. 2월 2일 흐렸다. 배오개에 가셔서 취하여 오셨다. 2월 3일 맑았다. 유참의 댁의 성복제에 가셨다가 오시니, 한원부원군과 모든 어른 손님네들 네 분이 와 계셔서, 더러는 한 잔씩 더러는 두 잔씩 잡수셨다. 오후에 병조판서 댁에서 강화유수가 와 계신다고 하셔서, 거기 가셔서 약주 한 병 가져다 잡수셨다. 어두워질 무렵에 사곡 상자가 왔다. 어제 문밖의 조카들이 갔다. 2월 4일 맑았다. 뜸을 뜨셨다. 2월 5,6일 맑았다. 감찰이 들어왔다. 침을 맞으셨다. 2월 7일 종일 비가 왔다. 마전댁 딸이 보리를 갈았다. 오늘 정사에서 영감께서 창우의 감역에 임명되시니 만만 기뻐하다. 병판이 다녀가셨다. 술을 한 잔 잡수셨다. 사곡 상자가 갔다. 중소가 영..

경진년(1640) - 윤1월

윤정월 작은달 계미 초하루 맑았다. 사곡 참봉과 감찰 형제가 왔다. 요사이는 꿈자리가 번잡하다. 매양 매 맞고 죽으신 동생님네, 사촌님네 늘 모여 보이시니 반갑다. 윤1월 2일 흐렸다. 기운이 매양 고르지 않으니 민망하다. 박황 참판과 다른 손님 세 분이 약주를 잡수셨다. 윤1월 3일 맑았다. 선산 영감이 다녀갔다. 늦게 바람이 불고 눈이 왔다. 사곡 상자가 새벽에 왔다. 꿈자리가 번잡하다. 큰 물가에 물빛이 푸른데 그 가에 가서 말을 먹이고 자는 것으로 보이니 모를 일이다. 윤1월 4,5일 맑았다. 둘째 아들을 얻으셨는데도 영감께서 가지 못하시니 민망하다. 채별좌와 허진사가 다들 집에서 식사하였다. 윤1월 5,6일 맑았다. 사곡 상자가 갔다. 윤1월 7일 맑았다. 나생원댁이 오시니 반갑기 그지없다. 경..

경진년(1640) - 1월

정월 큰달 무인 계축 초하루 흐렸다. 대궐에 새벽 문안하셨다. 1월 2,3,4일 맑았다. 어수선하여 기록하지 못한다. 감찰댁이 들어왔다. 이찰방이 오셨다. 영감께 형조판서가 내려졌다. 1월 5일 주상의 은혜에 감사하며 절을 올렸다. 감찰댁이 나가셨다. 모든 손님네들이 계속하여 오시니 다들 약주 잡숫고 취하셨다. 1월 6일 맑고 따뜻하였다. 1월 7일 흐렸다. 새벽에 목강릉의 대상이라 가 다녀오셨다. 내의원의 제조를 그만두게 하시고 형조판서를 시키시니, 주상의 뜻이 어떠하신지 생각하고 영감이 우셨다. 이찰방과 손님네들 또 약주 잡수셨다. 1월 8일 종일 바람이 불고 눈이 왔다. 신찰방, 이찰방이 다 집에서 식사하였다. 손님네들이 약주 잡수셨다. 1월 9일 맑았다. 형조에 좌기하셨다. 이찰방이 광주로 나가셨..

기묘년(1639) - 12월

십이월 큰달 정축 계미 초하루 맑았다. 대기를 지냈다. 유석창이 와서 제사에 참례하였다. 오후에 연양군과 병조참판이 오셔서 술을 석 잔씩 잡수셨다. 12월 2일 맑았다. 정양윤과 조풍덕이 와서 다 취하여 가셨다. 12월 3일 흐렸다가 오후에는 가끔 맑았다. 대궐에 새벽에 문안하셨다. 12월 4일 몹시 추웠다. 새벽에 문안하셨다. 12월 5일 흐리고 눈이 왔다. 새벽에 문안하셨다. 12월 6일 눈이 오고 추웠다. 새벽에 문안하셨다. 12월 7일 맑고 추웠다. 새벽에 문안하셨다. 12월 8일 흐리고 추웠다. 새벽에 문안하신 후에 청파 목승지를 문병 가셨다가 약주 잡수시고 오셔서 주무시더니, 배앓이로 곽란이 되어 대변을 보시고 서너 번을 토하시고 밤을 새우셨다. 12월 9일 문안을 못 가셨다. 저물도록 편찮으..

기묘년(1639) - 11월

동짓달 작은달 병자 갑인 초하루 흐렸다. 새벽에 대궐에 문안하신 후 나오셔서 계시다가 창골 이내승이 오시니 술을 여섯 잔씩 잡수셨다. 11월 2일 맑았다. 사직골 어머님의 생신 다례를 천남이가 가서 지냈다. 옛일을 생각하니 모여서 모시고 지내던 일이 그지없이 슬프다. 동생님네들은 다들 어디로 가셨는가 한다. 11월 3일 맑았다. 새벽에 문안하셨다. 11월 4일 밤에 눈 오다 아침에 흐리고, 밤에 비 왔다. 새벽에 문안하신 후에 아침 드시기 전에 심도사와 술을 여섯 잔씩 잡수시고는 새벽에 마루에서 떨어져 다치셨다. 11월 5일 흐렸다. 새벽에 문안하신 후 권도가 와서 다섯 잔씩 잡수셨다. 11월 6일 흐리고 눈이 조금 왔다. 대궐에 새벽에 문안하신 후 와 계시다가 연안 원님이 와서 여섯 잔씩 잡수셨다. 1..

기묘년(1639) - 10월

시월 큰달 을해 갑신 초하루 맑았다. 영감께서 새벽에 문안하신 후, 정의령이 와서 약주 잡수셨다. 이어서 여러분이 모이셔서 시월 첫날부터 취하셨다. 10월 2일 맑았다. 새벽에 문안 가셨다가 주상께서 침 맞으시는 일 때문에 식사 후에 오셨다. 10월 3일 밝았다. 별좌의 기제사를 지내니, 계유년의 일이 새로이 생각나서 그지없는 감정과 회포를 말로 다 하랴? 어느 사이 벌써 칠 년이 되었는가? 젊은 사람 신주 셋에게 제사를 지내게 되니 설움이 어찌 이르리. 불쌍하다 내 아들, 아까울 사 내 자식, 꿈에도 아니 보이니 나를 잊었는가? 다시 누구 집의 자식이 되었는가? 어찌 한 번도 아니 뵈는가? 살아 서러운 정을 매일 품고 지내나 겉으로는 향한 즐거운 사람같이 지내니 제 혼령이 나를 잊었는가 생각하는가? 더..

기묘년(1639) - 9월

구월 작은달 갑술 을묘 초하루 맑았다. 사직골 상자가 나갔다. 조감찰이 들어왔다. 채생원이 왔다가 아침 저녁을 집에서 먹고 나가셨다. 영감께서 새벽에 문안하신 후에 한성부에 좌기하셨다. 신서방이 아침과 저녁을 집에서 먹었다. 9월 2일 맑았다. 새벽 문안하신 후 나오셔서 침 맞으셨다. 남중명이 광주에서 오셨다. 신서방이 갔다. 채생원이 아침 저녁을 먹은 후 나가셨다. 9월 3일 맑았다. 새벽 문안 가셨다가 늦게야 나오셨다. 9월 4일 맑았다. 대궐에 새벽 문안하신 후 약 지으시고 식사 후에 오셨다. 조감찰이 와 다녀갔다. 9월 5일 맑았다. 새벽 문안하신 후 한성부에 좌기하시고, 청배 목승지와 함께 이정자 댁에 가셨다가 취하여 들어오셨다. 9월 6일 맑았다. 새벽 문안 가시고, 식사 후에 두못개에 가셔서..

기묘년(1639) - 8월

팔월 작은달 병술 초하루 비가 왔다. 형님의 성복제를 하시니 슬프며 다시는 못 볼 일을 생각하니 마음 아프기 그지없다. 며느리가 오니 내일 또 상복을 벗기는 하나 일가에 경사는 적고 매년 이러하니, 인간 세상은 하 거짓 것이니, 인간 세상에 얼마나 있으려, 괴로운 일이 이다지 많으니 죽기 도리어 즐거운 일이나, 가면 넋이라도 돌아오랴. 슬프다. ……………………………………………………………………… 8월 16일 흐렸다. 새벽에 대궐에 문안 가셨다. 강의 논에 사람 넷이 가서 벼를 베어 찧으니 보통으로 한 섬이 조금 넘었다. 두륙이가 다녀갔다. 8월 17일 흐리고 비가 조금 왔다. 영감께서 새벽 문안 다니시느라고 편찮으신데 약 지으러 가시는 데에 식사를 보냈다. 어제 이형익에게 침을 맞으셨는데도 그러하시다고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