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병자일기

경진년(1640) - 윤1월

New-Mountain(새뫼) 2022. 3. 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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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월 작은달

 

계미 초하루

맑았다.

사곡 참봉과 감찰 형제가 왔다.

요사이는 꿈자리가 번잡하다.

매양 매 맞고 죽으신 동생님네, 사촌님네 늘 모여 보이시니 반갑다.

 

윤1월 2일

흐렸다.

기운이 매양 고르지 않으니 민망하다.

박황 참판과 다른 손님 세 분이 약주를 잡수셨다.

 

윤1월 3일

맑았다.

선산 영감이 다녀갔다.

늦게 바람이 불고 눈이 왔다.

사곡 상자가 새벽에 왔다.

꿈자리가 번잡하다. 큰 물가에 물빛이 푸른데 그 가에 가서 말을 먹이고 자는 것으로 보이니 모를 일이다.

 

윤1월 4,5일

맑았다.

둘째 아들을 얻으셨는데도 영감께서 가지 못하시니 민망하다.

채별좌와 허진사가 다들 집에서 식사하였다.

 

윤1월 5,6일

맑았다.

사곡 상자가 갔다.

 

윤1월 7일

맑았다.

나생원댁이 오시니 반갑기 그지없다.

경황한 후에도 서로 무사히 있어 이리 보게 되니 기쁨이 그지없고, 사촌 중에서도 같은 곳에서 자란 사촌이니 정이 어찌 각별하지 않겠는가.

닭이 울도록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잠이 없는 것이로다.

 

윤1월 8일

맑았다.

주상께 숙배하셨다.

 

윤1월 9일

흐리고 추웠다.

새벽에 문안 가셨다가 왕손과 대군 가시는 데 모화관에 다녀오셨다. 오늘 신하와 백성들의 마음과 모습이 참담하여 대소 백성들이 울지 않는 사람이 없고, 조정 대신들을 포함하여 어느 백관이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지만, 붙들려갔다 오셨던 영감의 마음은 더욱 어떠하시랴, 내가 이틀 동안이나 눈물을 금할 수가 없는데 주상과 중전께서야 어떠하시랴. 가지 많은 시절도 보게 되니 슬픔이 그지없다.

 

윤1월 10일

흐리고 추웠다.

문안하신 후에 형조에 좌기하셨다. 비록 시비를 분간해야 한 소임이시나, 매양 죄가 있는 사람이라도 중형에 처한다는 기별을 듣게 되니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두려워하게 되노라.

이선산이 와서 약주를 네 잔 잡수셨다.

며느리가 왔다가 즉시 가니 더욱 섭섭하다.

 

윤1월 11일

맑았다.

박노 댁에 가셔서 약주 잡숫고 오셨다.

오늘 좌빈객에 임명되셨다.

 

윤1월 12일

새벽에 눈이 왔다.

주상께 숙배하셨다.

 

윤1월 13일

흐리고 바람이 불었다.

형조에 좌기하셨다.

선산 원님이 왔다가 취하여 가셨다.

 

윤1월 14일

새벽에 이경의 댁에 불이 났다.

문밖 남참의 댁에 가 다녀서 연양군 댁에 다녀서 취하여 들어오셨다.

광주의 환곡을 선산 원님의 사람과 말이 가서 들여왔다.

선산 원님은 어두울 무렵에 오셨다가 취하여 가셨다.

 

윤1월 15일

맑았다.

선산 원님이 와 하직하고 두 잔 잡수셨다.

 

윤1월 16일

맑았다.

강홍중이 와서 네 잔 잡수셨다.

 

윤1월 17일

종일 비와 눈이 왔다.

사곡 상자와 조감찰이 왔다.

꿈이 하도 번잡하니 내가 죽을까 싶더라.

이날 좌기하셨다.

 

윤1월 18일

흐렸다.

 

윤1월 19일

맑았다.

이첨지 댁에 가셨다가 취하여 들어오셨다.

저녁때에 두륙이 양모의 부음을 들었다. 열하룻날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윤1월 20일

맑았다.

숙취가 깨지 못하여 계시는데 명패가 오니 대궐에 들어가셨다.

박사재의 치전을 했다.

채첨지 댁에 가셔서 술을 여섯 잔 잡수셨다.

 

윤1월 21일

맑았다.

병조판서가 와서 다녀가셨다.

형조에 좌기하셨다.

 

윤1월 22일

맑았다.

이열 씨의 아내가 여산으로 간다고 와서 다녀가셨다.

이사의 형제가 와서 다녀갔다.

 

윤1월 23,24일

흐렸다. 어제 어두워질 무렵에 비 잠깐 왔다.

축이가 맡았던 연안의 벼 아홉 섬이 왔다. 한 섬은 배삯으로 주었다.

오후에 바람이 크게 일어났다.

 

윤1월 25일

흐렸다. 아침 전에 바람이 몹시 불고 눈이 많이 내렸다.

이날 연제사를 하였다.

어제 사곡 상자와 조감찰이 와서 집에 그저 있다.

종일 흙비가 내려 햇빛을 보지 못하겠다.

 

윤1월 26일

흐리고 사이사이 눈이 내렸다. 종일 흐렸다.

 

윤1월 27일

맑았다.

사곡 상자가 새벽에 갔다.

 

윤1월 28일

맑았다.

조생원 형제가 들어왔다.

 

윤1월 그믐날

흐리고 바람이 불었다.

한평군이 와서 약주 취하여 가셨다.

새벽에 유감사의 부친이 갑자기 죽으시니 같은 동네에 살아도 놀랍다.

애남이가 선산에 가서 무명 두 동 반을 실어 오다가 충주 지나서 도적을 만나 몸만 들어왔다. 그 베를 받아서 치자 가는 데 채비를 하는데 쓰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게 되었다.

면화는 백사십 근을 삯말에 싣고 왔는데 그것은 도적들이 버리고 갔더라고 하면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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