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한 산 넘어 오 리되고 한 물 건너 십 리로다 방자 불러, “책방에 돌아가서 대나무 화분 하나 가져다가 나의 춘향 주어다고. 오동나무에 밤비 내려 잠 깬 후와 나비가 봄바람에 날아가는 긴긴밤에 날 생각 나거들랑 날 본 듯이 두고 보라.” 춘향이 이른 말이, “온갖 풀을 다 심어도 대는 아니 심는다 하오. 화살대는 가고, 피리대는 울고, 그리나니 붓대로다. 울고 가고 그리는 대를 구태여 어이 심으라 하오.” “네가 어이 알까 보니? 푸른 대나무와 소나무는 영원히 변치 않는 절개라. 겨울 하늘에도 푸르렀고 눈 속에도 순 나니, 계집의 절개를 지키는 행실이 이 대의 본을 받아 정성으로 심어두라.” 남대단 두루주머니, 주황당사 끈을 끌러 화류집 사파경을 집어내어 춘향 주며 이른 말이, “대장부의 굳은 마음..